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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유레카!] 코로나 증상 약한데 사망자는 왜 많을까?···원인 집계의 진실

정기홍 기자 승인 2022.03.26 20:53 | 최종 수정 2022.04.07 03:21 의견 0

더경남뉴스는 일상에서 소소하고 세세해 지나치는 궁금한 것들을 찾아 이를 흥미롭게 설명하는 코너를 마련합니다. 유레카(eureka)는 '알았다!'라는 뜻입니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기세가 지난 17일 정점을 찍은 뒤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기세는 아직도 만만찮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신규확진자는 17일 0시 기준(16일 발생분)으로 사상 최고인 62만1328명을 기록했고, 23일(0시 기준) 49만821명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다가 30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26일(0시 기준)에는 33만5580명을 기록했다.

17일 나온 수치는 전날 집계에서 10만명 정도가 보고시스템 문제로 누락된 것을 더한 것이다. 그래도 50만명 수준이다. 다만 62만명이 나온 데는 3일 전(14일)부터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양성도 확진으로 인정한데 따른 영향도 컸다.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거리두기를 완화하고, 많은 사람이 코로나19를 독감 수준으로 인식해 경계심이 풀어진 탓이다. 확진자들의 말을 빌리면 대체로 몸살기에 잔기침이 나는 정도라고 한다.

시민들이 지난 2월 경남 창원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 확진 유무 검진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정창현 기자

▶ 독감 수준 증상인데 사망자는 큰 폭 증가

궁금한 것은 증상이 심하지 않는데 사망자 수가 덩달아 늘어난다는 점이다. 신규확진자가 큰폭으로 늘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하루 사망자는 17일(0시 기준)에 429명을 기록한 뒤 18일 301명으로 떨어졌다가 24일(0시 기준)에는 470명으로 최고를 찍었다. 이어 25일 393명, 26일 323명을 기록했다. 대체로 300명대를 오르내린다.

참고로 지난 11일부터 1주일 간 신규확진자 수는 28만2976명(11일 0시 기준)→38만3658명→35만183명→30만9782명→36만2324명→40만740명→62만1328명(17일 0시 기준)이다.

또 20일부터 1주일 간은 33만4642명(20일 0시 기준)→20만9137명→35만3911명→49만821명→39만5568명→33만9514명→33만5580명(26일 0시 기준)이다. 한 주 간의 하루평균 확진자는 35만1310명이다.

왜 사망자가 많이 나오고 있을까? 먼저 위중증환자의 추이를 알아보자.

최근 2주 간의 위중증환자 추이는 1074명(13일 0시 기준)→1158명→1196명→1244명→1159명→1049명→1049명→1033명→1130명→1104명→1084명→1081명→1085명→1164명(26일 0시 기준)이다.

위중증환자 수는 지난 8일(1007명) 1000명 선을 넘긴 이후 19일 연속 1000명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1100~1200명대를 오간다.

이어 사망자 수를 살펴보자.

최근 2주간 사망자 추이는 251명(13일 0시 기준)→200명→293명→164명→429명→301명→319명→327명→329명→384명→291명→469명→393명→323명(26일 0시 기준)이다.

62만명 확진자가 나온 17일의 사망자 수(429명)는 전날(164명)보다 265명 늘었다. 다만 누적치명률은 0.14%로 아주 낮다.

연령대로 보면 80세 이상이 264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70대 94명, 60대 43명, 50대 19명으로 나타났다. 40대 7명, 20대 2명도 있다.

17일 위중증환자 수는 1159명인데 429명이 사망했고, 24일(0시 기준)에는 위중증환자 수 1081명에 역대 최다인 470명이 숨졌다. 위중증환자의 절반 가까이가 사망한 것이다.

가장 최근 수치인 26일(0시 기준)의 사망자는 323명이다. 연령별로 보면 80세 이상이 223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70대 55명, 60대 31명, 50대 9명이다. 30대·40대 각각 2명, 20대 1명이다. 누적치명률은 0.13%(8일째 유지)다.

▶ 사망자 많은 게 단지 기저질환자 때문?

왜 고령자에게서 유독 사망자가 많이 나올까?

코로나19 확진사망자 분류는 사망 후에 시신의 표피에서 코로나 양성반응 나오면 코로나 사망으로 분류한다. 교통사고로 사망했는데도 양성반응이 나왔다면 코로나 사망으로 분류된다. 이는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됐으나 확진 판정을 받기 전에 사망한 뒤 검사에서 감염 확인이 되는 경우다.

역설적으로 수치를 내는 과정에서의 괴리다. 사망 기준을 삼는 병명을 어디에다 붙이느냐의 문제다.

우리나라 암 사망요인 가운데 폐암이 위암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선 것이 장수시대가 되면서 마지막 임종 때 폐 기능의 약화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아진데 따른 것과 비슷하다. 사인은 폐암으로 찍는다.

방역 당국도 치명률이 낮은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상 코로나19로 인한 직접 사망보다는 기저질환에 코로나19 확진이 겹쳐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강조한다. 기저질환은 노령증에서 월등히 많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중증 기저질환자가 오미크론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사망하고, 시신 확인 때 코로나 감염 유무를 확인하는데 이런 사례가 집계에 잡히는 게 아닌가 하는 설명이 있다"고 내부 의견을 전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까지 전체 사망 원인을 한데 뭉쳐서 통계를 내다가 사망자가 폭증하니까 기저질환만 빼내 이것 때문에 늘었다고 설명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손 반장도 "다양한 가능성이 있어서 오미크론과 기저질환의 관계를 해석·분석하기 어렵다"는 점은 인정했다.

또한 위중증환자가 증가해 병상 대란, 의료체계 과부하로 이어져 사망자가 증가한다는 것도 다소 일리가 없지 않지만, 현재 병상 대란은 없고 의료체계 과부하만 조금 있어 수치 증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26일 현재 코로나19 중증 병상 가동률은 65% 수준이다. 손 반장은 "의료대응은 여러 가지 부하가 걸리고 있지만 아직은 관리 범위 내에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기저질환이 있거나 면역력이 약한 노령층이 많은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많이 오고 있다. 엄 교수는 "이들 기관에서 코로나 예방이 잘 안 되고 있어 사망자 증가를 막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가장 근접한 분석이지만 이 또한 명쾌한 진단은 아니다.

지난 11∼17일의 사망자(1835명) 중 요양병원·요양원에서 35.3%(647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62.5%(1147명)는 진료를 받는 의료기관에서 사망했다. 자택이나 응급 이송 중에 사망한 사례는 2.2%(41명)밖에 안 된다.

따라서 요양원이 아닌 일반 병원에서도 코로나19 위중증환자가 많다는 자료가 뒷받침 되면 해답은 간단하다. 전제는 기저질환이나 면역력이 떨어진 노령층에서 사망자가 나온 것이 입증되는 것이다.

손 반장도 "확진자의 기저질환을 소홀하지 않게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며 "오미크론에 감염됐다는 이유로 기저질환에 대한 진료가 소홀해지지는 현상이 나오지 않도록 상급 종합병원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 사망자 수는 큰 폭의 변화가 없는데 유독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많은지도 살펴볼 이유도 있다.

세계 전체적으로 통계를 내면 코로나로 수십만명이 사망했지만 전체 사망자 수의 증가는 미미하다는 주장도 있다. 사망의 결정적인 요인은 환자의 기저질환인데 코로나19에 걸려 사망한 경우로 잡히는 경우가 많다는 말이 된다.

아무튼 방역 당국과 의료 전문가들은 사망 단계로 이어지는 위중증화를 차단하고 노년층 위중증환자를 적절하게 치료해야 사망자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노년층 중심 방역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17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중 60세 이상 고위험군은 11만3769명(18.3%)이다. 18살 이하 확진자는 15만807명(24.3%)이다. 이는 고령자의 신규 고위험군은 전체의 20%도 안 되는데 사망자 수치는 독보적으로 높다는 것을 증명한다.

코로나 사망자가 확진 후 2~3주만에 나온다는 점에서, 확진자 40만~50만이 보름 전에 나왔다는 점에서 이달 말 사망자가 더 늘어날 우려는 남아 있다.

일각에서는 사망자 급증을 조작이라고 말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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