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국민의힘 제주도지사 경선 과정에서 근소한 차로 떨어진 경선 후보가 "당의 경선 기준이 주먹구구식"라며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주먹구구'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손가락으로 꼽아서 하는 셈', '어림짐작으로 대충 하는 계산을 이르는 말'로 풀이합니다. 즉, 체계적인 계산이나 계획 없이 어떤 일을 건성건성, 얼렁뚱땅 할 때 '주먹구구'란 표현을 자주 사용하지요.
그런데 이 말이 어디서 나왔을까 생각하면 아리송합니다.
주먹구구의 유래는 '주먹'과 '구구셈'입니다. 주먹은 손의 주먹이고 구구는 ‘구구단’의 줄임말이지요. ‘주먹을 이용해 구구(九九)단 셈법을 한다’는 뜻입니다.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하며 구구셈으로 따지는 방식입니다.
이 계산법을 이해 하려면 이 셈법의 이론을 먼저 알아놔야 합니다.
주먹 셈법은 편 손가락을 10위 자리수로, 접은 손가락은 1의 자리 수로 여기고 계산을 하는 식입니다. 전제는 양쪽 주먹 모두 5이상의 수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먼저 주먹을 쥡니다. 쥔 주먹의 손가락이 5개이지요. 이어 주먹의 손가락 하나를 펴면 6개가 됩니다. 둘을 펴면 7개, 모두 펴면 10개입니다. 여기에서 두개 주먹에서 펴진 손가락을 더합니다. 그리고 10단위로 곱합니다.
또 있습니다. 거꾸로 두 주먹에서 접은 손가락을 곱해 1단위로 합니다.
이론 설명이니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밑에 예를 보면 이해가 될 겁니다.
산수에서 하는 곱셉에서 7에다 8을 곱하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먼저 왼쪽 손으로 7을 만든다면 손가락이 2개는 펴지고, 3개는 접힙니다. 이어 오른쪽 손으로 8을 만들면 손가락 2개가 접히고 3개는 펴지지요.
이 상태에서 양손의 펴져 있는 손가락을 세면 5개입니다. 이 5에 10(10단위)을 곱하면 50이 됩니다.
이 말고 접힌 손가락은 3개와 2개입니다. 이 둘을 곱하면(2×3) 6이 됩니다.
최종으로 펴진 손가락의 50과 접힌 손가락의 6을 합치면 56이 나오게 됩니다. 곱셉에서 7×8=56과 같게 되는 것이지요.
다른 수도 해보겠습니다.
곱셉 '6×7=42'를 예로 들어보지요. 왼쪽 주먹의 손가락 1개를 펴서 6을 만들고, 오른쪽 손가락 2개를 펴서 7을 만듭니다. 펴진 손가락이 모두 3개이니 10단위로 곱하면 30이 되지요. 이어 접은 손가락이 4개와 3개이니 곱하면 12가 됩니다. 최종 30+12=42입니다.
예시를 또 들어봅니다.
예를 들어 '7×9=63'을 주먹구구계산법으로 따져봅니다.
우선 양 손가락을 각각 7과 9를 셀 때의 모양으로 만듭니다. 한쪽 손은 접은 손가락이 셋에 편 손가락이 둘입니다. 다른 한 손가락은 접은 손가락이 하나에 편 손가락이 넷이 되지요.
이 때 편 손가락은 10단위에 해당하고, 접은 손가락은 1단위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편 손가락(10단위에 해당)은 서로 더하고 접은 손가락(1단위에 해당)은 서로 곱합니다.
이랬을 때 편 손가락은 2개와 4개로 양 손가락의 수를 더한 6에다가 10을 곱해 60이 됩니다. 접은 손가락은 3개와 1개이므로 서로 곱하면 3이 되지요.
여기서 60과 3을 최종적으로 더하면 63이 됩니다.
주먹 셈법이 신기할 정도로 정확합니다. 다만 주먹구구셈은 숫자 5이하에서는 불가능해 5단 이하 구구단을 외워둬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요즘이야 7×8은 56으로 금방 계산이 됩니다만 이 셈법은 예전에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한 노인이나 장바닥에서 장사치들이 계산법을 차용해 많이 이용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대식 교육을 접하지 못한 시기에 요긴하게 쓰였지만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구구셈을 따지는 방식은 번거롭고 자주 틀린 결과가 나오곤 했겠지요.
이는 상대방에게 신뢰성을 주기 힘들었고, 거꾸로 물건을 사는 사람이 이 셈법을 잘 몰라 의심하는 경우도 많았겠다 싶네요.
이런 이유로 정확한 앞뒤 계산이 없이 대충 일을 처리할 때 ‘주먹구구식으로 한다’는 말을 쓰게 된 것입니다. 계산법은 아주 정확한데 활용 하는 사람들이 엉성하게 해 '주먹구구'로서는 억울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곱셈 계산이 길들여진 요즘 사람은 많이 헷갈리지만 옛 사람들에게는 주먹계산법이 훨씬 더 편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