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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현 기자의 고샅길 산책] 오늘은 우시장 가는 날

정창현 기자 승인 2022.05.14 23:00 | 최종 수정 2022.07.01 13:00 의견 0

오늘(14일)은 우시장에 갔습니다.

더경남뉴스 편집국이 있는 경남 진주시 진성로 근처에서 축사를 운영 중인 지수면 승산마을 이병욱 전 이장(79)의 '우시장 가는 길'을 동행취재했습니다.

진성에서 송아지 두마리를 트럭에 싣고 진주축협반성가축시장(경매 우시장)으로 달렸습니다. 오늘은 큰소가 아닌 송아지만 팔고 사는 날입니다. 위치는 진주시 이반성면 가산리로, 경남수목원 인근에 위치합니다.

반성은 예부터 진주 동부 지방(통상 동부 5개면으로 말함)에서 장날이면 큰 우시장이 섰던 유서 깊은 곳입니다. 트럭이 귀했던 당시에는 마을에서 소를 몰고 길게는 20리(8km)길을 걸어 장으로 갔습니다. 두 마리이면 아버지와 아들이 같이 갔었지요.

소를 팔기만 한 분들은 오랜만에 만진 두둑한 현금을 지닌채 우시장 소머리국밥집에서 막걸리 몇 잔을 걸칩니다. 그 옛날의 주막과 같은 분위기이지요. 얼큰하게 취해 집으로 오시곤 하던 집안 어른들의 모습이 스쳐 지납니다. 소 한마리가 '우골탑'(대학 등록금)이라고 하던 시절입니다. 소를 판 큰 돈을 노리는 소매치기도 더러 있었다고 합니다.

젊은 분들은 소를 팔고 사는 모습을 거의 본 일이 없으니 생소할 것이고, 연세 지긋한 분들은 키우던 소를 몰고 장에 가던 옛시절이 많이 생각날 겁니다.

왼쪽 위가 진성(진주시청 방면)이고 오른쪽 밑이 반성 우시장(창원 방면)입니다.

우선 진주축협반성가축시장, 이른바 우시장(경매장)의 외부를 알아봅니다.

전체 면적 1157평에 건물 면적은 361평입니다. 2층 건물의 연(총)면적은 401평이군요. 9년 전인 2013년에 준공됐고요.

반성 우시장 전체 모습. 정창현 기자

싣고 온 소를 부리는 차량들. 차량이 몰릴 것에 대비해 공터를 널찍하게 마련해 놓았다. 정창현 기자

소 경매시간 전자경매판 앞의 트럭들. 정창현 기자

다음은 소를 경매하는 건물을 보겠습니다.

소 경매장 입구. 이곳에서 여러 서류를 제출한다. 정창현 기자

경매장 입구에 큰소와 송아지 경매 날짜가 적혀 있네요. 오늘 14일은 송아지만 경매하는 날입니다. 옛날로 치면 모두 코뚜레(소의 코청을 뚫어 끼는 나무 고리)가 없는 송아지들이지요. 요즘엔 육식용 큰소도 코뚜레를 끼지 않는다고 합니다.

반성가축시장 방역 차량. 이들 차량은 주기적으로 지역 축산농가를 찾아 소독도 한다. 정창현 기자

2층에 있는 소 경매인 부스. 경매장을 훤해 볼 수 있다. 정창현 기자

이날 출하 한 송아지는 모두 189마리(암소 72마리, 수소 117마리)였습니다. 사육 농가는 진주 106농가(158마리)를 비롯해 고성 4농가(12마리), 사천 1농가(3마리), 마산 6농가(16마리)였습니다. 진주 인근에서도 많이 오군요.

경매장 내부 모습. 정창현 기자

14일 한우 송아지 경매정보는 진주축산농협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습니다.

경매장 안의 전자게시대엔 송아지의 혈통 등 내역과 소유자, 구제역 등 예방접종확인서 등이 적혀 있고 번호에 따라 송아지가 한 마리씩 자리를 합니다.

경매 절차는 축산농가가 팔려는 송아지 정보와 팔려는 가격을 먼저 축협에 전달합니다. 요즘은 소나 돼지는 태어나면서 이력 정보(혈통)가 모두 등록이 됩니다.

경매 현장에서는 상처나 피부상태 등을 확인해 경매시에 고지를 합니다.

경매 과정과 결과를 적는 축협 직원들(가운데 부직표 옷을 입고 있는 사람)과 송아지를 사고 팔려는 축산농가주들. 정창현 기자

축협 직원들이 개찰 내용을 적고 있다. 정창현 기자

경매가 시작되니 직원들의 손이 바빠졌습니다. 무엇이든 기록이 중요합니다.

송아지의 경매 절차가 궁금하지요?

경매 진행자가 2층에서 내려다 보면서 번호 순서대로 마이크로 송아지들을 소개합니다. 경매 시작가는 송아지를 팔려는 축산농이 하루 이틀전에 전화나 온라인을 통해 축협에 알려준 가격입니다. 사려는 축산농은 경매 진행자가 소개한 후 5초안에 매입가를 지급받은 노란 단말기에다 입력합니다.

사려는 사람이 경매 최저가랑 같거나 높은 가격을 입력하면 경매 낙찰을 받게 되고 없으면 유찰이 됩니다. 유찰은 3번만 허용하는데 한번에 10만원씩 내려갑니다.

축협 직원들이 매매 송아지의 이력을 꼼꼼히 확인하는 모습. 정창현 기자

경매전광판으로 쏠린 눈. 정창현 기자

송아지를 출하 한 축산농과 축협 직원들이 일제히 경매 결과가 나온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정창현 기자

부자가 송아지 정보랑 상태를 보며 상의하고 있다. 정창현 기자

"무엇을 보고 있을까?" 한 축산농이 송아지 이력을 보는지, 매매 가격을 써넣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정창현 기자

입찰과 유찰 사이. 유찰은 두번 더 입찰 할 기회가 주어진다. 정창현 기자

유찰된 송아지는 당일 모든 소의 경매를 완료하고 따로 출하주와 매매가를 조율해 사고 판다고 합니다. 옛날 우시장에서 직접 가격을 조율하던 것과 비슷합니다. 다만 요즘은 샀다고 바로 오는 것이 아니고 모든 거래 현황을 축협에서 관리하는 이력서에 모두 기입해야 합니다.

전광판에 나온 개찰 결과. 정창현 기자

기자가 동행한 이병우 씨의 182번 송아지(수소)는 30번 낙찰자에게 446만원에 팔렸습니다. 최저가로 450만원을 제시했는데 한번 유찰돼 10만원이 깎여 440만원에서 다시 경매를 시작했습니다.

이 송아지는 지난해 7월에 태어나 9개월이 넘었습니다. 송아지는 보통 7~8개월 키우면 판다고 합니다. 가격이야 암소보다 수소가 좀 더 받고 덩치 크기, 상태 등이 고려된다고 하네요.

전광판에 나온 개찰 결과. 정창현 기자

전광판에 나온 KPN(Korean proven bull's number)은 한우능력검정 결과에 따라 선발된 보증 씨수소에 부여된 고유번호라고 하네요. 한국종축개량협회에서 한우등록을 통해 혈통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한우등록에는 기초등록, 혈통등록, 고등등록 3단계로 나눠지며 기초등록을 마친 소는 0계대가 되고 이 소가 우수 종자를 받아 낳은 송아지는 1계대가 됩니다.

1계대 송아지가 혈통등록을 마치면 혈통등록우가 되며 이 혈통등록우가 2계대 송아지를 낳고 이 송아지가 성장하면 고등등록 심사를 거치지요. 이런 식으로 소의 등록단계와 계대가 높아집니다.

계대는 계획교배에 따른 개량 정도를 나타내 중요합니다. 계대와 등록 단계가 높아질수록 이상적인 한우에 가깝게 개량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송아지 경매의 경우 출품축의 어미가 등록구분이 고등이고 계대가 높을수록 송아지 가격은 높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송아지들과 축산농들. 옛날 우시장 정취가 물씬 난다. 정창현 기자

묵묵히 새 주인을 기다리는 송아지들. 뒤에는 축산농들이 송아지 이력을 주고 받으며 흥정을 한다. 정창현 기자
경매장에 빽빽히 자리한 송아지들. 정창현 기자

이로써 시끌법적하던 경매는 모두 끝이 났습니다. 시쳇말로 파장입니다. 이날 경매는 오전 9시 시작돼 11시 반 전에 마무리 됐습니다.

오늘 나온 189두는 평소보다 많은 양이랍니다. 번호를 보니 200번까지입니다. 더 많이 나왔으면 두번을 나눠서 해야 했겠네요. 사료값이 올라 송아지를 먼저 파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까요?

팔린 송아지를 트럭에 싣고 있다. 정창현 기자

팔린 송아지가 축협 직원들에 의해 새 주인이 될 축산농의 차량에 실리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같이 지내던 주인을 떠나 또다른 곳에서 삶을 살아갈 송아지가 내심 떠나기 싫은 모양입니다. 보다 못한 축산농가주가 엉덩이를 떼밀고 있습니다.

마지 못한 듯 트럭에 오르는 송아지. 정창현 기자

트럭 한가득 실린 송아지들. 정창현 기자

트럭에 실린 송아지의 눈을 보니 잔뜩 겁먹은 듯 불안해 보입니다. 새 주인을 만나 낯섬을 빨리 풀고서 잘 먹고 무럭무럭 자라기를 바라면서 사무실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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