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현 기자의 고샅길 산책] 노오란 수채화, 구례 산수유마을을 찾다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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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0 23:28 | 최종 수정 2022.03.20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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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구례 산수유마을에 봄의 전령사가 연노란색으로 내려앉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은 이 코너의 타이틀이기도 한 '고샅길'을 제대로 찾은 방문길입니다. 산수유마을은 규모가 큰 전국의 봄꽃 지역 중에서 먼저 봄의 화사함을 선사하는 곳입니다.
지난주 1년만에 마을을 다시 찾았는데 '산천(산수유마을)은 유구한데 인걸(사람)은 간데 없다'는 옛 시구가 생각났습니다. 발길이 뜸해 아직은 분위기가 호젓했습니다.
금방이라도 산수유가 칙칙한 돌담을 벗삼아 노오란 꽃대궐을 만들 참입니다. 꽃망울 막 터뜨리고 있어 만개까지는 불과 며칠일 듯합니다.
옛스런 이끼 낀 돌담길이 어디 서울 도회지 정동길에 비하겠습니까? 길의 결은 다릅니다. 홀로 북풍한설을 이겨낸 돌담길이 상춘객을 맞으면서 이야기거리들을 쏟아내겠지요. 봄 한철 빚어낼 소담스런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여심(女心)이 봄을 기다리지 못하고 찾아 먼저 자리를 차지했군요. 노오란 산유수와 어떤 속삭임을 나누려고 했을까도 궁금해집니다. 옷의 색상도 연노란색으로 맞춰 입고 나온 봄맞이 마실로 보여집니다.
돌담길과 막 피어나는 산수유, 혼자여서 돋보이는 여심이 더 잘 어우러집니다.
산수유는 자세히 보면 총포라는 4개의 잎 안에 20~30여 개의 꽃대가 터져 하나의 꽃을 이룹니다.
멀리서 보면 온통 노란 파스텔을 칠한 듯해 감탄사가 터져 나오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묘하게 아름다운 게 산수유입니다. '풀꽃' 시인 나태주 시인이 그랬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고. 산수유의 꽃말은 ‘영원불멸의 사랑’이라고 합니다.
이른 봄날 작디작은 계곡의 바위틈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잡아봤습니다.
겨우내 산 능선 자리를 지키던 토종목들이 겨워내는 물기를 골짜기가 받아들여 졸졸졸 흘려줍니다. 물소리가 한해만에 찾아온 산수유에게 뭔가 조잘대는 듯합니다.
무슨 말을 건넬까요. 물을 듬뿍 축여 더 오래도록 피어달라고 할까요? 봄은 만물이 서로 속삭이는 계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