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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류 도감] 가성비 좋은 숭어회, 전통 숭어잡이도 독특

개숭어와 가숭어(밀치) 등 잘 구별해야 제대로 즐길 수 있어

정기홍 기자 승인 2022.05.29 01:41 | 최종 수정 2022.06.12 11:53 의견 0

남해안에 '인기 횟감'인 숭어가 돌아왔다.

흔히 숭어를 바다생선으로만 알고 있는데 한반도 연안에서 강 하구와 바다를 왔다 갔다 하는 회유성 어족이다. 1년생 이하의 새끼는 강의 민물까지 거슬러 올라가 3~5년 살다가 25~45㎝ 정도로 자라면 바다로 내려가 산란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겨울에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 염분이 낮은 기수(汽水) 및 담수역 같은 연해의 하천에서 살다가 4월이 되면 바다로 나간다. 경남에서는 3~5월 숭어의 길목인 거제와 하동 연해에서 많이 잡힌다. 크게 자라 몸체에 지방(기름)이 가장 많이 차는 시기이기도 하다.

▶ 숭어 개요

몸체가 길고 가느다란 숭어(崇魚)는 숭어, 보리숭어, 참숭어, 개숭어 등 이름이 많다.

잡는 시기와 지역에 따라 부르는 이름도 다르다.

자연산은 숭어·보리숭어·개숭어라고 부르고 양식은 참숭어·가숭어·밀치로 불린다. 전남에서는 개숭어를 시랭이라고 한다. 밀치는 눈이 노란색이고 눈 커플이 없다.

'참숭어'란 이름은 원래 이름인 '가숭어'가 가짜란 느낌이 든다며 어부들이 붙였다고 한다.

요즘 이름 말고도 치어(鯔魚), 수어(秀魚·水魚), 동어(冬漁)라는 이름도 있다.

조선시대 정약전의 어류 책인 '자산어보'에는 어린 숭어를 등기리(登其里)라고 하고 가장 어린 것을 모치(毛峙)라고 불렀다. 지금도 서남해안에서는 모치라고 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수어(秀魚)가 전국에서 생산되는 흔한 생선이라고 적고 있다. 세종실록 지리지의 토공조에는 건수어(乾水魚)로 기록해 말린 건장으로 먹는다고 소개한다.

허균이 지은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에서는 ‘수어(水魚)는 서해에 있는데 경강(京江·한강 뚝섬~양화도)의 것이 가장 좋으며, 전남 나주에서 잡은 것은 극히 크고 평양에서 잡은 것은 언 것이 좋다’고 기록한다.

이수광의 지봉유설(芝峰類說)에는 ‘숭어는 진흙을 먹어 토기(土氣·흙냄새)가 있으므로 비위(脾胃)를 보한다’고 기록돼 있다. 서유구의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에서도 ‘숭어는 성질이 진흙을 먹기를 좋아하므로 숭어를 먹으면 비장에 좋고, 강에서 나는 물고기 중에서 제일 크고 맛이 있고, 알을 햇빛에 말리면 빛깔이 호박(琥珀) 같은데 호민(豪民)·귀인(貴人)이 이를 진미로 삼으며 이를 건란(乾卵)이라 한다’고 했다.

전남 영산강 일대에서 생산된 숭어의 알로 가공한 영암 어란(魚卵)은 임금 진상품이었으며 지금도 마니아들에게 고가에 팔리고 있다.

1433년 세종조에 펴낸 향약집성방과 동의보감, 본초학 등에서는 ‘맛이 감(甘)하고 평(平)하고 무독하다. 위를 열고 오장을 통리(通利)하며 오래 먹으면 사람을 비건(肥健)하게 한다. 이 물고기는 진흙을 먹기 때문에 백약(百藥)에 기(忌)하지 않는다’고 약성(藥性)을 설명하고 있다.

숭어. 개숭어라 불리며 주로 겨울에 산란한다. 국립생물자원관 김병직 박사 제공

가숭어. 참숭어로 불리며 횟감으로 널리 이용된다. 국립생물자원관 김병직 박사 제공

▶ 횟감 등 요리

숭어 요리는 한식, 중식, 양식 등 모두에 가능하다.

주로 회로 먹지만 말려서 쪄먹기도 하고 알은 어란으로 만든다. 어란은 한 개에 수십만원을 하는 것도 있다.

횟감으로는 육질이 다른 회에 비해 단단하고 살집이 많아 식감이 졸깃하고 고소해 많이 찾는다. 날개 쪽 살은 달고, 뱃살은 사각사각한 맛이 있는 반면, 눈 부위는 바삭한 식감, 배 부위는 부드러움이 있다.

아가미 살은 살짝 데쳐 얼음물에 식히고서 회로 먹으면 졸깃 맛이 살아난다.

3~5월 산지인 경남 거제와 하동에서 잡히는 것은 맛과 함께 가성비가 좋아 이 지역 횟집에는 물량이 없어 못 판다고 말할 정도다.

숭어(개숭어·보리숭어)는 수온 차로 해역 간에 차이는 있지만 10~2월에 산란하니 지방이 많은 여름~가을철에 맛있다. 반면 가숭어(참숭어·밀치)는 보리가 피기 시작해 누렇게 될 때인 4~6월 산란해 그 이전인 겨울~봄철에 맛있다.

다만 모든 숭어는 6월이 넘어가면 수온이 올라가 살에 수분이 많아지고 ‘쇠금내’라는 갯내까지 나 맛이 떨어진다. 그래서 '여름 숭어는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오(오월) 농어, 육(유월) 숭어, 사철(사계절) 준치다”란 말도 있어 6월에 숭어 맛이 좋다는 말도 있다. 평가는 먹는 사람 입맛대로인 셈이다

거꾸로 동해안 지역에선 '겨울숭어는 민어와도 안 바꾼다'고 할만큼 맛을 즐긴다. 숭어와 민어는 외모가 비슷하다. 이를 달리 말하면, 여름에 맛을 더하는 민어는 '겨울에 개도 안 먹는다'는 말과 같다. 겨울민어는 말린 뒤 쪄먹은 '건장'으로 주로 먹는다.

숭어 회맛을 두고 이렇게 희비가 엇갈린다. 이는 맛이 드는 시기를 알고 먹으면 최고의 숭어를 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어류는 산란하기 위해 살이 찐 시기에 맛이 있다.

탕으로도 해 먹는데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참숭어맑은탕을 개운하고 시원하다고 적어놓았다. 숭어미역국도 있다. 묵은 김치를 넣은 숭어조림은 꽁치김치조림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맛있다. 또한 통구이로 전을 부쳐도 동태전보다 맛이 고소하다.

▶ 약재

승어는 약재로도 널리 쓰인다. 껍질은 피부와 점막의 장애를 예방한다.

알은 위와 장 등 오장을 편하게 다스리고, 철분이 풍부해 빈혈 등에 좋다. 고담백 저지장 식품으로 다이어트에도 좋다.

▶ 잡는 법

경남 해역에서는 겨울 산란철을 지나 봄 수온이 오르면 연안에서 무리로 발견된다.

숭어는 잡는 방식이 특이하다. 숭어 물떼가 올 때 재빨리 낚아채 잡는다. 자연 친화 조업법이다. 이동하는 길목인 거제나 하동 등 남해안에서 주로 한다.

숭어잡이 전경. 경남도 제공

그물을 내려 놓은 여섯 척의 배를 숭어 이동 길목에 대기 시키고 산 위에 만들어 놓은 절벽 망루에서 망쟁이라고 하는 사람이 숭어떼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이를 테면 '기다리는 조업'이다. 하루 이틀 기약없이 기다리기도 한다.

관찰 중에 바다 가운데에서 번쩍번쩍 빛나는 숭어떼가 고정돼 있는 배 그물 근처에 들어서는 순간 신호를 보내면 망루 초소에서 기다리던 선원들이 뛰어 내려가서 잽싸게 그물을 잡아당긴다. 쳐두었던 그물이 올라오는 건 단 1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자칫 시간을 놓치면 달아나 허망해진다.

이때 힘센 숭어가 그물 속에서 팔딱팔딱 뛰는 것은 장관이다. 숭어는 등은 새까맣지만 배 쪽은 햐얗다.

어망 속에서 파닥거리는 숭어떼. 경남도 제공

자산어보에는 "성질은 의심이 많아 화를 피할 때 민첩하다. 또 잘 헤엄치고 잘 뛴다. 사람의 그림자를 보면 급히 뛰어 달아난다. 물이 탁하지 않으면 여태까지 낚시를 문 적이 없다. 물이 맑으면 그물이 10보쯤 떨어져 있어도 놀라서 움직이고 그물 안에 들었다 하더라도 그물에서 곧잘 뛰어나간다"고 했다.

거제에서 하는 방식은 '숭어들망어업'이라고 부른다. 달리 ‘숭어들이’로 불리고 6척의 배가 동원돼 일명 ‘육소장망’ ‘육수장망’이라고도 한다.

도장포, 망치, 학동, 선창, 다포, 다대 등 거제 해역 6개 어촌마을에서 이뤄지고 있다. 경남도는 숭어들망어업을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 신청을 해놓고 있다.

이처럼 숭어잡이는 지금도 100년이 지난 전통적인 조업 형태를 고수하고 있다. 이유는 숭어가 몸체가 상하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 맛이 좋기 때문이다. 이들 지역 4~5월이면 수온도 알맞아 힘이 세 회를 뜨도 싱싱하다.

과거에는 무동력선 여섯척이 조업을 했으나 종사자의 노령화와 인력 부족으로 인해 전통적 어업방법에 현대적 기술을 접목해 고정식 뗏목과 동력을 활용한 숭어들망어업의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거제에서 이 방식을 고수해 숭어를 잡는 한 어부는 "숭어는 자기의 냄새를 맡으면 돌가가삐예(달아남)"라면서 "자기 특유의 기름 냄새가 없어져야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숭어의 특성을 설명했다. 그는 "최고 8000마리도 잡아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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