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정창현 기자의 고샅길 산책] 하동 평사리의 최참판댁 들판서 펼쳐진 '은하수들의 합창'

정창현 기자 승인 2022.05.21 23:30 | 최종 수정 2022.05.28 16:52 의견 0

더경남뉴스 정창현 발행인 겸 기자가 이번엔 싱그러움이 와닿는 5월 농촌의 고즈넉한 밤을 벗삼아 '밤하늘의 요술쟁이' 은하수를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찾은 곳은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입니다. 박경리 작가의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이 된 곳이지요.

은하수는 별들이 모여 만든 길게 이어진 희미한 별의 무리입니다. 천문학이 발달하기 이전에 하늘 한 켠에 모인 별빛이 은빛 강처럼 보여 은하수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순 우리말로는 '미리내'라고 하는데, 미리내는 용이 승천해 사는 시내로 해석을 합니다.

하동 악양면 평사리 위치도. 네이버 맵 캡처

평사리의 만석꾼인 최참판이 짓던 들판에서 모내기를 갓 끝낸 논 풍경과 부부송(부부 소나무)을 배경으로 은하수를 앵글 속에 차곡차곡 담았습니다.

참고로 이들 사진은 3년 전인 2019년 5월 22일 촬영한 것인데 독자분들에게 소개하고 싶어 사진자료집에서 빼냈습니다.

저 하늘의 은하(사선 형태)와 저 건너편 동네 가로등 푸른 불빛, 들판 한 가운데에 고고하게 서 있는 부부송, 그리고 갓 모심기를 끝낸 논의 정취. 이날의 주연은 은하인데도 어느 것 하나 빼면 안될만큼 밤풍경의 어우러짐이 조화롭습니다.

촬영을 5월 말로 택한 것은 4~6월이 은하수가 나타날 확률이 가장 높고, 우리나라와 같은 북반구에서는 여름철 은하수가 가장 밝고 두껍게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이 무렵은 통상 여름이 시작된다는 소만 절기 때입니다. 차가운 밤 기온 등을 고려해 5월 중순으로 잡았습니다.

앵글 시야를 좀 더 넓혀 앵글에 담아봤습니다.


또다른 느낌을 줍니다. 갓 심은 모의 연초록 색상이 아주 선명해 하늘의 은하수와 가로등 빛이 3등분 되면서 아주 선명한 한장의 귀한 사진이 탄생됐습니다.

은하수를 찍을 수 있는 행운의 시간은 자주 주어지진 않습니다. 때를 잘 택해야 제대로 된 청정 은하 사진물이 빚어집니다. 물론 이때엔 '별 헤는 밤'을 덤으로 즐기게 되지요.

은하수를 찍으려면 '빛'이란 방해꾼을 피해야 합니다.

우선 달이 뜨지 않아야 합니다. 또 구름이 없는 맑은 날에만 관찰됩니다. 봄이면 나타나는 미세먼지는 물론 습도도 일정 수치를 넘기면 다음으로 미뤄야 합니다.

이런 조건들로 인해 대기의 탁도가 상대적으로 심한 도심에서는 좀처럼 관찰하기가 어렵지요. 사진은 당연히 찍지 못합니다.

은하수와 연관된 밤하늘 이야기가 많네요.

은하수가 견우성과 직녀성 사이에 위치해 칠석날(7월 7일)이면 견우와 직녀가 1년에 한번 까치와 까마귀가 만들어준 긴 다리를 건너 만난다는 이야기가 있지요. 이 길다란 다리가 우리가 잘 아는 은하수입니다.

그리스신화에서는 제우스가 아내 헤라가 잠들었을 때 아들 헤라클레스에게 젖을 물렸는데 헤라클레스가 워낙 세게 젖을 물어 놀란 헤라가 잠을 깨면서 그를 밀쳤고 이때 뿜어져 나온 젖이 은하수가 됐다고 합니다. 영어로 은하수를 '밀키 웨이(milky way·우유의 길)'라고 쓰는 연유이기도 합니다.

또한 은하수를 스페인어로 '갈락티코스'라고 하는데 이 단어는 스페인의 명문 프로축구 클럽인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 영입 정책을 의미합니다. '칼라틱(Galactic·은하수의)'의 뜻처럼 전세계의 초특급 슈퍼스타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은하수를 이룬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더경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