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너) 죽고 나 살자' '같이 죽자' '같이 살자'···. 일상에서 자주 듣고 쓰는 말입니다.
'니 죽고 나 살자'는 경쟁 관계를 좀 더 살벌하게 표현한 말이고, '같이 죽자'는 주로 어머니들이 속을 썩이는 자식을 향해 던지는 말입니다. 어릴 땐 자주 들었지요. 세근(시근)머리가 들어도 자신의 역할을 못 하는 자식을 더러 하는 말입니다.
오늘(30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에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하나 살리기 위해 '우리 모두 다 죽자' 선거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공도동망'이란 사자성어를 썼습니다.
공도동망(共倒同亡)은 '넘어져도 같이 넘어지고 망해도 같이 망한다'는 뜻으로 운명을 같이함을 의미합니다. 뜻과 음은 함께 공(共), 넘어질 도(倒), 같을 동(同), 망할 망(亡)입니다.
그는 이 후보의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민주당이 같이 망하는 '공도동망' 정책이라고 공격했습니다. 이 후보는 앞서 지난 27일 같은 당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와 김포공항을 인천공항으로 이전하고 자신이 출마한 계양 등 수도권 서부를 개발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지요.
그런데 민주당 내부에서 이를 두고 내홍을 겪고 있습니다. 서울 시민들도 공항 이용에 꽤 불편해집니다. 이 후보가 대안으로 내놓은 인천공항과 충북 청주공항, 강원 원주공항은 김포공항보다 한참 멀지요.
같은 당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 등은 이미 성남공항을 김포공항으로 옮겨야 한다고 공약해 엇박자를 보입니다. 특히 민주당 제주 지역에 출마한 후보들의 반발이 거셉니다. 제주 관광을 말살하는 것이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고요. 내국인, 특히 서울 시민들이 제주 여행을 많이 합니다.
이런 이유로 하 의원이 "민주당 안에서 이 후보 나만 살고, 동지는 다 죽이자는 식의 선거를 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것 아니냐"이라고 힐난한 것이지요. "이 후보 본인 빼고 다 싫어하는데 국민들이 극단적 이기주의 정책을 펴는 사람을 리더로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겠느냐"고도 했습니다.
참고로 국토교통부는 작년 12월 김포공항 일대(면적 35만여㎡)를 최첨단 도시교통허브로 만든다는 계획을 발표했었습니다.
김포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가 주도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이 오는 2027년까지 2조 9640억 원을 투입해 도시철도와 간선급행버스, 도심항공교통 이착륙장 등을 건설합니다. 미래형 교통허브 시설과 모빌리티 혁신산업 시설 등이 들어서지요. 국토부는 4조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네요.
모레가 지방선거일입니다.
이 후보의 김포공항 이전 공약이 '자기도 망하고 전체 민주당도 패배의 길로 가는 결과'로 귀결될 지 궁금합니다.
공도동망은 1919년 3월 1일 독립만세운동 때 민족대표 33인이 국내외에 선언한 '3·1독립선언서'에도 나옵니다.
독립선언서는 최남선이 초안을 작성하고 민족대표 33인이 서명한 후에 한용운이 공약 3장을 따로 덧붙였습니다.
독립선언서 중 '공도동망'이 나오는 구절을 소개합니다.
"울분과 원한이 쌓이고 쌓인 2천만 국민을 힘으로 붙잡아 묶어둔다는 것은 다만 동양의 영원한 평화를 보장한다는 이유가 안 될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동양의 위태함과 편안함을 좌우하는 4억 중국 사람들의 일본에 대한 두려움과 시기를 갈수록 짙어지게 하여, 그 결과로 동양 전체가 함께 쓰러져 망하는(共倒同亡) 비운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오늘 우리 조선 독립은 조선 사람으로 하여금 정당한 삶과 번영을 이루게 하는 동시에, 일본으로 하여금 잘못된 길에서 벗어나 동양을 버티고 나갈 이로써의 무거운 책임을 다하게 하는 것이며, 중국으로 하여금 꿈에도 피하지 못할 불안과 공포로부터 떠나게 하는 것이며, 또 동양의 평화가 중요한 일부가 되는 세계 평화와 인류 복지에 꼭 있어야할 단계가 되게 하는 것이라. 이것이 어찌 구구한 감정상의 문제이겠느냐!"
여기서 '공도동망'은 앞으로 닥칠 사태에 운명을 함께하는 상황 또는 그러한 관계를 가리키는 말로 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