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보복수사'란 단어를 끄집어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말은 약하게는 '내로남불'이고 강한 말로는 '적반하장'이다.
우 위원장은 이날 국회 비대위 회의 모두발언에서 "일부 보도를 보면 (검찰이) 민주당 박상혁 의원을 소환 조사하겠다고 한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보복수사의 시작으로 규정한다"고 말했다.
앞서 일부 언론은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 동부지검은 박 의원이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2017∼2018년) 하면서 산업부 산하 공기업 기관장의 사퇴와 관련해 청와대 의중을 전달한 혐의로 소환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우 위원장은 이어 "이명박 정부 때도 정치보복 수사가 있었다. 그러나 이런 정치보복 수사는 반드시 실패하고 정권의 몰락을 가져온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대응기구를 만들어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점검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문재인 정권이 집권 5년 간 지속해온 국정농단-적폐청산이란 명목의 '정치 보복 수사'를 까마득히 잊고서 하는 말 아닌가? 이처럼 우 위원장의 말에 여론의 반응은 차갑다.
문재인 정권이 적폐청산이란 명목으로 휘두른 칼의 용도가 의뭉스러운 데는 한 두곳이 아니다. 많은 국민은 '용도의 잘못'을 합리적 의심을 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정권을 내놓기 전까지 자기 진영 인사의 비위는 줄곧 숨기고, 뭉개고, 지연을 시켜왔다. 국민의 눈과 상식으로는 말 그대로 눈 뜨곤 참고 볼 수 없는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
뻔히 보이는 잘못인데도 온갖 어줍잖은 명분을 들이대면서 합리화 시켰다. 이는 문재인 정권이 집권 내내 자신들이 바라는 결론을 찾아가는 오기로 밖에 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또한 '선민(選民)의식', 즉 본래부터 자기들(패거리)은 일반국민보다 우월하고 깨끗하다는 의식이 지배하고 있었다. 이는 줄곧 저잣거리에서의 안주거리가 됐다.
자신들의 진영논리에 갖힌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국민은 "저런 잣대도 있구나" 했다.
이처럼 많은 비리 의혹들을 이제 와서 들여다 보자는 것이다. '도둑이 제발 저린다'는 말을 떠울리는 건 기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기자가 지난 5년 간 접한 많은 공직자들은 하나같이 불안해 했다. 쉬운 말로 '칼날을 꽂은 정권의 럭비공'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었다. 그래서 말조심, 몸조심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칭 '정의롭고, 공정하다'는 주장하던 세력들이 군사정권 시절과 같은 분위기를 만든 것이다.
'적폐청산'이란 말 아래서 자살한 공직자가 수명이다. 교도소를 들락날락한 사람만도 수백명이다. 오죽했으면 해방 직후의 죽창 세력들이 다시 나왔다는 말이 나왔겠나?
자신들이 하면 적폐청산이고 남이 하면 정치보복으로 들리는 등식엔 수긍하기가 어렵다. 5년 간 '특정 잣대'를 갖고 휘두른 게 너무 많았다. 우 위원장의 말이 국회 180석의 위용(?)은 아직도 무탈하다는 오만부당한 말로 들리는 이유이다.
대부분의 국민은 이젠 '민주의 탈'을 쓴 좌파 정권의 '술수 프레임'을 모두다 알고 있다.
지금은 5년 동안 '한쪽으로 기울어진'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을 앉혀 놓고 왜곡과 증거 인멸, 회피 꼼수, 수사 지연으로 미뤄진 것들을 찾아 내야 하는 시기다. 원전 경제성 평가, 울산 선거 개입, 4대강 보 철거 등이 그런 것이고, 시시비비는 꼭 가려져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바로선다.
우 위원장의 말과 같은 민주당의 오만은 '검수완박(검찰 수사 완전히 박살)'에서 그 결정판을 여실히 보여줬다. 말 없이 두 눈으로 보아오던 국민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묵언의 심판'을 했다. 백성의 심성은 잔잔한 물결과 같다고 한다. 한번 이 잔물결이 성이 나면 나라가 겉잡을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덧붙여 말하면, 민주당 내부에서도 지방선거 참패의 상당 부분이 이를 밀어붙인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인 '처럼회'의 탓이 크다고 인정하고 있다. 처럼회 멤버들의 무능함과 고집이 생산한 결과는 말이다.
우 위원장은 이날 "정치보복 수사는 반드시 실패하고 정권의 몰락을 가져온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5년 간의 민주당 정권이 딱 이 부류였다. 그래서 대선과 지방선거 두 번의 선거에서 완패했다. 아쉽게 진 것이 아니라 집권 민주당의 그 오만함에 민심이 공격한 것이다.
지금 우 위원장은 이런 이유들로 비대위원장 자리에 앉아 있다. 그의 이날 말이 자신의 자리 역할이 무엇서인지를 모른다는 뜻이다. 아니면 지난 민주당 정권이 안 할 짓을 너무 많이 해서 불안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