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청와대 탁현민 의전비서관의 말이 점점 잦아지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언론에 얼굴을 내미는 빈도가 많아졌고, 대체로 원맨쇼를 하는 듯하다. 정권 공치사 해석을 붙이는 등 국민의 눈귀에는 아귀가 맞지 않은 말도 띈다. 다른 측근들은 정권 말기에 몸 사리기에 들어간 듯한데 연일 혼자서 열일을 하는 것도 같다.
왜 저럴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내놓고' 하는 말도 별로 보이지 않는데 그의 말은 날카로운 예각을 두서없이 그린다. 앞뒤 전후를 살펴봐도 당선이 측의 멘트가 그렇게 우악스런 것도 없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국민이 모르는, 마음이 캥기고 오금이 저리는 뭔가가 많은 걸까. 아니면 정권을 내놓아야 할 지금, 국민에게 알려야 할 것이 많아서일까? 좌파의 콘크리트 지지 40%에 기대려는 심산일까?
그의 말을 듣자 하면, 정권 5년 내내 구사해 논란거리가 돼온 '내로남불'에다가 정치적 상대에게 생채기를 내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코로나 2년 간 생업에 바쁜 국민은 구중심처 청와대와 권모술수의 여의도 바닥의 속내를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상식을 생각하고 상식으로 묻는 것이 국민이다. 이게 모이면 민심이 아닌가.
꼭대기까지 오른 집값에 연일 치솟는 물가에 국밥 한그릇 먹기도 너무 겁이 나는 지금이다. 아마도 국민들은 이 정권이 '촛불정권'임을 내세우자 엄청난 실락원이 올 거라고 믿었다가 지그은 '정신적 낭패'를 겪고 있지는 않을까?
최근 그가 한 말들을 살펴보자.
탁 비서관은 4월 27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문재인 대통령께서 퇴임한 후에 정말 행복하게 남은 삶을 사셨으면 좋겠다"며 "퇴임 후에 대통령을 걸고 넘어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걸고 넘어지면 물어버릴 것"이라고 험한 말을 뱉었다.
전날인 25~26일 JTBC에서 방송된 문 대통령과 손석희 전 앵커의 대담 프로그램(‘대담 문재인의 5년’)을 두고 국민의힘 측에서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하자 "내로남불, 그쪽에서 이미 가져간 걸로 안다"면서 한 반박이다.
문 대통령은 대담에서 ▲부동산 ▲경제 ▲남북문제 ▲인사 ▲내로남불 논란 ▲조국 사태 등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물론 탁 비서관이 기획한 것이다.
탁 비서관은 “그간 문재인 정부를 둘러싼 의혹과 프레임, 적극적으로 공박하지 못한 것들까지도 대통령께서 다 말씀하셨다”며 여론과 꽤 동떨어진 잣대를 들이댔다.
하지만 지난 5년 간 불거진 문제들에 진정한 사과 대신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해명을 많이 했다는 평을 받는다. 저잣거리 여론은 위에 언급한 사례들이 하나같이 비상식적이었고, 결국 실패로 귀결됐다고 보고 있다.
시중에선 "정권 중반까지 고집을 부린 '소득주도성장'은 택도 아닌 정책"이라고 진단한다. 실제 내놓은 성과는커녕 자영업자들의 등골만 휘게 만들었다.
문재인 정권이 운이 좋은 게 소주성이 잊혔다는 것이다. "소주성으로 '국민 대다수가 개피를 볼 때' 코로나19가 터져 실정들이 잊혀지면서 살아났다"는 말은 오래 전부터 돌고 있다.
탁 비서관의 '물어버릴 것'이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비난의 말들이 이어졌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탁현민이) 입마개를 안 하면 벌금을 물 수 있다"고 촌철살인 조언을 내놓았다.
김형동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다른 사람들은 다 아는데 본인만 모르는 모습이 마치 영화 ‘트루먼쇼’를 보는 것 같았다”고 했을까? 김 대변인은 “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민심과 괴리된 채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지낸 문 대통령 5년 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압축판이었다”고 했다.
김정화 대통령직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상임자문위원은 "나의 언어의 한계는, 나의 세계의 한계. 말에 품격을 더하시라"며 "입마개가 필요해서야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윤 대선 캠프 전략비전실장을 지낸 김근식 교수는 "'물어버리겠다'니 문 대통령 곁을 지키는 사냥개라도 자처하는 것이냐"며 "문 대통령은 잊혀진다고 될 일이 아니고 퇴임 후 역사의 평가에 겸손해야"고 비꼬았다.
탁 비서관은 이날(27일) 같은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또다른 이슈로 정치 상대를 공격했다.
그는 "요즘은 이준석의 이중잣대, '이준잣대'라는 말이 많더라. 그 표현이 (내로남불 표현보다) 더 와닿는다"며 "(국민의힘도) 표현을 더 많이 개발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청와대 완전개방 준비에 대해서도 "(문재인 정부도) 여민관과 일하는 사무실을 제외하고는 다 개방하지 않았나. 뭘 더 개방할 수 있느냐는 생각이 든다"며 "본관이나 상춘재 안까지 다 열어놓고 사람들이 들어오게 한다면 관리가 될까 하는 의문도 든다"고 했다.
이어 현재의 청와대 관람은 신청한 국민들에게 해설사가 청와대 경내를 함께 다니며 설명을 해주는 방식이라며 "(새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고 막 들어가게 하겠다는 것인지, 그게 좋은 것인지 두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많은 국민은 이 말에 '샘'이 들어있다고 본다.
보통 사람인 기자도 탁 비서관의 이런 저런 말을 듣다 보면 '저렇게 하고픈 말이 많고, 샘이 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 청와대를 광화문으로 옮기겠다고 약속했지만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급기야 지난 7일엔 허위사실 유포 문제로까지 번졌다.
유튜브 '다스뵈이다' 진행자 김어준 씨는 6일 탁 비서관과 함께 윤 당선인이 관저로 사용하기로 한 외교부 장관 공관 정원에 있는 나무 한 그루 사진을 공개한 뒤 "김건희 여사가 공관 방문 당시 해당 나무를 자르라고 했다는 사실을 들었다"고 밝혔다.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는 7일 김 여사의 외교부 공관 방문과 관련 입장문을 내고 "친문 세력의 대표 선동자인 탁 비서관과 친문 대표 유튜버 방송인 김어준은 거짓 주장과 허위 소설을 지속해 유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탁 비서관은 본인 근무지(청와대)도 아닌 외교부 장관 공관을 방문해 현 외교부 장관 배우자를 면담한 이유가 거짓 선동을 위한 허위 소설 각본 작성을 위해서였나"고 덧붙였다.
탁 비서관이 뱉은 말들이 선동적이라면, 또한 시장통에서 소주 한잔을 놓고 하는 분위기의 말이라면 탁 비서관은 상당히 큰 실수를 한 것이다.
물러나는 문 정부에도 공과가 없는 것이 아닐 것이다. 공을 부각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지지자들도 부동산 문제와 내로남불 논란 발언들은 동의하지 못하는 이들이 꽤 있었을 것이다.
요즘 탁 비서관의 언행을 보면 외고집이고 시야가 좁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수년 간 한 나라를 다스리는 청와대의 주요 일원이었으면 큰 틀을 놓고 고민을 해야 한다. 탁 비서관에겐 그런 점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그릇이 작아 보인다.
탁 비서관이 성숙해졌으면 좋겠다. 말끝마다 행동마다 상대를 지청구 하는 버릇을 떨쳐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잊혀지길 바란다고 했다. 말한대로 그렇게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