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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구 민심] 막 던지는 '뜬금포' 지방선거

더경남뉴스 승인 2022.05.28 23:43 | 최종 수정 2022.05.29 11:29 의견 0

"최악의 코너에 몰리면 나라도 팔아 먹을 것 같아"(27일 온라인 댓글)

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 운동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인천 계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김포공항 이전' 선거 공약이 여론을 핫하게 달구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논의 과정이 생략된 채 발표돼 당은 내홍에 휩싸였고 외부 여론도 썩 긍정이지 않다.

이 후보는 지난 27일 서울 강서구에 있는 김포공항을 다른 곳에 옮기고 이곳을 중심으로 신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와 정책협력이란 명목으로 발표했다.

김포공항을 페쇄하면 대안으로 서울 서남권 주민은 인천공항을 이용하고, 서울 강남 쪽 사람은 충북 청주공항을, (광진구의) 워커힐 동쪽 주민은 강원 원주공항을 이용하면 된다고 부연했다.

짐작컨대 자칫 질 수 있는 계양 유권자의 표심을 띄우고, 열세인 충북과 강원도 들썩이게 하면 득표에 긍정이란 판단을 했을 것 같다. 송 후보도 이미 서울은 기울어져 찍을 사람은 정해졌다며, 패배를 자인하면서 위기 앞에 선 동지 '이 일병 살리기'에 나선 것으로 보여진다.

이재명 후보

하지만 이 후보가 출마한 계양에서 예상치 않게 국민의힘 후보와 박빙의 지지율을 이어가자 급한 마음에 터뜨린 '방탄 공약'이란 비난을 듣고 있다.

이 후보로서는 명색이 대통령 후보로 나왔었는데 계양의 25년 토박이 의사 윤형선 후보(국민의힘)가 강력한 도전자로 급부상 하자 큰 위협을 느꼈을 법하다.

어찌됐던 이 후보로선 이겨도 큰 표차로 이기지 못하면 망신을 톡톡히 당하게 되고, 그가 민주당 내에서 큰 논쟁이 돼 있는 팬덤정치(광신정치)의 상징성도 갖고 있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오죽했으면 지면 죽는다는 목 자르는 시늉을 했을까. 요즘 그의 별명은 '끽재명'이다.

이 후보로서는 선거전 막판 승부수를 던질 수밖에 없었을지 모른다.

문제는 '과정'이 생략되면서 논란이 더 커져버렸다.

이런 큰 공약거리를 그가 속한 민주당내에서조차 논의가 없었다고 한다. 더욱이 그는 이번 지방선거 민주당 선대위원장직을 갖고 있다. 그런데 당내 정책을 총괄하는 정책위원회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민주당 제주 지역구 의원들이 들고 일어났다. 제주의 전체 산업에서 관광산업이 70% 이상을 차지하는데, 큰 타격이 우려된다는 지극히 직접적이고 단순한 이유다.

민주당 제주 지역구 의원들은 28일 오후 민주당 오영훈 제주도지사 후보와 함께 김포공항 이전 공약 반대 취지의 성명을 냈다.

이들은 “제주의 미래가, 제주도민의 자주권이, 과연 특정 정치인의 발언에 좌지우지된다면 그게 정당한 것인가”라고 밝혔다. 이 후보를 겨냥한 말이다.

민주당 제주도당위원장인 송재호 의원도 “같은 식구인 제주 의원들과 한 번도 논의된 바가 없다”며 “중앙당도 이 이야기를 전혀 모르고 있다”고 했다. 이어 “대선 과정에서 검토된 이야기는 맞지만 그때 아직은 이야기 할 때가 아니라고 정리를 한 사안”이라며 지난 과정도 설명했다.

그는 ‘김포공항 이전’ 공약 철회 가능성에 대해 “하늘에 떴다가 신기루, 연기처럼 사라질 것”이라고까지 혹평을 했다.

민주당 내부 논의가 없다 보니 이 후보의 김포공항 이전 공약은 전국 최대 격전지인 경기도와 성남시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의 공약과도 배치돼 버렸다.

민주당 김동연 경기지사, 배국환 성남시장, 김병관 경기 분당갑 보궐선거 후보는 지난 26일 성남에 있는 서울공항을 이전하고 대통령 해외 출입 공항 기능은 김포공항으로 옮기자고 제안했었다.

당연히 국민의힘의 공세가 거세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8일 예정됐던 일부 일정을 취소하고 제주국제공항에서 ‘제주 관광산업 말살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진짜 제정신이 아닌 보궐후보 하나 때문에 전국 항공 정책이 다 무너지게 되었다”며 “이재명 후보는 (대선 때 한국의) 기축통화국 가능성 발언에 이어 몇 달 만에 수직이착륙 여객기로 무지함을 드러내고 있다. (세계 최고 항공사인) 보잉과 에어버스도 엄두를 못내는 프로젝트, 본인이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토니 스타크라고 착각하시는 것 같다”라고 직격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서울시장 후보(송영길)와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이재명)가 콜라보로 뜬금포 공약을 내고 (민주당의) 제주도에서는 반대 기자회견을 하는 게 ‘집단 멘붕’ 같다”고 쏘아붙였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도 “서울 동부·북부 권역에 사는 분들은 어떻게 하라고 멀쩡한 공항을 폐쇄하고 인천공항으로 옮겨서 합친다고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판단력에 좀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아무리 선거가 급하고 이재명 살리기에 나섰다고 김포공항을 인천에다 합친다는 그런 공약에 동의해 주는 송 후보를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후보는 “노원구에서 김포공항 가는데 얼마나 걸리나, 지하철도 (잘 돼 있어) 좋다”면서 “그런데 그분들 말이 노원구나 강북구, 도봉구, 중랑구, 광진구 등 서울 동쪽에 사는 분들은 김포공항 없어진 다음에 원주공항을 이용하라고 한다”고 했다.

이어 “원주공항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한번 (지도에서) 찍어보니까, 꼭 2시간이 걸린다고 나온다”며 “여러분, 앞으로 김포공항 폐쇄 되면 원주공항으로 갈 생각 혹시 있으십니까?”라고 물었다.

오 후보는 또 “서울 남쪽에 사는 분들은 청주공항으로 가라고 그런다. 청주공항도 아마 안 막혀도 1시간 반 걸리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하지만 이 후보 캠프의 김남준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대표는 김포공항 공약을 ‘망언’이라며 수도권 서부대개발을 꿈꾸는 국민의 바람을 짓밟았다”고 했다.

이어 “선무당이 사람 잡고 빈 수레 요란하며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한다”며 “이 대표가 주장하는 것은 교통정책의 ABC도 모르는 낯 뜨거운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인천공항으로 연결되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D Y 노선을 추진해 서울에서 인천공항까지 빠르게 이동하게 될 것”이라며 “강남에서 김포공항을 가는 시간보다 인천공항에 가는 시간이 더 단축돼 제주 관광을 위한 접근성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내부는 지금 지방선거를 치르기로는 정상적이지 않다.

자당 국회의원들의 성비리 징계 논란에서 촉발된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윤호중 원내대표 간의 갈등이 불거져 있고, 광신도와 같은 펜덤정치의 종식 주장과 86세대의 용퇴를 놓고 내홍은 깊어져 있다. 여기에다가 김포공항 공약 논란도 더 커져 수습하기가 어려운 지경이다.

기자는 며칠 간의 김포공항 이전 논란을 지켜보면서 이전의 민주당 전략·전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직관하게 됐다. 통상 진보좌파가 보수우파보다 네거티브를 많이 하는 편이다. 각 진영의 이념의 정서가 그렇다고들 말한다. 진보좌파는 어떤 사안이든 꼬챙이처럼 상대를 후벼파는 성향이 있다.

요즘 기자의 이메일로 들어오는 선거 관련 보도자료를 보아도 민주당 후보들의 이메일에는 내용이 충실한 정책보다 상대의 약점을 꼬투리로 잡아 공격하는 자료가 몇 배 맞다. 소위 말해 상대가 내놓은 공약 내용을 수준에서 머문다. 정작 내놓은 공약 내용은 만족스럽지 않다는 말이다. 물론 지방선거 전체의 판세가 민주당에 불리한 측면이 있지만 기자의 오랜 경험상 이번만의 경험은 아니다.

이번 민주당 내의 팬덤정치 논란을 지켜보면서도 바로 뒤에 혐오정치란 단어가 곧바로 따라붙었다. 분란을 일으켜야만 이득을 본다는 게 저변이 깔려 있다는 말이다.

진보좌파는 선거 막판에 주로 큼지막한 의혹성 이슈를 던지곤 했다. 선거가 끝날 때까진 진의가 밝혀지지 않는다는 '시간의 전략이자 전술'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랴'란 지극히 단순한 것으로 공략하는 전략이다. 그동안 이 전략은 상당히 먹였고 적지 않은 유권자들이 동조했을 수도 있다. 근자에서만 봐도 서울시장 선거 때 '서초구 내곡동 생태탕' 건 등 막판에 던지는 카드로 써 왔던 '무기'가 적지가 않다.

하지만 너무 자주 오래 써먹다가 보니 유권자들이 대체로 알게 됐고, 이는 선거 전략으로서는 '맛이 간' 상태가 돼 버렸다. 이래서 남은 것이 실현성이 있든 없든, 맞든 아니든 충격요법을 쓰게 된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기자는 보았다. 이번 ‘김포공항 이전’ 공약이 이런 유형으로 보이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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