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열린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실수 발언들이 연일 화제다. 각종 어록들이 만들어져 인터넷 게시판을 달구고 있다.
최강욱·김남국·이수진 등 민주당 내 '처럼회' 소속 의원들은 청문회 내내 이런 저런 실수를 저질러 원맨쇼를 이어서 보는 듯했다는 반응들이다.
처럼회는 최강욱·김남국·김용민·이수진·민형배(탈당 후 무소속) 등 민주당 강성 초선 의원들의 모임으로 검수완박(검찰 수사 완전 박탈) 국회 통과를 주도했다.
이 의원은 청문회 내내 고함을 질러대 '주정(酒酊) 청문회'란 비판을 받았고, 김 의원은 이모 교수를 '이모'라고 엉뚱하게 풀이해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최 의원은 '한**'을 한 후보자의 딸이라고 공격했다가 한 후보자가 '한국쓰리엠'이라고 지적해주기도 했다. 서류에 '영리법인'이라고 쓰여져 있어 웃음거리를 자초했다.
이들 말고도 김용민 의원은 "나는 윤석열 대통령이 마음에 안 든다"며 묻지도 않은 자기 고백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민형배 의원은 감수완박 진행 과정에서 위장탈당을 했다는 지적에 발끈해 횡설수설하면서 탈당의 명분을 설명하지 못했다.
이들 '처럼회' 의원들은 청문회 공격대를 자처했으나 얕은 지식과 준비 부족으로 밑천이 금세 드러나고 말았다. 일각에서는 평소 의정 활동을 하면서 사안에 동떨어진 주의주장에 함몰돼 공부를 게을리한 게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는 가혹한 평가도 내린다.
대부분의 민주당 의원들이 힘 한번 쓰지 못하고 한 후보자에 당했지만 이 중 정도가 과한 사례를 소개한다.
이날 망신의 물꼬는 최강욱 의원이 텄다.
그는 한 후보자 딸의 복지관 노트북 기부 의혹을 제기하며 익명 표기인 ‘한**’(기업인 한국쓰리엠)을 한 후보자의 딸로 보고 추궁했다.
최 의원은 한 후보자 딸이 입시용 스펙을 쌓기 위해 어머니 인맥을 이용해 복지관에 자신의 명의로 노트북을 기부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확인해보니 물품을 지급했다는 기증자가 한 아무개로 나왔다. 영리법인이라고 나온다"고 물었다.
한 후보자는 "'한OO'이라고 된 것은 '한국쓰리엠' 같다. 영리법인이라고 돼 있지 않느냐"며 "제 딸 이름이 영리법인일 수 없다. 영수증이 한국쓰리엠이라고 돼 있기 때문에 다시 확인해보셨으면 좋겠다"고 지적해 줬다. 최 의원은 머쓱했는지 쓰고 있던 안경을 들어 올린 뒤 자료를 얼굴 가까이 가져와 읽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최 의원을 두고서는 청문 질의의원으로 앉을 자격이 없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그는 조국 전 법무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활동 확인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다. 최 의원이 청문회에서 “부모 찬스”라면서 조국 비리 수사 당사자(한동훈)를 검증하는 게 '내로남불 코미디의 전형'과 같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수진 의원은 청문회 내내 '주정을 부리는 듯한 말을 쏟아내 "어제 먹은 술이 안 깬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뱉은 말투도 험악해 추미애 전 법무 장관과 손혜원 전 국회의원을 합쳐 놓은 수준이란 지적도 받았다.
질문도 엉성해 한 후보자에게 되치기마저 당했다.
그가 “검찰 수사 인력이 6천명이나 되는 나라가 세상에 있느냐”고 질문을 하자 한 후보자는 “내가 근무해서 아는데 미국은 더 많다”고 했다.
그러자 대뜸 “정말 이런 식으로 할 거냐”고 소리쳤다. 이어 한 후보자가 “말씀해 달라”고 하니 “뭘 말씀해?”라고 역정도 냈다.
그의 역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연한 말씀”이라고 하면 “당연해?”라고 윽박성 말을 했고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검찰이란 조직을 위해 일하는 자리가 아니다. 명심하시라”는 그의 말에 한 후보자가 “잘 새기겠다”고 했더니 “비꼬냐?”고 엄포를 놓았다. 참석 동료 의원들이 이를 두고 웃으니 “왜 웃냐. 제 질문이 웃기냐”며 고성까지 질렀다.
SNS 등 각종 온라인에서는 “낮술 한 것 아니냐”며 취권이란 이름이 붙인 패러디도 돌고 있다.
김남국 의원은 망신살의 대미를 장식했다.
그는 한 후보자 딸의 논문 공저자를 두고 “이모와 함께 썼다”는 생뚱맞은 의혹을 제기했다. 이는 ‘이모 교수’를 ‘이모인(라는) 교수’로 해석한 것으로 짐작된다.
그는 한 후보자의 딸의 논문 공저자를 두고 "2022년 1월 26일 논문을 이모하고 같이 1저자로 썼다"고 주장했다.
듣던 한 후보자가 "누구하고 같이 썼다고요? 제가 이모랑 뭘 같이 썼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 이모랑 했다는 것을 알려달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이모하고요, 이모"라고 했다. 그러자 한 후보자는 "제 딸이요? 누구의 이모를 말씀하시는 거냐"며 "제가 (딸 교육에) 신경을 많이 못쓰기는 했지만, 이모와 논문을 같이 썼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논문을 한 번 찾아보시라”라고 대꾸했다.
김 의원이 언급한 이모는 한 후보자 처가쪽 조카가 쓴 논문의 교신저자인 조카의 외숙모 '이모 교수'를 잘못 알고 질의한 것이다.
김 의원은 발언이 끝난 후 "이모가 썼다는 논문은 같이 쓴 게 아닌 것으로"라며 질의를 잘못 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한 후보자는 "아닌거죠?"라고 되묻기도 했다.
이와 관련,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처참한 수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처럼회' 소속 의원들의 활약이 대단했다”며 "청문회는 민주당의 완패"라고 혹한 평가를 내렸다.
진 전 교수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처럼회, 이참에 극단 차려 대학로로 진출해 보심이"라며 "청문회가 아니라 개그 콘테스트를 보는 듯"이라고 했다.
이어 "영리법인이라고 명시돼 있는데 '한OO'이니 네 딸이라고? 법인이란 게 원래 인간 아닌 대상에 법적 인격을 부여하는 것 아니냐"며 "그보다 빛나는 것은 '이모 교수'를 이모로 해석하는 김남국 의원의 창의성"이라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또 10일 CBS 라디오에서 “한 후보자가 민주당 의원들을 판판이, 속된 말로 발라버렸고 민주당은 거의 개그 콘테스트를 하고 있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최 의원은 영리법인 한○○을 보고 ‘(한 후보자의) 딸 아니냐’고 질러버리고 김 의원은 이모 교수를 갖다가 이모로 이해를 해 ‘조모 교수는 조모냐, 고모 교수는 고모냐, 장모 교수는 장모냐’는 비아냥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 말고도 “민주당 김영민 의원이 ‘비서실장한테 연락하지 왜 김건희한테 연락하나’라고 하자 한 후보자는 ‘검찰총장은 비서실장이 없다’고 답했고 ‘그럼 가장 밑의 직속 부하한테 연락을 해야 하지 않냐’고 하자 한 후보자는 ‘그게 저인데요’라고 했을 때 개그콘테스트가 됐다”고 평가했다.
진 전 교수는 민주당 인사청문회 주력이 '처럼회' 소속인 점을 강조하며 “한동훈 인사청문회가 아니라 민주당 인사청문회가 돼버린 것 같았다”고 측은해 했다. 한 후보자 청문회로 오히려 민주당이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를 내린 것이다.
그는 한 후보자 자녀의 논문 대필 논란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맥락을 제대로 짚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자꾸 조국을 옹호하려고 하다 보니 스텝이 꼬여서 정교하게 들어가지 못한 것”이라며 “보는 내가 답답하더라”며 혀를 찼다.
아울러 “윤리적인 책임을 묻는, 그 부분을 명확하게 짚었어야 했다”며 “그 부분을 자꾸 조국보다 더 한 것이니 뭐니 이렇게 하다 보니 말이 꼬여버렸다. 공직자 자격 검증이 아닌 낙마 시키려는 의도가 너무 앞서 망쳐버렸다”고 진단했다.
또 “상식적으로 볼 때 (한 후보자 딸 의혹은) 분명 외국대학 입학을 위한 스펙 쌓기였다. 그 부분을 분명하게 얘기하고 사과를 받아내야 하는데 제대로 공격을 못해 (한 후보자가) 애매모호하게 사과하긴 했지만 명확한 사과는 못 받아냈다”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11일 페이스북에서도 조국 사태를 대하는 민주당의 태도를 지적했다.
그는 “박지현(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도 결국 조국의 강에 빠졌다”며 “어차피 무늬만 비대위원장이었는데 그 무늬마저 강물에 지워졌다”고 비판했다.
앞서 박 위원장은 9일 비대위 회의에서 한 후보자에 대해 “제가 가장 분노하는 건 조국 일가를 쑥대밭으로 만든 수사 책임자가 미국과 영국을 넘나드는 국제적 규모의 가짜 스펙을 만들어 딸에게 선물했다는 점이다. 한동훈의 내로남불 정말 놀랍다”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손혜원 전 의원도 "바보 같은 민주당, 또 한동훈에 당했다"고 한탄했다.
그는 "오늘 국민의힘당이 '최강욱'을 물고 늘어지는 것은 100% 한동훈의 작전일 것"이라며 "당연히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명칭을 초장에 내질러 판을 깨버리는 전략 또한 미리 계산된 전략일 것"이라고 했다.
친민주당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서 10일 한 네티즌은 김 의원을 향해 “깔 거 많은데 2시간 자고 (청문회) 준비했다면서 시간 날리고 상대 주장을 강화시켜줬다”라고 비난했다.
한 후보자의 청문회는 결국 민주당의 강성 초선 의원들의 무지와 무능만 드러낸채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