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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점검] 대폭 줄어든 밤 과수원 헬기 항공방제···'망연자실' 재배 산주들은 대책이 없다

산림청, 사고 우려 등으로 헬기 지원 난색
'핑퐁' 말고 지자체-산림청-농어촌공사 머리 맞대야
중국산 믿다간···러-우크라이나 전쟁, 곡물가 폭등 반면교사

정창현 기자 승인 2022.08.05 14:16 | 최종 수정 2022.08.19 10:18 의견 0

산림청과 지자체가 해마다 공동으로 해오던 밤 산지 병해충 예방 헬기방제가 대폭 감소해 밤 재배 농가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밤 재배 산주들은 헬기 공동방제가 갑자기 줄어들었는데도 특별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형편이다.

경남 진주시와 산림청 산하 항공방제본부에 따르면, 진주시의 올해 밤 재배산지(과수원) 헬기 방제는 지난달 16일 끝났다. 올해는 16개 전 읍·면 가운데 미천·집현·명석면 등 3개면을 제외하고 모두 헬기 공동방제에서 빠졌다.

산림청 헬기가 밤 재배산지 항공방제를 위해 소류지 둑방에서 약제를 보충하고 있다. 고성군 제공

밤 재배산지의 헬기 방제는 한 해에 한 번 하며, 밤 재배 산주의 주요 산림소득인 고품질 밤 생산 증대와 재배 농가의 노동력 절감을 위해서는 필요하다. 특히 점점 심해지는 밤 재배 산주의 고령화로 항공 방제는 보다 절실한 실정이다.

밤알이 맺힐 무렵에 주로 발생하는 복숭아명나방 해충은 7월 중순에서 8월 중순에 집중 방제해야 한다. 복숭아명나방은 밤껍질에 구멍을 낸 뒤 밤알 속으로 들어가 속을 먹어치워 방제가 필수적이다.

▶ 갑작스런 항공방제 스톱에 농민들 불만 폭증

하지만 항공 방제에서 제외된 상당수의 밤 재배농가들은 마땅한 대책 없이 손을 놓은 채 망연자실 하고 있다.

밤 재배 산주는 대부분 고령으로 직접 병해충 방제약을 치기엔 역부족이다. 방제약까지 사서 방제에 나서는 것도 부담이다. 항공 방제 때는 지자체에서 약제를 공짜로 공급해준다.

진주시 진성면에서 5ha가 넘는 산에 밤을 재배 중인 정재동(67) 씨는 "지난 4월 진주시에서 항공 방제를 신청하라고 해 신청을 한 뒤 기다리다가 연락이 없어 전화를 했더니 올해는 못 한다고 했다"면서 "지난해까지 항공 방제를 했기에 올해도 당연히 할 줄 알았다"고 황당해했다.

해당 재배 농민들이 항공방제를 하지 않는 것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행정 서비스는 신청을 받고 그 결과는 당사자에게 통보를 해주는 것이 상례다.

그는 "재배 면적이 기준이라면 인근 갈전 등을 포함하면 면적도 만만찮다"면서 "이전에 하다가 못 하거나 안 하게 되면 통보라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청을 높였다.

▶항공 방제 유무 결정 '핑퐁 게임'

상황이 이렇게 된 가장 큰 문제는 산림청에서 헬기 지원에 난색을 표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 방제 헬기가 물과 방제약을 넣기 위해서는 밤 재배지 인근 물이 있는 소류지의 둑방 등에 헬기가 뜨고 내려야 하는데 인근에 고압선은 물론 전봇대, 전깃줄, 우거진 나무 등이 있으면 여의치 않다는 것이 이유다.

산림청 항공방제본부 산하 함양산림항공관리소 관계자는 "항공 방제는 매년 상반기에 기초단체에서 희망 산주를 취합해 항공방제본부로 보내면 현장 점검 등을 한 뒤 방제 유무를 결정한다"면서 "최근 들어 각종 크고 작은 민원이 많아졌고, 헬기 방제 과정에서의 사고 등을 고려해 보수적으로 항공 방제를 줄이는 추세"라고 말했다.

항공 방제 대상지 선정 과정을 보면 먼저 지자체에서 밤 재배 산주의 신청을 받는다. 재배 면적은 물론 다른 방제 여건 등을 점검해 적시한 세부적인 계획표를 항공방제본부로 보내고, 항공방제본부는 이 계획표를 보고 방제 대상 여부를 결정한다.

함양산림항공관리소 관계자는 "양봉과 양잠 농가, 양어장 등에서의 크고 작은 이해관계가 얽힌 민원이 많아졌고, 항공법에 의해 고압선이 지나거나 전기선이 쳐진 곳 등 헬기의 이·착륙 시설이 여의치 않으면 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항공 방제를 할 수 있는 재배면적을 갖춘 곳이 많지 않은 것도 문제다.

밤 항공 방제 헬기는 방제용 물을 헬기 방제통에 담아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2km 이내로 돼있다. 따라서 1~2ha의 중규모 밤 재배산지도 방제 지역이 흩어져 있으면 방제에서 빠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번에 항공방제를 한 진주시 3개 면의 밤 재배 산지의 재배 면적은 미천면이 88.1ha로 가장 많고 명석면 32.3ha, 집현면 9.1ha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 지역은 물론 올해 방제에서 빠진 지역에서도 1~2ha 규모의 밤 재배 산주가 적지 않다.

결론적으로 최종 결정은 지자체든 산림청이든 두곳에서 한다. 하지만 이들 기관은 원론적으로 서로를 탓한다. 지자체는 산림청의 방제 기준을 따진다. 반면 산림청은 대부분의 방제 유무는 지자체에서 결정한다고 말한다.

다음은 진주시 산림과에서 보내준 산림 병해충해 방제 기준이다.

▶드론 방제가 헬기 방제 대체재 될 수 있나?

산림청의 헬기 지원이 여의치 않으면, 요즘 벼농사 병충해 예방 농약 살포에서 일반화 한 드론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

아직은 가능하지 않다.

우선 각 지자체에는 드론을 활용한 밤 병충해 방제 예산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 이러다 보니 아직껏 드론을 밤 재배 산지 방제에 활용한 적이 없다.

진주시 산림과 팀장은 "밤 병충해 방제 예산에 드론 지원비는 책정이 돼 있지 않다. 드론을 운영하는 사기업체와 계약을 하는데 사업비가 꽤 많이 든다"고 애로점을 토로했다.

드론을 밤 재배 산지에 적용하기엔 여건이 성숙되지도 않았다.

밤 재배 산지에 항공방제를 하려면 대형 드론이 필요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운용 중인 드론은 헬기 방제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작다. 벼 병충해 드론 항공방제의 경우 방제약을 탄 물 15~20kg을 실으면 최대 20분간 3000평 정도를 친다.

국내에 헬기 절반 정도의 대형 드론도 없는 게 현실이다.

또 드론을 벼 병충해 방제에 많이 활용하고 있는 것은 밤 재배 산지보다 평지여서 큰 어려움 없이 드론을 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드론을 활용해 방제를 한다고 해도 물이 있는 도랑 등에서 높은 산을 보고 드론의 비행을 조절해야 하는데 이 또한 지극히 어렵다. 자칫 나무에 걸려 추락해 망가지면 들어가는 비용 또한 만만찮다.

▶ 해결책 반드시 내놔야

그렇다고 밤 재배 산주들의 노령화 등을 감안하면 행정이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나이가 많은 노령 산주들이 개인 방제를 하기로는 너무 벅차다.

또한 최근 십수년간 가격이 싼 중국산 수입 규모가 커 재배 농가들은 수지타산을 맞추기 힘들다. 밤 가격이 싸 인부를 대서 방제를 하는 것도 금전상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런 이유로 공동 항공 방제는 매우 절실하다.

밤 재배 산지 항공방제는 지난 1981년 산주들의 노령화로 인한 노동력을 돕는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따라서 항공 방제가 지금처럼 줄어 들면 결국 질 좋은 밤 생산 저하 등 밤 재배농가의 수익 등 재배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결국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밤의 수급 상황이 언제 악화될 지도 알 수 없다.

지금은 상대적으로 싼 중국산으로 대체하고 있지만 한-미-북-중 간의 정치·군사·외교 지형에서 중국과의 교역에서 큰 문제가 발생하면 중국산 밤을 활용하는 국내 산업은 올스톱 된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 곡물가 폭등으로 세계 모든 국가가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는 현실이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 지자체-산림청-한국농어촌공사 머리 맞대라

현재 밤 재배산지 공동방제 헬기의 계류지는 대부분 소류지(규모가 작은 저수지)의 둑방이다. 하지만 여름철 소류지에는 수풀이 우거져 있는 등 헬기 이·착륙이 여의치 않은 곳이 많다. 산림청 헬기 조종사들이 공동 방제를 꺼리는 것도 이·착륙 안전을 문제라고 한다.

따라서 소류지 이·착륙장이 가능하게 하려면 한국농어촌공사도 적극 나서야 한다. 소류지 관리는 지자체나 산림청 소관이 아니고 농어촌공사가 하고 있다.

이렇게 지자체-산림청-농어촌공사 3자가 나서 중소규모 밤 산지 병해충해 방제 예산을 확보한 뒤 소류지에 인접한 곳에 헬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된다. 이는 어르신이나 농촌 일자리 시책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문제가 도출 되면 이를 해결해야 한다. 이해충돌이 있다고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특히 국민의 세금으로 시책을 펴는 공복(公僕)인 공무원들이 '알뜰하고 깨알같은' 기준만 따져가며 몸을 사려서는 안 된다. 윤석열 정부는 최근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각종 규제들을 혁신적으로 풀라고 한다.

헬기 공동방제로 인한 이해 당자자들의 주장도 설득에 나서야 한다.

이미 각 지자체는 항공 방제 때 피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양봉농가(방제 당일 방봉 금지) ▲양잠, 목축농가(뽕잎 등 가축사료 사전 비축, 방제 당일 방목 금지) ▲양어장(방제 당일 급수 일시중단) ▲ 방제지역 입산금지 및 농산물 건조 사전 조치 등 피해가 없도록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이들 농가의 이해관계도 '동전의 양면'과 같아 협조도 잘 되는 편이다.

■ 참고 사항

경남도는 지난 12~24일 총 10개 시·군에서 799가구 8000ha에 항공방제를 마쳤다. 삼림청 헬기 7대를 지원 받았다.

경남도의 경우 밤 재배농가는 2529가구(2016년 11월 말 기준)다.

이 가운데 산림이 아닌 작은 밭 등에서 재배하는 1730가구를 빼면 799가구이다.

산림에서 재배하는 규모별 가구수는 ▲0.1ha 미만은 24가구 ▲0.1~0.6ha 197가구 ▲0.6~1ha 192가구 ▲1~3ha 240가구 ▲3~5ha 69가구 ▲5~10ha 50가구 ▲10~30ha 22가구 ▲30ha 이상 5가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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