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다음 달에 '통계 조작 논란' 통계청 감사한다
문재인 정부 통계 조작 논란에 7년 만에 '특정감사'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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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6 14:47 | 최종 수정 2022.08.1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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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통계청에 대한 ‘특정감사’에 나선다. 특정감사란 정기감사 외에 특정한 사안을 살펴 보는 비정기 감사다.
감사원이 특감에 나선 것은 문재인 정부 시절 통계 조작 논란이 일었던 ‘가계동향 조사’와 비정규직 통계를 다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다. 두개 모두 당시 정부에 유리한 통계 틀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16일 감사원과 통계청에 따르면 감사원은 9월 통계청 감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미 자료수집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 감사는 ‘통계 시스템 전반에 대한 특정감사’다.
통계청이 특정감사를 받는 것은 박근혜 정부 이후 7년 만이다.
가계동향조사는 가계의 소득·지출 변화 추이를 보여주는 통계다. 특히 소득 하위 20%와 상위 20%간 소득 격차를 이 통계로 볼 수 있다.
이 통계는 문재인 정부 당시 소득주도성장과 배치되는 결과가 공표돼 논란이 일었다.
지난 2018년 1분기 통계 발표에서 소득 상·하위 20% 간의 소득 격차가 5.95배로 급격하게 벌어지자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에서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했는데 되레 소득 격차가 벌어졌다며 '통계 신뢰성'을 문제 삼았다.
이에 문재인 정부의 초대 통계청장인 황수경 청장이 경질 됐고,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문재인 정부에 유리한 연구 결과를 내놓던 강신욱 전 통계청장이 2018년 8월 후임으로 임명됐다.
그는 이후 가계동향조사 틀을 개편해 2020년 1분기부터 개편된 결과가 발표됐다. 이 과정에서 2019년 이전 통계와 2020년 이후 통계 간 시계열이 단절돼 큰 논란이 됐었다. 통계 기준이 바뀌면서 개편 전후의 통계를 비교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강 전 청장은 청장 임명 직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으로 있을 때 가계소득에 관한 분석자료를 청와대에 제공해왔다. 그는 서울대에서 독일 경제학자이자 정치학자였던 마르크스의 경제학(마르크스주의)으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분포를 비교하는 '경제활동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도 감사 타깃이다.
통계청은 2019년 10월에 "지난 8월의 기준 비정규직 규모가 748만 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86만 7000명 늘었다"고 통계 결과를 발표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통계청은 “(조사 대상이) 평소 비정규직인 줄 모르고 있다가 (조사 과정에서) 뒤늦게 알게 된 근로자가 35만~50만명”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 등에서는 비정규직이 이렇게 많으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정책적으로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통계청은 당시 비정규직이 크게 증가한 것은 강 전 청장 때 통계청이 설문 문항 한개를 추가하면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정확하게 설문 문항은 이전과 같았는데 뒤에 부가설명이 조금 달랐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임시근로자 기준이 아니라, 노동자 옹호 기구인 국제노동기구(ILO)가 25년 만에 개정한 기준을 적용하기 위해 ‘근로 종사 기간’의 기준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통계청은 이전에는 기간제근로자(비정규직)에게만 ‘남은 고용기간’을 물었지만 2019년 3월과 6월에는 정규직이라고 생각하던 사람에게도 고용기간을 물었다. 이때 자신의 고용기간이 제한돼 있다고 뒤늦게 깨달고 비정규직이라고 답했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하지만 당시 유승민 바른미래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용예상기간을 묻는 질문은 (올해도 있었고) 2018년 8월에도 이미 있었다”며 “통계청이 고용예상기간을 질문한 게 마치 처음인 것처럼 말하는데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통계의 특성이 단어나 문구 하나만 바꿔도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특성이 있어 당시 통계청의 설명이 오락가락했고, 설득력도 약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편 최재해 감사원장은 지난 5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올해 3~4분기에 (통계청을) 감사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