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3년만의 원전 수출'···UAE 수출 이후 이집트서 3조원대 원전 건설 수주
기자재 공급, 터빈건물 시공…100여개 업체 일감 숨통
아프리카 원전 시장 첫 진입…체코·폴란드 수주도 청신호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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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5 19:56 | 최종 수정 2022.08.30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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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이후 13년 만에 이집트 원전 사업일부를 수주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붕괴 직전까지 몰렸던 국내 원전 산업 생태계가 되살아 신호탄이란 평가가 나온다. 원전 산업의 부활을 선언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수주 성과이기도 하다.
또 중동에 이어 아프리카 원전 시장에 처음 진입한 것으로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인 체코·폴란드가 발주하는 대규모 사업의 수주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25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의 원전건설 담당 자회사인 ASE JSC사(社)와 25억달러(약 3조 3000억원) 규모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이집트 엘다바 원전사업은 ASE JSC가 지난 2017년 이집트 원자력청(NPPA)에서 수주한 1200MW(메가와트)급 원전 4기(VVER-1200)를 카이로 북서쪽 300km 지점의 엘다바에 건설하는 것이다.
총사업비는 300억달러(40조원)이며, 지난 7월 1호기 원자로 건물 콘크리트 타설에 들어갔다. 오는 2028년 1호기의 상업 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수원은 이 계약으로 원전 4기와 관련된 80여개 건물과 구조물을 건설하고 기자재를 공급한다. 사업 기간은 내년 8월부터 오는 2029년까지다.
한수원은 지난해 12월 단독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대러시아 제재 등 돌발 변수가 이어지면서 본계약까지 진통을 겪었다.
한국전력 등 ‘한국팀’이 주계약자로 참여한 186억달러(약 25조원)에 달했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탈원전 정책 폐기와 함께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 국내 원전 업계에는 단비와 같은 수주다.
또 아프리카 국가의 원전 시장에 처음으로 진입했다는 것도 큰 의미다. 아프리카에서도 한국의 원전 기술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한수원의 이번 원전건설 사업에 국내 원전 건설 및 기자재 공급사들이 참여하게 돼 대규모 원전 일감도 공급한다. 한수원은 9월에 국내 원전업체들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열고 입찰 일정 등 주요 정보를 공유할 계획이다.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정부에서 원전 일감을 조기발주하며 공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수출이 성사돼 원전업계의 생태계 복원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국내 100여개 기자재 업체가 수혜 대상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주한규 서울대 교수는 “원전 핵심 설비인 주기기는 아니더라도 보조기기 공급 등을 통해 원전 중소기업들에 회생하기 위한 활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산업부와 한수원은 이집트 원전 건설 수주를 계기로 최근에 발주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체코와 폴란드의 원전 수주에도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체코와 폴란드 등 우리 원전의 우수성을 높이 평가하고 원전 협력을 타진하는 국가가 많은 만큼 모든 역량을 총결집해 원전 수출이 새로운 국부를 창출하고 성장산업으로 커나갈 수 있도록 강력히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해외 원전 수주 지원을 위해 지난 18일 출범시킨 '원전수출전략 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전방위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추진위에는 정부 부처와 유관기관, 민간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