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의 상업성에 물든 청와대 화보 촬영 뒤끝···"한복 입고 누운 촬영은 기생 연상"
‘보그 코리아’의 청와대 영빈관 한복 화보 파장
"청와대의 웅장함 살리지 못하고 ‘보그’만 드러내"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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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6 03:55 | 최종 수정 2022.08.26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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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한혜진이 청와대 영빈관 의자에 누워 찍은 사진이 논란을 빚었다.
국회는 지난 25일 이 문제를 두고 문화재청장을 불러 질타했고, 논란이 커지자 사진을 찍은 보그코리아는 홈페이지에 관련 사진을 삭제한 상태다.
앞서 보그코리아는 외국 대통령이나 총리 등이 청와대 방문 때 공식 행사를 하던 영빈관과 본관, 상춘재 등에서 모델들이 찍은 화보를 공개했다.
하지만 이들 사진이 국격을 떨어뜨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청와대에서 한복 입고 누워서 촬영하는 건 ‘기생’을 연상시켜서 주의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현대식 한복을 촬영한다는 컨셉트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전달하려는 목적과 주제를 명확히 하지 않은 것은 실수”라며 “화보를 보면 청와대가 중심인지, 한복이 중심인지 아니면 모델을 보여주기 위한 것인지를 알기 어려웠다. 옷도 일반인이 보기엔 난해하게 보일 법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무게감 있는 촬영은 포즈나 표정까지도 세밀하게 준비해야 하는데, 한복을 입고 눕거나 입을 벌리는 것은 자칫 기생을 연상시켜 오해를 부르기 쉽다. 청와대의 웅장함이나 상징성을 살리지 못해 앞으로의 촬영 기회를 상실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평했다.
국회에서도 질타가 쏟아졌다.
민주당 이병훈 의원은 이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청와대 권역 장소 사용 허가 기준이 있는데 영리 행위, 특정 단체나 계층에 특혜를 주는 경우 허가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다. 제대로 검토했나”라고 물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관람객 인원에 집중하다 보니 놓친 부분이 있다”며 “다시 검토해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민주당 임종성 의원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장관께서 허가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박 장관은 “문체부에 보고도 없었고, 사전 논의 없었다”고 선을 그었지만 최 청장은 “(대통령실) 관리비서관과 협의는 한다”고 사전 협의를 실토했다.
민주당 소속 홍익표 문체위원장은 문화재청의 관리 미숙을 지적했다.
홍 위원장은 “보그코리아와의 협약 과정부터 결과까지 모두 문화재청의 미숙함 드러났다. 보그코리아의 협약제안서를 보니 딱 2장이다. 공공기관과 기업의 협약임에도 제대로 된 협약서가 부재하다”고 꾸짖었다.
그는 이어 “톱 모델을 통해 세계적인 잡지와 계약했다는 자체로 홍보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실제 결과는 잡지사도 온라인에서 사진을 내렸다”고 말했다. “사진을 보면 상당수는 한복과 연관성을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 청장은 “홍보와 활용 명목으로 촬영을 허가했다”며 “청와대 개방 업무와 함께 활용 방안도 차근차근 준비해야 했는데 미흡해 이런 결과 초래했다. 관람 규정을 궁· 능 이상으로 강화하고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