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의원들의 집중 질책을 받았다.
의원들은 지난해 전·현직 직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 이후 조직의 쇄신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지속되는 퇴직자의 전관예우, 일감 몰아주기 등의 문제를 중점 질타했다. 공공택지 매각 등 땅 장사에 집중하는 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답변은 지난 8월 김현준 전 사장이 물러난 이후 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이정관 부사장이 했다.
이 대행은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의 ‘구성원들이 이야기하는 LH의 문제점은 무엇인가’라는 질의에 “지난해 LH 투기 사건을 계기로 회사 전체적으로 명예가 실추되면서 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면서 “다른 공공기관과 달리 본사도 진주에 있고 급여도 낮아서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다운돼있다”고 말했다.
이 답변에 박 의원은 “평균급여가 6500만원인데 임금이 적다. 본사가 지방에 있어 사기 진작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하면 개혁 결과가 요원한 것”이라며 “생산적 논의는 없고 넋두리만 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같은당 서범수 의원도 “최근 5년간 LH의 공공기관 청렴도는 5년 연속 4~5등급으로 최하위 수준인데 2020년도 직원 성과급은 1인당 평균 1830만원이었고 사장은 1억원 넘게 받았다. 모든 기업이 윤리경영을 강조하지만 LH는 거꾸로 가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에 이 대행은 "지난해 자체개혁방안 1단계로 전체 직원 중 1064명을 감원했다. 이들 중 106명이 1·2급이고, 3급 이하는 958명이다”며 “이전에 1만명 정도의 조직이었지만 지금은 8700명 정도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투기 의혹 사건 이후 직원들 스스로 조직 전체에 대해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많았고, 지금까지 너무 성장 위주로 가면서 내실을 다지지 못했다는 반성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동산 투기 폭로후 4월에 김현준 전 사장이 취임 4개월 만에 혁신과 쇄신을 명분으로 장충모 상임이사 등을 면직했는데 이 사람들이 사내 대학 교수로 갔다”며 “연봉 9000만원 짜리 LH 대학 교수로 보낸 것은 혁신을 명문으로 제 식구 감싸기를 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도 “김현준 전 LH사장이 혁신과 쇄신을 명분으로 4명의 상임이사를 의원면직했는데 5~7개월 후 LH 대학교수로 보냈다. 연봉이 9000만원이다. 이것이 뭐하자는 것인가”라며 질책했다.
이 부사장은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문제점을 인식해 제도를 개선하고, 더 이상 임원들이 사내 대학에 교수로 못 가도록 해놨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또 “문재인 정부에서 공사 직원이 약 8000명으로 늘어났다. 너무 방만하게 경영하는 것 아닌가”라고 묻자, 이 부사장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면서 3000명이 늘어난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LH가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의 지역별 편차가 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공공임대주택의 숫자가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청년들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인 것은 지역별 편차가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필요한 지역에 임대주택이 들어가지 않으니 통계상으로는 그럴듯 하지만 실질적인 공공임대주택은 실수요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이어 “서울 지역의 임대주택 대책을 만들지 못하면 정부의 주거복지 정책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이에 이 대행은 “서울은 개발이 완료되다보니 땅이 부족한 문제가 있다. 특단의 대책을 세우겠다”고 했다.
조오섭 민주당 의원은 “2급 이상 고위직 퇴직자 6명이 재취업한 업체가 LH와 7년간 8051억원을 계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이 이해하지 못할 상황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부사장은 “말한 부분 중 상당 계약이 입찰로 공사를 따게 된다. (불공정 계약은) 아닐 거라고 본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조 의원은 “이 직무대행이 말한 일반경쟁 계약은 2000억원대에 불과했다. 6000억원 정도는 입찰이 제한되는 수의계약과 제한경쟁 입찰”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디자인 공모나 비밀 보안 등이다. 국토교통부가 보도자료를 낸 사업도 비밀 보안으로 수의계약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역 제한 등으로 참가자 자격을 처음부터 막아서는 것도 전관예우 관행이 쉽게 통과될 수 있게 오해를 부른다. 입찰 담합이라는 말도 나온다. 시정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6월 LH가 국토부 주택공급혁신위에 제출한 요구사항 문건을 입수해 공개하며 “이 문건으로 밝혀진 LH의 행태는 ‘공공임대주택의 탈을 쓴 집장사’와 ‘공공주택용지로 땅장사’가 합쳐진 LH 공공임대 주택 잔혹사”라고 지적했다.
문건에 따르면 LH는 국토부에 토지임대부 주택을 재고해줄 것과, 국공유지 분양주택 특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집값을 낮추고, 환매를 통한 공공성 유지에 기여하는 제도로,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한 반값 아파트 정책 등 다각도로 활용되고 있다. 또 국공유지는 현행법상 임대주택만 지을 수 있게 돼 있다.
이에 대해 이 부사장은 “지속적인 주거안정을 이루기 위해 공공분양과 공공임대가 조화롭게 가는 방향이 필요하다”며 “정부 지원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공공임대를 많이 짓기 위해 공공분양도 필요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