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로 인한 물류 중단 사태에 강경 대응 방침을 고수하면서 시멘트 수송량이 두 배로 느는 등 가시적인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발동에 이어 안전운임제 전면폐지 검토, 정유업종 추가 업무개시명령 착수 등으로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 간에 두 번째 교섭이 열렸지만 40분 만에 끝났다.
국토부는 이 자리에서 "오늘은 업무 복귀를 요청하러 나왔다"고 했고, 협상에 진전이 없자 먼저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그동안의 협상 때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내일(2일)이면 명령서 우편 송달이 일단락 된다”면서 “이번 주말을 기해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운송사들의 협조적인 분위기로 전날 운송을 거부했던 운송사 9곳도 재개한다고 밝혀왔다”면서 “일부 운송사들은 ‘업무개시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도 했다”고 전했다. 업무개시명령을 현장 복귀 명분으로 삼겠는다는 뜻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에 대한 업무개시 명령이 발동되고 정부 합동조사팀의 현장 조사와 업무 개시 명령서 교부가 속도를 내면서 화물 운송량도 증가하고 있다.
30일 시멘트 출하량은 4만 5000t으로 29일의 2만 1000t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또 전국 12개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30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평시의 64%까지 올라섰다. 집단운송거부 전날인 지난달 28일에는 21%에 그쳤다. 특히 반·출입량이 가장 많은 부산항의 경우 평시의 78%까지 회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 합동조사팀은 30일까지 45개 화물차주 업체로부터 운송을 거부 중인 화물차주 765명의 명단을 확보해 주소가 확인된 화물차주 542명 중 173명에게 우편으로 명령서를 보냈다.
또 국토부와 지자체, 경찰 조사팀이 147개 운송사와 화물차주 가운데 운송을 거부한 74개 운송사나 화물차주를 확인했다. 운송사 거부 29개, 차주 거부는 45개다.
운송을 거부한 29개 업체에는 업무개시 명령서를 현장에서 전달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30일 인천의 삼표시멘트 사업소를 방문해 “업무개시 명령에 따라 시멘트 벌크 트레일러(BCT) 운송 횟수와 시멘트 출하량이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업무개시 명령서를 차질없이 계속 송달해 빠른 속도로 시멘트 물류가 회복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3000대의 유조차가 운송거부에 나서 주유소의 재고 부족은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정유업계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위한 실무준비회의를 열었다. 원 장관도 인천 시멘트 운송 현장에서 “정유 분야가 시급하다. 언제든 국무회의를 소집해 추가 운송개시명령을 발동할 수 있다”고 단호한 입장을 거듭 천명했다.
그는 2일로 예정된 전국철도노조 파업에 대해서도 “철도 민영화 주장은 자신들의 안전 부문 실패를 회피하려는 가짜 프레임”이라면서 “철도노조가 민노총의 전위대 역할을 하며 정치파업 선동대 역할을 하는 부분은 철저히 대응해 구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대응은 예상보다 아주 강경하다.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협상에서도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영구 운영,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 등에서의 당초 요구안보다 완화된 안을 갖고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그래 봐야 안전운임제 확대 적용 품목을 당초 7개에서 조금 줄이는 수준이었을 것"이라며 "(그동안 정부가 대했던) 하나씩 내주는 식으로 봉합하면 매번 이런 식의 불법행위가 반복된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라며 "이번엔 정부가 물러서진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화물연대는 지난달 24일 0시부터 집단 파업에 돌입해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안전운임제 전차종·전품목으로 확대 △노동기본권 확대·화물노동자 권리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안전 운임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하는 사업체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로 3년간(2020~2022년) 한시적으로 도입됐다. 오는 12월 31일 종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