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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장 발장? 부산 무인점포서 물건 훔친 중년여성 잡고 보니···

경찰, 지적 장애 부부 딱한 사정에 생필품 사서 전달

정창현 기자 승인 2022.12.22 22:49 | 최종 수정 2022.12.23 13:10 의견 0

부산의 무인 편의점에서 상습적으로 생필품을 훔친 50대 여성이 붙잡혔으나 되레 경찰관은 지체장애인 이 여성의 어려운 사정을 듣고 생필품을 사서 전달한 사연이 알려졌다.

22일 부산진경찰서에 따르면 50대 중년여성 A 씨는 이달 초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한 무인 편의점에서 9일간 라면, 음료 등 생필품을 계산하지 않고 몰래 훔쳐나왔다. A 씨는 16차례에 걸쳐 총 8만 원어치를 가져갔다.

신고 받은 경찰은 주변 CCTV를 추적해 인근 고시원에 사는 A 씨를 검거했다.

지체장애인 50대 중년여성 A 씨가 부산진구 범천동 한 무인 편의점에서 생필품을 가져가고 있다. 부산MBC 뉴스 캡처

경찰관이 자초지종을 알아 보니 A 씨는 4년 전부터 정신장애를 앓는 60대 남편과 함께 여인숙을 개조한 5㎡(약 1.5평) 규모의 쪽방(고시원)에 살고 있었다. 이들 부부는 추운 겨울임에도 난방조차 하지 못해 방 안은 냉기가 감돌았다. 제대로 된 가재도구나 음식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A 씨는 형사들에게 "배가 고파서 그랬습니다. 죄송합니다"라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고 전했다.

경찰관은 “부부는 기초생활수급자로 남편은 장애 3급이었다. 경제적 활동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배가 고프니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말했다.

담당 형사팀은 범행 추궁에 앞서 일단 컵라면 등을 사서 챙겨주었다.

부산진경찰서는 관할 주민센터에 통보해 이들에 대한 생계 대책 마련을 당부했다.

이 장애인 부부는 지난 2001년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매달 110여만 원을 지원받고 있었다. 하지만 지적 장애에 일상적인 경제 활동뿐 아니라 받은 지원금도 꺼내 쓰지 못하는 정도였다.

대신 관할 주민센터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받는 식재료로 끼니를 때워왔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식품 라면이나 간혹 즉석밥, 쌀 등을 받아가셨다. 자녀 없고 연락이 되는 가족은 안 계신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지원금을 줘도 찾아 쓸 수 없는 장애인에 대한 당국의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회 단체나 종교 단체 등에서 경제 행위를 할 수 있는 보살핌이 필요하다.

부산진구청은 이들 부부를 다른 시설로 이사를 해주기로 하고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무인점포 점주도 이들 부부의 처지를 알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절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불구속 검찰 송치 등 법적 절차는 일단 진행된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으로 생계형 범죄인 10만 원 이하의 소액절도 범죄는 전체 절도 건의 26.7%를 차지했고 2020년 32.2%, 지난해 36.9%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 이 사연은 프랑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에서 나오는 장 발장을 생각나게 합니다.장 발장이 가난 때문에 빵 살 돈조차 없어 빵집에 들어가 누님과 7명의 조카에게 먹일 빵 몇개를 훔쳤다가 징역 19년의 형벌을 받았다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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