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완 경남 의령군수가 설 명절을 앞둔 지난 18일 의령읍 행정복지센터에 설치된 '사랑나눔냉장고'를 찾았다. 그는 이날 오전 의령전통시장에서 설 물가 점검을 겸한 설 장보기에서 제수용품 등을 구매하고서 돼지고기, 과일, 나물 등 여러 식재료를 '사랑나눔냉장고'에 가득 채웠다.
이어 사랑나눔냉장고 한쪽에 마련된 빨래방에서는 빨래감을 넣고서 세탁기를 놀리고 건조시킨 뒤 직접 가정에 배달하는 일을 직접했다.
사랑의나눔냉장고와 빨래방은 이름을 달리하지만 전국의 많은 지자체에서 하는 저소득층 대상 행정서비스이다. 누군가는 직접 만든 반찬을 기부하고, 누군가는 세탁물을 수거해 빨래 봉사를 한다. 기업들은 식자재를 아낌없이 후원한다. 익명의 현금 기부자도 많다.
하지만 지자체장이 직접 전통시장에서 먹거리를 사서 냉장고에 채워넣거나, 세탁을 직접해보면서 운영 사항을 점검하는 경우는 드물다.
의령군 특색사업인 사랑나눔냉장고는 군이 기업과 개인의 후원을 받아 저소득층에게 식품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이날 오 군수의 '깜짝 기부' 소식에 정기 후원자 몇 명도 자리를 함께했다.
도담농산(버섯), 의령콩나물, 달걀농장, 양돈협회는 지난 2019년부터 계속해서 의령읍 사랑나눔냉장고에 식자재를 기탁하고 있다. 오 군수는 이들의 오랜 선행에 고마움을 표하며 이들 후원자를 돕기 위한 방안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오 군수는 이어 사랑나눔냉장고 한쪽에 마련된 빨래방에서 봉사활동을 이었다.
빨래방은 저소득계층이 집에서 하기 힘든 이불 등 대형 빨래감을 수거해 세탁 후 배달까지 해주는 복지서비스다. 이곳에는 공유세탁기 4대가 비치돼 있다.
의령읍지역사회보장협의체(위원장 이동기)가 매주 두 번씩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날 오 군수는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빨래를 세탁하고 건조한 후 배달까지 나섰다. 복지 사각지대 위기가구 발굴체계를 점검하고 취약계층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두 가구를 직접 방문했다.
홀로사는 어르신과 장애인 가구를 차례로 찾아 애로사항을 경청한 오 군수는 담당 공무원에게 "찾아가는 복지로 선제적으로 위기가구를 발굴하는 이 사업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며 "이처럼 통합 복지서비스를 찾아 제공하고, 지역의 자원과 연계해 어려운 가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평소에 살뜰히 챙겨 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의령군은 오 군수가 취임식에 강조한 '약자 동행'을 기치로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정책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군은 거주지 중심, 신청주의 원칙 복지의 한계를 벗어나 '찾아가는 복지'를 실천하고, 읍면 자체 특화사업을 통해 '맞춤형' 위기가구 발굴과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랑나눔냉장고'와 '공유세탁기'는 그동안 이 같은 훈훈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냈다.
군의 이러한 세심한 노력은 금세 성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2년도 경남도 사회조사' 결과에서 의령군은 6개 복지 분야 만족도 조사에서 1위에 올랐다.
대표적인 '의령형' 복지서비스인 '사랑나눔냉장고'는 2019년 읍면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경남형 특화사업에 선정됐고, '공유세탁기'는 의령군이 행정안전부 ‘2022년 공공자원 개방·공유 서비스 평가’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이웃 사랑의 매개체인 의령의 세심한 '사랑나눔냉장고'와 '공유세탁기' 사업은 주민을 위한 생활 밀착형 공유서비스의 대표 사례로 도내 곳곳에서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유명 속담이 의령에서 "한 명의 약자를 지키기 위해 온 동네가 나서고 있다"는 말로 바뀐 현장인 셈이다.
이날 봉사를 마친 오태완 군수는 "단 한 명의 어려운 이웃도 포기하지 않고, 군민 어느 한 명에게도 소홀함이 없이 촘촘하고 따뜻한 복지정책을 펼치고 싶다"며 "모두가 함께 행복한 지역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우리 군민에게 깊은 존경심을 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