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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못 버텨!"···동네 목욕탕들 속속 문 닫는다

고유가-임금 인상에 수지타산 급격히 악화

정창현 기자 승인 2023.01.23 19:12 | 최종 수정 2023.01.23 22:45 의견 0

주택가 골목 어귀에 한두 개 정도 남아있는 동네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2년간 손님이 급격히 준데 이어 최근엔 전기료와 가스요금까지 크게 오르자 버티기지 못해 폐업을 하고 있다.

설과 추석 명절 때면 꼭 들러 때를 밀고 광 내던 서민들의 추억이 깃든 곳이라 중년 이상 세대로선 사라지는 추억의 한켠을 바라보며 큰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23일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2월 이후 경남에서만 85곳이 문을 닫았다. 이 기간에 전국에서는 1000여곳이 문을 닫았다.

지난해 철거한 경남 의령읍 옛 미림탕 건물. 의령군 제공

경남 창원의 한 목욕탕은 20여 년 해오던 영업을 끝냈는데 코로나19 사태 2년에 손님의 발길이 반토막이 났다. 어쩔 수 없이 목욕비를 1천 원 올렸지만 세신사와 보일러 기사의 인건비 인상에 최근엔 연료비 폭등으로 두손을 들고 말았다.

목욕탕 업주는 "목욕물을 지하수로 사용해도 전기세, 수도세, 가스비 등 공공요금이 20% 넘게 올랐다"고 고물가 압박을 털어놓았다. 지난해 가스요금은 3번이나 올랐고 올해 1월부턴 지난 1981년 2차 오일쇼크 이후 최대치인 9.5%가 인상됐다.

한국목욕업중앙회 관계자는 "아파트 등 집에 목욕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목욕탕을 찾는 횟수가 10년 전부터 크게 줄면서 사양산업으로 접어들었는데 코로나와 인건비, 전기세 급등 등으로 버티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루 일과 후 사우나에 들른다는 경남 진주시 문산읍 심 모씨는 "대중목욕탕은 주택이 많은 동네에서 주민들의 사는 이야기를 풀어놓는 장소인데 따스한 보금자리와 함께 추억도 사라지는 듯하다"고 아쉬워했다.

정부는 올해도 대대적인 공공요금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대중목욕탕의 설 자리는 점점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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