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다음날인 지난 23일 경남 진주시 고속버스터미널 건물 옆에 자리한 나목(裸木)이 내민 봉오리들입니다. 주위 분들에게 물어보니 목련나무라고 하더군요.
빠르면 3월 말, 보통 4월에 잎이 나기 전에 피는 게 목련인데 과연 그 때까지 이 봉오리들이 잘 견뎌 꽃으로 탈피할 수 있을 지 궁금합니다. 최근 진주의 날씨가 따뜻하긴 했지만 뜬금없는 모습입니다.
오늘(24일)에 이어 내일도 올해 들어 최강 한파가 닥치는데 봉오리가 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너무 일찍 얼굴을 내밀어, 개화하기 전의 꽃봉오리를 따서 목련차를 만들어 마신다는 말이 새삼 생각나더군요.
꽃봉오리는 말려 달여서 물에 타 하루에 3번씩 마시면 진통과 진정의 효과가 있고 축농증, 비염(꽃가루 알레르기)의 코막힘, 두통, 현기증에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또 꽃봉오리는 방향제로, 꽃은 향수의 원료로 사용됩니다. 목련의 나무껍질에서 나온 수액은 감기를 치료하거나 약한 독성이 있어 기생충을 없애는데 쓰입니다.
목련은 대략 백목련과 자목련으로 나누는데 한국 자생종인 산목련(함박꽃나무)과 일본목련, 별목련 등도 있습니다.
함박꽃나무는 북한의 국화입니다. 함박꽃나무는 목련과 종은 다르나 목련과 목련속으로 같다고 하네요.
목련은 6장의 꽃잎과 꽃잎처럼 보이는 3장의 꽃받침을 갖고 있고 개화할 때 넓고 편평하게 펴집니다. 물기가 있는 땅을 좋아하고 햇볕을 잘 받는 곳에 심어져야 꽃이 잘 핀다고 합니다. 꽃은 고혹스럽지만 어느 순간 뚝 떨어져, 바닥의 목련은 허망해보입니다.
또 정원수나 가로수로 주로 심고, 나무 재질이 치밀하고 연해 상을 만들거나 칠기를 만드는 데 좋다고 합니다.
목련의 꽃눈은 붓을 닮아 목필(木筆)이라고 하고, 봉오리가 나올 때 끝이 북쪽을 향한다고 해 북향화라고도 합니다. 사진을 보니 그럴 듯하네요.
목련의 열매는 남성의 성기와 같이 생겨 민망하게 여겨집니다.
설화(說話·사실처럼 하는 이야기)도 있네요.
옥황상제가 딸을 시집 보내기 위해 사윗감을 물색했지만 공주는 아버지가 골라준 사윗감들은 거들떠보지 않고 사납다고 알려진 북쪽 '바다의 신'만을 바라보고 있었답니다.
공주는 몰래 궁을 빠져나와 바다의 신이 사는 궁으로 갔으나 안타깝게도 그는 유부남이었고, 충격을 받은 공주는 바다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 소식을 안 바다의 신은 그녀의 죽음을 슬퍼하면서 자신의 아내를 독약으로 죽이고서, 두 여자의 장례를 성대히 치른 뒤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고 합니다.
이후 공주의 무덤에서 백목련이, 바다의 신 아내의 무덤에서는 자목련이 피어났다고 하네요. 설화치곤 연결이 억지춘향격이고 다소 싱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