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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는 그랬지] 냇가에서 같이 놀던 물방개, 사라질 수 있다고?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4.27 11:49 | 최종 수정 2023.04.27 15:34 의견 0

물방개를 아는 젊은이가 얼마나 될까요?

설명을 하려면 참 난감한 게 물방개입니다. 그 옛날 냇가에 발만 담그면 놀잇감이던 앙증맞은 녀석이었지만 요즘에는 보기 어렵기 때문이죠.

"우리와 늘상 물에서 같이 놀던 곤충이었지". 이 이상의 설명이 어려우니 듣는 젊은이도 고개만 갸우뚱하겠지요.

중년 이상 세대에선 마당 구석에 토끼집을 만들어 두어 마리 키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토끼풀' 등을 뜯어 와 넣어주던 일도 새록새록할 겁니다. 오물오물거리며 먹는 모습이 참 귀여웠지요. 하굣길에 책보따리에 토끼풀을 싸서 어서 빨리 주려고 달려오기도 했습니다.

물방개는 하천의 죽은 물고기를 먹어치우고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녀석입니다. 요즘 말로 옮기면 물속의 청소부, 환경 지킴이인 셈이지요. 거꾸로 1급수는 아닌 듯한데 대체로 깨끗한 물에서 살았습니다.

물방개와 물고기.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제공

물방개가 죽은 물고기를 뜯어먹고 있다.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제공

물방개의 모습.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이 물방개 등 4종 곤충이 멸종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평가를 지난 25일 밝혔습니다. 10년 동안의 관찰 결과라고 하네요.

물방개는 지난 2012년 평가에선 ‘준위협’으로 평가됐는데 이번 평가에서 처음 ‘취약’ 단계로 올라가 ‘멸종 우려 범주’에 포함됐습니다.

같이 발표된 소똥구리는 10년 전 평가와 같이 ‘지역 절멸’ 상태라는 소식입니다. 무엇보다 안타깝습니다. '지역절멸’은 본래는 서식했으나 더는 자연에서 발견되지 않는 종을 말합니다. 길가에서 더러 보이던 소똥구리는 1970년대 이후 관찰 기록이 없다고 하네요.

국립생물지원관은 멸종 가능성이 큰 순서로 위급, 위기, 취약 세 단계로 구분하고, 이 3단계를 ‘멸종 우려 범주’라고 합니다.

사실 요즘에도 물방개를 볼 수는 있습니다. 전문 가게에서 애완 수중동물로 팔리고 있지요. 수조에 갖힌 물방개를 보고 아이들은 귀여워하지만 중년들로선 영 마뜩찮지요. 지키고 싶은 아련한 추억거리를 깨뜨립니다.

물방개는 냇가에서 발 담그고 손 담가 물 위에서 운전도 시켜보고 놀던 수서곤충이었거든요. 몸집에 비해 아주 짧은 다리로 헤엄치는 모습에 까르르 웃기도 하면서 재미가 있었습니다. 아장아장 걷는 걸음걸이나 뒤뚱뒤뚱 걷는 펭귄처럼 전진 속도가 그야말로 잼뱅이 수준입니다.

이렇게 반나절을 함께하고선 집에 갖고 와서 세숫대야에 넣어두고 헤엄치는 모습을 보며 깔깔 거렸던 순한 친구였습니다. 먹이가 무엇인지 몰라 수초를 넣곤 했습니다. 달리 유심히 관찰을 하게 만드는, 추억을 물씬 던저주는 녀석입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같이 발표한 윤조롱박딱정벌레는 개체 수가 적고 색상이 아름다워 곤충 애호가들이 선호해 남획으로 인한 개체 수 감소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방개는 어찌 다 사라졌을까 궁금해집니다. 군락지를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 2012년 발간됐던 ‘한국의 멸종 위기 야생 동·식물 적색 자료집’을 10년 주기로 냅니다. 곧 국가 생물 적색 자료집 곤충Ⅱ(딱정벌레목)와 곤충Ⅲ(수서곤충)을 발간해 알리겠답니다. 사라진 이유와 대안도 실리겠지요.

물방개 검색을 했더니 한 매체에선 '책에서 보던 물방개'란 제목을 붙였더군요. 이 기자는 농촌 어느 냇가에 가도 물 속에서 헤엄치던, 귀여워 오랜 시간을 갖고 놀던 시절을 경험해 본 일이 없었겠지요. 하긴 요새는 어느 농촌을 가도 물이 고였다 졸졸 흐르던 추억의 냇가는 보기 어렵습니다. 경지정리로 직선화, 사각화가 된 탓이지요.

자연과 같이 뒹굴며 자라던 세대, 자연이 그리워 휴일이면 찾아 나서는 세대의 차이입니다.

생태계마저 사라져버린 물방개가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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