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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년 동안 '무료 결혼식' 베풀던 경남 마산 신신예식장 대표 세상과 이별하다

정창현 기자 승인 2023.04.28 14:27 | 최종 수정 2023.12.31 12:46 의견 0

경남 마산에서 55년 동안 예식장을 운영하며 1만 4000쌍의 젊은이에게 무료로 예식장을 빌려준 백낙삼 신신예식장 대표가 28일 오전 93세로 이별을 고했다.

50여 년간 부부 1만 4000쌍에게 예식장을 무료로 제공한 신신예식장 대표 백낙삼 씨와 아내 최필순 씨. LG복지재단 제공

고인은 그동안 병원에서 투병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 옥상에 심어놓은 채소를 돌보러 올라갔다가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 이송됐다. 이후 신체 활동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몸의 일부가 마비돼 요양병원에서 지내왔다.

아들 남문 씨는 “1년을 투병하시면서도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언어 능력은 거의 회복하셨다. 주무시듯이 가셨다”고 전했다.

고인은 교육자의 꿈을 안고 중앙대 교육학과에 입학했지만 부모님의 사업 실패로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자 졸업 1년을 앞두고 학업을 포기했다.

이후 길거리 사진사 일을 시작했고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사는 형편이 풀리자 자신처럼 어려워 결혼식을 치르지 못한 부부들을 위해 예식장을 차렸다.

고인은 1967년부터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에서 신신예식장을 운영하며 예비부부들이 최소 비용으로 결혼식을 올릴 수 있도록 도왔다.

1967년 경남 마산시(현 창원시) 2층 건물에 개업할 당시의 신신예식장. 백남문 씨 제공

공간 사용료와 신부 드레스, 신랑 예복, 엑세서리, 메이크업 등을 무료로 제공했고 기념사진 인화비만 받고 백 대표가 직접 사진을 찍어 부부에게 전했다.

선행이 알려지면서 고인은 1988년 국민포장을, 2019년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은 뒤부터는 사진값도 받지 않았다.

고인은 아흔이 넘은 2021년엔 LG의인상도 받았다.

대선 기간이던 지난해 1월 14일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도 신신예식장을 찾아 백 대표를 만났었다. 백 대표가 투병 중이라는 사실을 안 윤 대통령은 쾌유를 비는 난을 보냈었다.

고인은 생전에 tvN 예능 프로그램인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하고, 인기를 끈 영화 '국제시장'에서 사진사 역할도 했다.

고인은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100세까지 예식장을 운영하고 은퇴 후엔 아내와 전국 일주를 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지만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과 이별을 했다.

아들 남문 씨는 "아버지께서 유언은 남기지 않으셨고 생전 '예식장 운영을 잘해달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밝혔다.

예식장은 백 대표의 아내 최필순(83) 씨와 아들 남문 씨가 계속 운영할 예정이다.

남문 씨는 아버지의 예식장 일을 돕기 위해 대학에서 사진학을 전공했다. 최근에는 거액을 들여 예식장 옥상, 바닥 등을 리모델링 했다.

고인의 별세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젊은이들에게 행복과 꿈을 주셨다',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며 추모의 댓글들을 잇고 있다.

고인의 빈소는 마산의료원 장례식장 202호, 발인은 30일 오전 9시 30분이다. 장지는 창원상복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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