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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선관위 '직무감찰' 공방] 누구 주장이 맞을까?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6.04 19:15 | 최종 수정 2023.06.04 20:16 의견 0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일 선관위의 경력직원 채용 때 고위직 자녀들의 '아빠 찬스' 특혜와 관련, 감사원 직무감찰(감사)를 받지 못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선관위 행태에 일단 공분하고 있는 국민들로서는 두 기관 간의 이 같은 알력에 어리둥절할 뿐입니다. '그냥 받으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지요.

따져보겠습니다. 먼저 두 기관 일의 성격, 즉 임무를 알아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입니다.

중앙선관위는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 정당 및 정치자금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설치된 국가기관으로 독립된 합의제 헌법기관입니다.

<헌법 제114조>
①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 및 정당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선거관리위원회를 둔다.
②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 국회에서 선출하는 3인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위원장은 위원중에서 호선한다.
③ 위원의 임기는 6년으로 한다.
④ 위원은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에 관여할 수 없다.
⑤ 위원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한다.
⑥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법령의 범위안에서 선거관리·국민투표관리 또는 정당사무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으며,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안에서 내부규율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
⑦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직·직무범위 기타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감사원도 알아봅니다.

<헌법 97조>

'국가의 세입·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감사와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하기 위해 대통령 소속하에 감사원을 둔다'.

다음으로 '감사원 감사'를 둔 두 기관의 주장을 살펴봅니다.

선관위의 주장은 "선관위가 행정기관이 아니기에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선관위가 주장하는 '행정기관'이란 행정안전부, 경남도, 진주시 등과 같은 일반 행정기관이 아니고 헌법이 특별히 보장한 독립기관이란 뜻입니다.

선관위는 또 "국가공무원법 제17조 2에 '국회·법원·헌법재판소 및 선관위 소속 공무원의 인사사무와 관련한 감사는 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또는 선관위원장의 명을 받아 국회사무총장,법원행정처장,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선관위 사무총장이 각각 실시한다'고 돼 있다"며 "인사관련 감사의 대상도 아니므로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감사원은 감사원법 24조를 앞세워 "선관위에 대한 직무감찰이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법규에서 규정하는 감사 대상 제외 범위는 '국회·법원·헌법재판소에 소속된 공무원만 해당한다'고 적시돼 있어 선관위는 당연히 감사 대상이라는 주장입니다.

다음은 감사원의 제24조(감찰 사항) 내용입니다(2009년 1월 30일 개정).

① 감사원은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감찰한다.

1. '정부조직법' 및 그 밖의 법률에 따라 설치된 행정기관의 사무와 그에 소속한 공무원의 직무

2.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와 그에 소속한 지방공무원의 직무

3. 제22조제1항제3호 및 제23조제7호에 규정된 자의 사무와 그에 소속한 임원 및 감사원의 검사대상이 되는 회계사무와 직접 또는 간접으로 관련이 있는 직원의 직무

4. 법령에 따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위탁하거나 대행하게 한 사무와 그 밖의 법령에 따라 공무원의 신분을 가지거나 공무원에 준하는 자의 직무

② 제1항제1호의 행정기관에는 군기관과 교육기관을 포함한다. 다만, 군기관에는 소장급 이하의 장교가 지휘하는 전투를 주된 임무로 하는 부대 및 중령급 이하의 장교가 지휘하는 부대는 제외한다.

③ 제1항의 공무원에는 국회·법원 및 헌법재판소에 소속한 공무원은 제외한다.

④ 제1항에 따라 감찰을 하려는 경우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항은 감찰할 수 없다.

1. 국무총리로부터 국가기밀에 속한다는 소명이 있는 사항

2.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군기밀이거나 작전상 지장이 있다는 소명이 있는 사항

결론은 선관위는 '국가공무원법'을, 감사원은 '감사원법'을 주장합니다.

국가공무원법에는 '국회·법원·헌법재판소 및 선관위 소속 공무원의 인사사무와 관련한 감사는 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또는 선관위원장의 명을 받아 국회사무총장,법원행정처장,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선관위 사무총장이 각각 실시한다'로 돼 있고, 감사원법에는 '정부조직법' 및 그 밖의 법률에 따라 설치된 행정기관의 사무와 그에 소속한 공무원의 직무를 감찰한다. 이 공무원에는 국회·법원 및 헌법재판소에 소속한 공무원은 제외한다'고 돼 있습니다.

양쪽의 주장 모두 맞습니다.

중앙선관위는 3권(행정-입법-사법) 분립을 기반으로 하는 행정부(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한 행정기관), 입법부(국회), 사법부(검찰과 법원)과 같은 서로간 견제를 위해 헌법에서 독립화 한 게 아니라 독립적인 선거사무를 위해 독립화 한 것이지요.

여기서 생각해야 하는 것은 감사원은 대통령 직속 행정기관이란 점입니다. 지난해 7월 국회 법사위에서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입니까, 아닙니까?"라고 묻자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합니다"이라고 해서 야당의 비판을 받았지요.

감사원은 법규상 대통령이 속한 행정부에 있으니 논란의 여지가 없이 당연히 맞는 말입니다. 대통령 직속입니다. 단지 정치적인 독립과 권력으로부터 독립해 감사를 해야하겠지요.

국민들이 지키는 법은 국회가 만듭니다. 국회의원 중에 판검사 출신이 많고, 이들이 법률 개정을 주도합니다.

법안 표결 전에는 여러 관련 기관과 단체가 있지요. 국회 입법처엔 전문가가 포진돼 연구를 하고 대학엔 법 연구 교수도 부지기수입니다. 다들 법이 이렇게 충돌되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는 말인가요? 알고는 있지만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라며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던 것이지요. 물론 일각에선 고치려고 노력한 흔적은 보입니다.

아무튼 우리의 법이 이렇습니다. 그저 한심합니다.

법 조항이 이렇게 충돌하니 양자가 아전인수, 즉 제 논에 물 대기식 해석을 하는 겁니다.

덧붙이자면 감사원은 이전에 선관위가 인사 관련 감사를 몇 번 받았다고 합니다. 이것은 중앙선관위가 아닌 지방선관위 감사로 보입니다.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인 1963년 1월 16일, 선관위법이 새로 제정되면서 상급선거위원회의 하급선거위에 대한 사무감찰 규정이 삭제됐습니다. 이에 따르면, 감사원은 중앙선관위 감사를 하지 못하지만 지방선관위는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결론은 중앙선관위가 자체적으로 지방선관위의 내부 감찰을 부활하고, 중앙선관위도 지방선관위처럼 감사원의 감사를 받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냥 두기에는 선관위가 너무 썩었습니다.

참고로 선관위 직원은 이른바 '꿀보직'이라고 불린다고 하지요. 대선, 총선, 지방선거 등 선거 몇 번 치르면 평소엔 어려운 일이 별로 없다는 말이지요. 어디 일이 없겠습니까? 일이란 만들면 생기지요. 하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행정기관 공무원보다 근무여건이 무척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빠 찬스' '형제 찬스' 등의 채용비리 대규모 비리가 발생했으면 선관위는 독립성과 중립성을 따지기 전에 자청해서 외부의 감사나 수사를 받는 것이 도리입니다. 선관위는 한표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 '선거'를 관리하는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깨끗해야 하는 기관이란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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