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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에 선수쳤다"···메타, 고작 66만 원짜리 VR·MR 헤드셋 '퀘스트3' 출시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6.02 22:13 | 최종 수정 2023.06.02 22:19 의견 0

메타플랫폼이 1일(현지 시각)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차세대 가상현실(VR)·혼합현실(MR) 헤드셋인 '퀘스트3'를 처음 공개했다. 다음 주 출시가 예고된 애플을 의식해 오는 9월 말 정식출시 전에 기습 공개한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을 통해 "퀘스트3는 전작인 퀘스트2보다 40% 얇아졌고, 해상도와 디스플레이가 크게 개선됐다"고 밝혔다.

메타가 공개한 퀘스트3는 전면부가 종전보다 40%나 얇아졌고 퀄컴의 스냅드래곤 칩을 장착해 그래픽 성능이 두 배 더 좋아졌다.

퀘스트3는 전면부에 센서(카메라) 3개를 달아 MR을 지원한다.

MR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동시에 사용하는 메타버스의 한 분야다.

이날 메타는 MR 헤드셋을 장착한 한 사용자가 실물 탁상 위에 가상의 미니 도시를 만드는 영상을 시연했다.

또 메타는 진동을 전달하는 햅틱 컨트롤러를 장착하고 있고, 손 추적을 지원해 컨트롤러 없이도 조작이 가능하다.

메타는 세부 정보는 오는 9월 27일 '커넥트 콘퍼런스'에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미공개작을 서둘러 발표한 것은 오는 5일 애플이 내놓을 MR 헤드셋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퀘스트3는 128GB 기준 499.99달러다. 기존 제품인 퀘스트2 128GB는 299.99달러로 100달러, 256GB는 349.99달러로 80달러 각각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애플의 MR 헤드셋인 '리얼리티 프로'가 3000달러 이상인 것으로 알려지자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것이다.

팀 쿡 애플 CEO는 앞서 "리얼리티 프로는 구글과 메타의 VR 제품과는 다를 것"이라고 자신했었다.

메타버스 시장은 재택근무 종료와 경기 침체,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부상 등으로 한동안 침체기를 걸었다.

일부 기업은 비수익 부문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메타버스를 축소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VR 작업 공간 프로젝트인 '알트스페이스 VR' 서비스를 중단했고, 소니 역시 플레이스테이션 VR 헤드셋 생산량을 올해 약 20% 삭감했다.

이에 메타는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AR·VR 헤드셋 시장 점유율은 메타가 81%에 달한다.

하지만 애플의 진출로 판이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애플 전문 분석가인 궈밍치 TF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로서는 AR·VR 헤드셋이 가까운 미래에 소비자 가전 분야의 차세대 스타 제품이 될 수 있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애플의 발표는 투자자들에게 AR·MR 헤드셋에 대한 믿음을 실어줄 수 있는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삼성전자 역시 시장 진입을 예고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언팩 행사에서 구글 퀄컴과 협력해 차세대 MR 폼팩터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빅테크 기업들이 잇따라 MR 헤드셋을 내놓는 것은 그 뒤에 있는 막대한 메타버스 시장 때문이다.

프레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684억달러에서 2025년 1831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메타버스는 MR·VR·AR과 같은 하드웨어 위에 이를 구동하는 운영체제, 앱을 거래하는 앱스토어, 대화를 나누는 소셜미디어, 메타버스 게임 등이 작동하는 구조다.

메타는 애플의 개인정보 정책으로 광고주를 위한 데이터 추적이 힘들어지자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바 있다. 메타가 구글이나 애플처럼 모바일 브라우저와 앱스토어 생태계를 장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커버그가 "메타버스 시대에서는 결코 서드파티가 안 되겠다"고 말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로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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