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입주민들이 죽어야 하냐"···경남 사천 1295세대 아파트 단지 '부실 건축' 논란(하자 사진들)

입주예정자들, 내부 인테리어 등 부실 지적
시공사 삼정기업은 1차 외 2차 사전점검 거부

정창현 기자 승인 2023.08.23 12:50 | 최종 수정 2023.08.23 19:55 의견 0

다음 달 입주가 예정된 경남 ‘사천 삼정그린코아 포레스트 아파트’가 부실 시공 논란에 휩싸였다.

입주예정자들은 누수는 물론 새시 불량, 내부 인테리어 등 대부분의 시공 상태가 부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업체 측은 1차 점검 후 시정을 하고 있다며 2차 점검을 거부하고 9월 입주를 강행하고 있다.

23일 이 아파트를 지은 삼정기업과 입주예정자들에 따르면 이 아파트단지는 사남면 유천리 일원에 짓는 19개 동(지하 2층, 지상 15층)으로 1295세대가 입주하며 현재 공정률 99%이다.

사천 삼정그린코아 단지 조감도

하지만 입주를 불과 1개월 정도 앞두고 상층부 100여 세대에 누수 현상과 창틀 불량, 문 뒤틀림, 실내 인테리어 마감이 제대로 안 된 것으로 밝혀져 입주예정자들은 총체적 부실을 주장하고 있다.

총 1295세대 중 770여 세대(미분양과 법인 소유)를 제외한 488세대가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차 사전점검 당시 누수 또는 누수흔적이 발견됐나는 질문에 219명(44.9%)이 '그렇다'고 했고, 새시불량(깨짐, 균열, 처짐 등)이 발견됐나는 질문에도 96%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입주가 지연되더라도 2차 사전점검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96.3%가 '그렇다'고 답해 업체 측에 이를 통보했으나, 업체는 누수 등 근본적인 하자보수를 완료했고 도배 등의 마감공사 보수를 하는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거절했다며 분개하고 있다.

입주예정자들은 “하자보수는 땜질식에 불과하며 누수는 물론 새시 비틀림과 깨짐 현상이 지속 발생해 정상적인 아파트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면서 “입주예정자들이 요구하는 2차 사전점검도 거부하고 오는 30일 사전사용 승인을 얻겠다는 업체 측의 행위를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입주예정자들은 시공사에 정밀 하자진단은 물론 새시 전면 재시공, 입주 지연에 따른 보상금 지급, 누수 세대 보상급 지급 등을 촉구했다. 또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비롯해 국토교통부, 사천시청 등에 지속 민원을 넣고 있다.

집단행동도 나섰다. 사천 삼정그린코아 포레스트 입주 예정자협의회 공식 카페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6일에 이어 오는 25일에 사천시청 앞에서 아파트 사용승인 반대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업체 측은 "지난 7월 21일부터 3일간 진행한 1차 점검에서 나온 하자 부분은 교체작업을 해 입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남사천’(필명)은 지난 21일 오후 인터넷 커뮤니티인 네이트판에 ‘이게 입주를 앞둔 새 아파트 맞나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23일 낮 12시 기준 조회수가 31만 8800여 회를 넘어섰고 47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한때 실시간 랭킹 1위에 올랐었다.

그는 “경남 사천에 새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이게 맞나 싶어서 글 올려본다”며 “담당 공무원이 공사를 관리 감독도 하지 않고 공사 관계자 말만 듣고 입주민을 양아치 취급하는데, 민원을 제기해도 국토교통부에 얘기해도 아무도 귀 기울여 주지 않아서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어 “샤시가 깨져 있는 부분은 ‘입주민이 만져서 깨졌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 샤시는 도대체 무엇으로 만든 건가. 240㎜ 사이즈 신발도 안 들어가는 신발장은 누굴 위한 거냐. 실리콘으로 도배한 창틀은 과연 안전할까”라고 썼다.

그가 글과 함께 올린 사진을 보면 벽지는 곰팡이로 얼룩져 있고 베란다는 물이 고여 있는 상태다. 또 세대 내 옷장으로 추정되는 거울은 깨져있고, 창호가 창틀에서 빠져 거실로 추락했다는 내용도 있다.

욕실 거울이 깨져 있다.

베란다 바닥엔 물이 고여 있다. 이상 네이트 판

그는 마지막으로 “사전 점검에서 이 상태인데 도대체 이게 정상이냐. 요즘 사용 승인을 받고 입주민 중 누가 하나 죽어야 관심 줄까 싶다. 그때가 되면 하자보수를 진행해 줄지 궁금하다. 너무도 눈에 뻔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데 입주를 강행하려는 업체도 문제고 시민의 목소리를 듣지도 않는 담당 공무원 (때문에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단지는 지난 2017년 진주 소재 H건설이 ‘에르가 2차’로 사업에 착수했다가 시공사의 자금력 부족으로 2018년 8월 부도 처리돼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됐었다. 그러다 2021년 11월 삼정기업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603억여 원으로 사들이며 공사를 자시 시도했다.

이 여파로 분양권은 뚝 떨어졌다가 최근 소폭 오르고 있었다.

국민평형인 전용면적 84㎡의 경우 최초 분양가는 2억 332만 원이다. 지난해 1월 3억 1900만 원까지 올랐다가 이달 10일 2억 7810만 원 수준을 보이고 있다.

누리꾼들은 "신축이 아니라 철거 중인 아파트 같다", "이건 누가 봐도 명백한 날림공사와 부실시공", "레고로 지어도 이거보다는 잘 짓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 추가 사진

‘경남사천’(필명)이 네이트 판에 올린 '사천 삼정그린코아 포레스트'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이 1차 사전점검 과정에서 발견한 하자 관련 사진들

240㎜ 사이즈 신발도 안 들어가는 신발장

망가져 있는 베란다 창문 새시

구멍 난 새시

창틀 새시가 깨져 창호가 이탈한 모습

천장에 슬어있는 곰팡이

저작권자 ⓒ 더경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