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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스케치] 들녘의 '논갈이' 모습

정창현 기자 승인 2023.12.02 01:01 | 최종 수정 2024.05.06 22:22 의견 0

가을 추수가 끝난 들녘은 소슬합니다. 말 그대로 인기척 없이 찬바람만 휙휙 부는 공허한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농가에서 이맘 때 잊지 않고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쟁기질입니다. 그루터기만 남은 논을 갈아엎는 작업입니다.

트랙터에 원판쟁기를 끼워 논을 갈아엎는 작업

쟁기질(로터리 작업)을 왜 하냐고요?

벼를 수확한 뒤 논에 남아 있는 벼 그루터기를 그대로 두면 썩지 않습니다. 따라서 내년 봄에 모내기를 할 땅을 갈아 엎으면 통기성(공기가 통하는 정도)을 증가시켜 흙에 새 공기를 쐬어 영양소를 만들고, 한편으로 벼 그루터기와 잡초는 땅 속에 묻혀 썩습니다.

논이 얼기 전 늦가을과 초겨울의 논밭 갈이는 농사의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강원 지방에서는 ‘보냄’이라고 해서 새해 들어 처음 논밭을 가는 날을 따로 받는다고 합니다. 특히 강원 정선 지방에서는 밭 갈기 열흘에서 한 달 전쯤 해일(亥日·돼지 날)에 쟁기를 메운 소를 밭에 세우는데, 머리가 동·서·남·북 가운데 빈 방위쪽으로 가도록 한다네요. ‘돼지날’을 잡는 이유는 돼지가 땅을 뒤집어엎듯 논밭이 잘 갈리기를 바라는 뜻이 담겼다고 합니다.

논갈이를 마친 논의 모습. 벼 그루터기가 흙과 섞여 땅 밑으로 묻혀 겨우내 삭는다. 봄 모내기 때의 좋은 거름이 된다. 이상 정창현 기자

참고로 요즘은 트랙터 로터리로 작업을 하지만 옛날엔 쟁기질로 손수 했습니다.

바쁜 가을걷이에 짐 실은 달구지를 끌다가 외양간(경상 지방에선 마구라 함)에서 느긋하게 여물소죽만 먹던 소가 오랜만에 나와 일을 하는 때이지요. 소 목에 멍에를 얹고 '이럇~!' 하는 농업인의 고함에 쟁기를 끕니다. 이 모습이 눈에 선한 독자분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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