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선균에 애도 물결···"인성이 참 착했던 애였다. 마지막길 예의 갖춰줬으면"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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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8 07:21 | 최종 수정 2023.12.28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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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던 배우 이선균 씨의 사망 비보에 수많은 애도와 안타까움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그의 한국예술종합학교 동기라고 밝힌 사람의 애도 글이 눈길을 잡았다.
112에 실종신고를 했던 이 씨의 매니저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 26일 유서 같은 메모를 작성해 놓고 집에서 나갔다. 이에 경찰이 수색에 나섰고 이 씨는 27일 오전 10시 30분 종로구 와룡공원 근처에 주차된 자신의 승용차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이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선균의 친구입니다’라는 제목의 애도 글이 올라왔다.
이 씨와 한예종 입학 동기라는 A 씨는 지난 1994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입학 기념 만년필 사진을 공개하며 “인증을 위한 사진들이 다 적당하지 않은 거 같아 인증 차원에서 올린다”고 글을 시작했다.
그는 “짧게라도 글 하나 남기고 싶었던 것은 선균이가 참 착했던 애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다”라며 “사람마다 보는 관점도 다르고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말이 나올 수 있겠지만 기본적인 인성이 참 좋은 친구였다”고 전했다. 이어 “남에게 피해주는 거 싫어하고 업종 선배들에게 예의 있었고 후배들은 잘 챙기려고 노력했던 아이였다”고 했다.
A 씨는 이어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한계는 있었을 것"이라며 “비난과 시시비비에 대한 호기심은 조금 미뤄주시고 한 인간의 마지막에 최소한의 예의를 보여주시면 남은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글에 이 씨의 중고교 동창이라는 B 씨도 댓글을 썼다.
그는 “선균이는 불알 친구로 불려도 될만큼 청소년 시기를 같이 보냈던 친구였고 집안끼리도 서로 친했다”며 “4남매 중 막내라 멘탈(정신력)이 더 약했던 것 같기도 하다. 저는 지금 그의 죄를 논하기 전에 너무 안타깝고 눈물만 계속 흐른다”고 했다.
일로 인연이 있었다는 C 씨는 “인성 좋고 현장에서도 주위 사람 배려 잘하는 좋은 사람이었다. 이렇게 잃기에는 너무 아까운 배우”라고 했다.
네티즌들은 “나쁜 선택만은 하지 않길 바랐는데 안타깝다”거나 “유명인의 불행을 품어주기엔 세상이 너무 혼탁하고 험악해진 것 같다”, “죽을 죄까지는 아니었는데 왜 그랬나”, “더 큰 죄를 지은 사람들도 잘 사는데 슬픈 선택을 했다” 등의 글을 올렸다.
이와 달리 악플도 쏟아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룸 다닐 때는 좋았겠지. 그냥 멘털이 약한 게 아닌가”, “무책임하고 이기적이다” 등 도를 넘어선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과도한 악플은 유족이 사자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하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한편 이 씨는 올해 초부터 서울 강남의 유흥업소 실장 김모(29·여) 씨의 서울 자택에서 대마초와 케타민 등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이 씨는 지난 23일까지 3차례의 경찰 조사에서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며 김 씨가 건넨 약물을 수면제로 알고 투약했고 마약을 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었다.
그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모발과 2차 겨드랑이털 정밀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 씨는 또 자신의 마약 투약 혐의 증거가 A 씨의 일방 진술뿐이라며 억울하다는 심경을 밝혀왔다. 이 씨는 경찰에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의뢰라는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 씨는 한국예종 연극과를 졸업하고 2001년 뮤지컬 ‘록키호러쇼’로 데뷔했다. 이어 MBC 드라마 ‘하얀거탑’(2007년) ‘커피프린스 1호점’(2007년) ‘파스타’(2010년), tvN ‘나의 아저씨’(2018년) 등에 출연하며 스타로 떠오르며 정상급 배우로 자리했다.
특히 2020년에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 등 4개 상을 받은 ‘기생충’에 출연해 세계 영화계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씨의 빈소는 서울대병원에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