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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료 살린다 말하더니 헬기 타고 서울대병원"···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 등 의료계, 이재명 응급 이송 비판

부산대 권역외상센터 외면 비판
비응급 상황인데 헬기 이용 특혜 의혹도 제기
속초의료원 과장도 "일반인 이송 불가하다던 119 답변해야"

정기홍 기자 승인 2024.01.03 17:35 | 최종 수정 2024.01.04 01:44 의견 0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3일 전날 피습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9헬기를 이용,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옮긴 데 대해 "중증 외상환자를 포함한 응급환자는 환자나 보호자가 원한다고 이송 병원이나 전원(轉院·병원 옮김) 병원을 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전날(2일) 부산 가덕도에서 60대 남성의 흉기 피격 후 이송된 부산대병원에서 "곧바로 응급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의료진 권유에도 불구하고 119헬기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특히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현장에서 “목은 민감한 부분이라 후유증을 고려해야 한다. (수술을) 잘하는 곳에서 해야 할 것”이라며 “가족들이 원했다”고 말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인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용인세브란스 제공

이 교수는 “신고를 받고 부산대병원으로 이송되기까지 23분이 걸렸다. 헬기를 이용해 가까운 권역외상센터인 부산대병원으로 이송한 것은 빠른 응급의료체계가 잘 작동했다는 반증이지만 이후 의료 이용 행태는 이중적”이라고 지적했다.

즉, 이 대표의 경우 중증 외상이 의심돼 응급수술 지침에 따라 가장 가까운 권역외상센터로 이송했는 데도, ‘잘 하는 곳으로 이송’한다며 헬기로 서울대병원으로 간 것은 큰 잘못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정치와 진영을 떠나 응급의학적 관점에서의 입장임을 전제로 “이런 식이라면 어느 국민이 지역거점 국립대병원을 믿고 국가 외상응급의료체계를 신뢰하겠나. 너도나도 서울대병원으로 헬기 이송을 요구하지 않겠느냐”며 “국가적으로 혈세를 쏟아부어 가까스로 쌓아올린 외상응급의료체계를 스스로 부정하며 허물어 버린 것”이라고 했다.

이어 “생명이 경각에 달리고 시간을 다투는 응급 질환, 중증 외상 환자의 경우 사망 또는 영구적 장애를 피하기 위해 해당 지역에서 골든타임 내에 응급진료 및 수술이 시행돼야 한다는 게 주지의 사실이다. 환자나 보호자가 원하는대로 이송 및 전원 병원을 정해서는 안 된다”며 “지역·공공 의과대학 신설과 지역 의사제를 주장하는 이중적인 정치권 행태에 가슴을 치게 된다”고 비판했다.

또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을 지낸 여한솔 강원 속초의료원 응급의학과 과장도 개인 SNS 글에서 “(이재명 대표가) 수술을 잘 받고 무사히 치유가 된 것 같아 다행이지만 119이송체계에 대해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고 싶다”며 문제 제기를 했다.

여한솔 강원 속초의료원 응급의학과장 페이스북 캡처

여 과장에 따르면 속초는 초응급환자의 경우 권역 내 치료 가능한 의료기관이 없을 때 의사가 동행해야만 서울·경기권에 있는 119헬기에 환자를 태울 수 있다. 속초의료원의 경우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1명밖에 없어 이송 헬기를 타면 의료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임에도 이러한 조건을 요구받고 있다.

이는 부산대병원의 권역응급센터에서 수용 가능한 상황인 데도 환자가 전원을 원한다는 이유로 119헬기를 타고 서울로 이송돼 특혜를 받은 것이란 지적이다.

그는 "응급 상황이면 (서울로) 가면 안됐고, 비응급이면 굳이 헬기를 탈 이유가 없었다"며 "본인이 다치면 ‘서울대 가자’는 분이 ‘지방 의료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대학 병원 무시하면서 우리나라 최고 대학병원으로 119 헬기 타고 이송한다. 이송 조건에는 단 하나도 부합하지 않는다. '돈 없는 일반 서민들이나 지방에 찌그러져서 치료받아라'고 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나"고 물었다.

여 과장은 특히 “일반 시민들도 앞으로 이렇게 119헬기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냐. 심근경색으로 당장 시술 받지 않으면 죽을 수 있는 환자의 빠른 치료를 위해 119헬기 이송을 요청했더니 의료진 안 타면 이송 불가하다던 119도 답변을 좀 해달라”며 요청했다.

실제로 최근에만 응급실이 꽉 차 환자를 태운 차량이 병원들을 돌다가 숨지는 사고가 잇따라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이에 정치권에서 지방의료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정작 국회의원 본인들이 치료받을 때는 수도권 대형병원을 찾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특히 이 대표는 그동안 '응급실 뺑뺑이'로 불리는 응급의료체계 붕괴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그는 지난해 7월 열린 ‘응급의료체계 위기 극복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해 “의료 선진국이라고는 하는데 내부를 들여다보면 불균형, 부조화에 처해 있다. 특정 부문은 물론 전체적인 의료 인력 부족, 저수가 체계 등 여러 문제가 복합 작용해 국민 안전과 생명에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이 문제가 국민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극단적 사태까지 몰리는 국가적인 의료체계 위기까지 온 상태가 아닌가 싶다.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응급의료를 포함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방 의료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공공의대법'과 '지역의사제'는 현재 민주당 단독입법으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한편 2일 부산에서 피습을 당한 이 대표가 부산대병원에서 응급조치만 마치고 서울대병원으로 119헬기를 타고갔다는 소식에 여론은 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평소 지방의료 활성화를 부르짖던 민주당 대표가 가까운 권역응급센터를 두고 119헬기를 이용해 서울로 이송돼 치료를 받아 지역의료의 현실을 드러냈다는 반응이다.

이 대표는 전날 피습 후 오전 10시 50분쯤 119구급차와 소방헬기로 오전 11시 13분쯤 부산대병원에 도착했고, 이곳에서 상처 치료와 파상풍 주사 접종 등 응급처치를 마친 후 오후 1시쯤 119헬기(닥터헬기)에 실려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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