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경남혁신도시에 있는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일부 부서 대전 이전을 검토하자 경남도의회가 ‘제도 허점을 노린 꼼수’라며 비판하고 나섰고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지방시대위원회에 국토교통부 지침 개정을 요구했다.
국기연은 올해 상반기 1개 부서를 대전으로 옮기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경남도의원들은 25일 본회의에 앞서 도의회 앞마당에서 국기연 부서 이전 검토를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김진부 도의회 의장(국민의힘·진주5)은 “우주항공청 사천 개청을 앞둔 중요한 시점에 관련 조직을 확대해도 부족한 판에 오히려 핵심인력을 다른 지역으로 빼가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기연은 국방기술품질원 부설기관으로 방위산업 발전·지원법, 국방과학기술혁신 촉진법에 따라 지난 2021년 진주혁신도시에 설립됐다. 방위산업 육성 지원, 국방 기술 기획·관리·평가 등 업무를 수행하며 서울·대전 등 5곳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국기연은 올해 상반기에 기술기획본부 획득연구부를 대전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함정, 항공, 무기체계 등 개발 가능성과 경제성을 평가하는 부서다.
이 부서는 본사 정원 10%를 넘는 49명이 있다. 연구소는 2022년에도 혁신기술연구부 30명을 대전으로 보내고 경남도 등에 사후 통보했었다.
도의원들은 국토교통부에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관련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집행부에도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경남 시군의장단은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저작권위원회 대강당에서 제243회 시군의회 의장협의회 정례회를 개최하고, 진주시의회와 함께 국기연 핵심부서 이전 반대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시군의장단은 이날 정례회에서 제30호 안건으로 긴급 상정된 성명서를 진주시의회와 공동 채택하며 획득연구부의 대전 이전 추진늘 강력히 성토했다.
양측은 성명서를 통해 “지역균형 발전 없이는 미래 경쟁력도 없다는 취지로 시행한 혁신도시 이전사업은 지방소멸 위기와 수도권 과밀 문제 해결에 유의미한 대표 사례”라며 “지역균형 발전 취지에 완전히 어긋난 결정을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진주 출신의 김진부 의장은 “방위사업청과 국기연은 부서 이전 검토의 진실을 330만 경남도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부가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관련 법률의 제도적 허점을 조속히 개선할 것”을 요구하고 “미래 전략산업으로 지역 방위산업 진흥을 위한 관련 연구기관의 육성·발전 대책을 경남도가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재욱(국민의힘·진주1) 도의원은 이날 5분 발언에서 “혁신도시 공공기관 조직과 인원 이전·변경은 수도권으로 갈 때만 지방시대위원회 심의를 거칠 뿐 비수도권 지역 이전은 심의 대상이 아니다”며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국가 정책을 구현하고자 비수도권에 혁신도시가 건설됐는데 제도적 허점을 악용한다면 발전을 도모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진주와 같은 중소도시 혁신도시는 정주 여건이 광역시보다 열악해 이전 공공기관이 얼마든지 자체 계획으로 껍데기만 혁신도시에 두고 알맹이를 비수도권 광역시로 옮겨 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이번 이전이 자칫 방위산업 클러스터 구축에 찬물을 끼얹고 지역의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박완수 도지사는 이날 지방시대 계획 의견수렴회 참석차 경남을 방문한 우동기 대통령직속 지방시대위원장에게 국토부 관련 지침 개정을 요구했다. 도는 지난 23일 방위사업청에 공공기관 부서 이전 계획 철회 요청서도 보냈다.
현행 ‘혁신도시 조성·발전에 관한 특별법’(혁신도시법)에는 이전 공공기관은 지방이전계획을 변경할 때 지방시대위 심의를 거쳐 국토부 장관 승인을 받아야 한다. 대상은 국토부 ‘지방이전 공공기관의 이전 후 사후관리방안’ 지침에 따라 변경 심의 대상이 수도권에 조직을 신설하거나 신규 인원을 남기는 사항 등 수도권에 한정한다.
조규일 진주시장도 이날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을 만나 국기연 부서 이전 중지를 요구했다.
조 시장은 “국기연의 부서 이전은 원칙적으로 지방분권균형발전법을 위배한 사항으로, 이를 차치하더라도 부서 이전을 위해 지방시대위 심의를 거쳐야 함에도 국기연이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심의 없이 이전을 추진해 지역사회에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