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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나면 더 쉬운 외래어]"빠따 한 대 맞아볼래?"...'빠따'의 유래는?

정기홍 기자 승인 2024.02.16 02:07 | 최종 수정 2024.02.18 01:42 의견 0

"빠따 한 대 맞아볼래?"

선후배 간이나 친구 간에 장난 삼아 쓰는 말이다. 반대로 조금 살벌하지만 군대나 조직폭력배에서 군기를 잡을 때도 자주 사용했었다. 격한 운동을 하는 스포츠 분야에서 빠진 기를 불어넣는 방편으로도 더러 사용한다. '얼차려'에 이어 몽둥이(매)로 주로 엉덩이를 가격하는 것이다.

주로 몽둥이를 사용하지만 삽자루, 곡괭이 자루, 각목, 당구 큐대, 하키스틱 등도 동원된다. '빠따를 맞다'는 이들 도구가 동원돼 '매를 맞다'란 뜻이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중 교사가 지각하거나 복장 불량 학생에게 빠따를 치는 장면. 1970~80년대 중고교 등교 때 교문에서 겪었던 통과의례였다.

빠따는 영어의 배트(bat)가 변형된 말이다.

배트란 야구나 소프트볼, 크리켓에서 공을 치는 방망이다. 범용으로 '야구방망이'나 '야구선수'로 통칭된다.

앞에 접두어를 붙여 강조하기도 한다.

타자가 공을 잘 칠 때는 '불빠따'나 '핵빠따' 등으로, 공을 잘 못 칠 때는 '물빠따', '솜빠따'로 표현한다. 빠따에 접두사 '개'를 붙여 '개빠따', 접미사 '충'을 붙여 빠따충으로 부른다. 대부분이 인터넷에서 통영되는 용어다.

또 야구선수의 순서를 정할 때 1빠, 2빠 또는 1빠따, 2빠따 등으로 표현한다. 모두 일본어의 잔재다.

'1빠'나 '1빠따'의 의미가 조금 바뀐 '1타'란 표현도 있다. 학원에서 '일타(1타) 강사'가 그것이다.

'줄빠따'라는 변종어도 있는데 뜻풀이가 다소 흥미롭다.

줄빠따는 체벌 대상들을 일렬로 세워놓고 순서대로 다음 사람을 폭행하게 하는 것이다. 달리 줄줄이 엎드려받혀를 시켜놓고 차례대로 패는 것을 뜻한다. 체벌이지만 실제 구타로 봐야 한다. 군기가 중요시되는 군대나 체육계 등에서 사용하는 단어다

배트가 왜 빠따가 됐을까? 연유를 알아보자.

영어가 일본강점기를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오면서 변형됐다.

영어 배트(bat)는 일본어의 '밧토(バット)'와 '밧따(バッター)'로 변했다. 이게 다시 우리말로 변형되면서 '빠따'로 자리잡았다. 우리말 빠따는 비속어다.

그런데 국어사전에는 '빠따'가 표제어로 실려 있다. 의외다. 외국어인 영어가 일본을 거쳐 국내에서 통용되면서 외래어 영역을 당당히 꿰찬 한 사례다.

빠따의 유래는 영국 해군과 일본 해군의 체벌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일본 해군의 대표적인 체벌은 주먹으로 턱을 옆으로 후려갈기는 '턱(アゴ)'과 방망이로 엉덩이를 치는 '해군정신주입봉(海軍精神注入棒)'이 있었는데 이의 약칭이 '밧따(バッター)'다.

이 체벌은 본래 영국 해군에서 장교, 부사관, 군무원이 크리켓 배트로 병사들을 구타하는 것이었다.

일본 해군 출신의 소설가 아가와 히로유키는 "나를 원망하지 말고, 영국 해군을 원망해라"라며 밧따를 드는 군인이 있었다는 체험담도 공개했다.

'빠따'에 대한 일반적인 경험적 회상은 정신적인 해이를 방지하려는데 목적이 있었다. 딱히 잘못이 없어도 빠따를 들었다.

옛날 군대에서는 '빠따로 해가 뜨고, 빠따로 해가 지고, 빠따로 잠든다. 닭이 울지 않는 날은 있어도 빠따가 멈추는 날은 없었다'는 말이 돌 정도로 빠따 체벌 군기잡기가 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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