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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나면 더 쉬운 외래어]학식 자랑하는 느낌 "리버럴하다"

정기홍 기자 승인 2024.01.12 20:44 | 최종 수정 2024.01.12 21:18 의견 0

더경남뉴스가 일상에서 쓰면서 애매하거나 기사 등의 글에서 보지만 알지 못하고 넘기는 외래어를 찾아 이해를 돕습니다. 특정 상황을 곁들어 이해도를 높이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입당한 이상민 의원이 지난 11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민주당은 전체 집단주의적 분위기가 굉장히 진하다. 국민의힘은 리버럴(liberal)하다”라며 두 정당을 비교했습니다.

그는 진행자가 국민의힘으로 옮긴 소회를 묻자 “국민의힘에서 오히려 자유 개방적이고 더 그런 분위기를 느꼈다”며 이렇게 말했다. 리버럴을 풀어 한 말입니다.

영어 리버럴은 '자유'와 관련된 단어입니다. 생각과 행동이 개방적이고 자유분망하다는 뜻입니다. 민주주의적이란 뜻도 갖고 있습니다.

보통 '리버럴'이나 '리버럴하다'고 말합니다. 일반 기업이나 언론계 등에서 주로 씁니다.

하지만 "그 친구, 참 리버럴해"라는 말에는 좋거나 나쁜 의미가 다 담겨있습니다. 개방적이란 긍정적인 면과 천방지축이란 부정적인 면이 있기에 이 말이 왜 나왔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리버럴이 외래어(外來語)인지 외국어(外國語)인지도 궁금합니다.

외래어는 '외국에서 들어와 국어(우리말)에서 널리 쓰이는 단어'입니다. 외국에서 낯선 말이 들어오면 우리말로 바꿔 써야 합니다. 버스, 컴퓨터, 피아노 등이 그러한 사례입니다.

지금 우리가 쓰는 대다수 외래어는 외국 문물이 들어온 이후 자리잡아 쓰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외래어는 우리말이 돼 있지만 말의 원천, 즉 어원은 외국입니다.

달리 외국어는 말 그대로 '외국에서 쓰이는 말'입니다.

외래어와 외국어는 어떻게 구분할까요.

일반적인 구분법은 우리말에 대체할 수 있는 어휘(단어)가 있느냐의 여부입니다.

외국어를 우리말로 대체할 수 있으면 외국어이고, 대체할 수 없으면 국어화한 외래어라고 합니다.

영어 리버럴은 우리말 '개방, 자유, 민주' 등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외래어가 아닌 외국어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개방 등이 전통의 우리말은 아닙니다. 한자어이지만 조선 중기 이전에 있었던 단어는 아닙니다. 굳이 방편으로 선을 긋자면 근대화 이후에 만들어진 단어로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합니다.

외래어와 외국어 구분 기준이 궁금해 국립국어원에 문의했더니 "정확한 기존을 정하기 애매하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은 보수적으로,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또 다른 '우리말샘'은 다양화하는 말 쓰임새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개방적으로 적용한다"고 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만 해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1만 2천여 개의 외래어가 있다네요.

이를 적용하면 '리버럴'은 표준국어대사전 기준으론 외래어가 아니지만, 우리말샘 기준에선 외래어 범주에 포함된다는 말입니다.

이분적인 답은 못 구했지만 외래어에 관한 규칙을 조금 더 알게 된 데 만족해야 하겠네요.

외래어에는 표기법이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원칙을 정해 놓은 것입니다.

범례를 몇 개 들어보겠습니다. 뒤의 것이 바른 표기입니다.

개스-가스, 수퍼마켓-슈퍼마켓, 타켓-타깃, 초콜렛-초콜릿, 알콜-알코올, 요드-요오드, 나레이션-내래이션, 탈렌트-탤런트, 빵구-펑크, 텔레비젼-텔레비전, 캡처-캡쳐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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