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되는 의료 대란] "병상 여유, 걱정 말고 찾아오라"···지역 종합병원들 대타로 나섰다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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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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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대학병원 등 대형 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은 파업이 6째를 넘기면서 수술 연기 등 진료 차질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반면 상급종합병원 바로 아래급인 전국의 지역 종합병원에는 중증과 경증 구분없이 상급종합병원에 가지 못하는 환자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3일 보건의료재난 위기경보를 최상위 단계인 '심각'으로 상향 조정한 상태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형 종합병원은 전공의 의료 공백으로 중증·응급 환자를 우선으로 수술하는 등 급하지 않은 수술 일정은 뒤로 미루고 있다. 응급실도 중증도를 고려해 환자를 받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경증인 환자는 1·2차 병원을 이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대한종합병원협의회는 23일 낸 성명서에서 "의료대란 상황 속에서도 환자들이 지속 상급종합병원과 대학병원을 찾고 있어 추가적인 피해 발생이 심각하게 우려된다"며 "2차 병원인 지역 종합병원은 중환자실이나 회복기 환자를 위한 입원병상도 여유가 있어 정상 진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대부분의 지역 종합병원은 전문의가 100% 진료를 하고 있어 의료대란과 무관하게 정상진료가 가능하고, 대학병원 수준의 시설과 장비를 구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 종합병원은 추가 상황에 대비해 수술환자와 중환자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24시간 운영되는 응급실과 지역 환자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투석실이 있어서 대학병원들의 의료 공백을 메워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도 “전공의 이탈이 심한 상급종합병원은 중증과 응급환자 진료에 역량을 집중하고 중등증 이하 환자는 지역의 2차 병원급에서, 경증 외래환자는 의원급에서 각각 진료토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환자들이 2차 병원인 지역 종합병원을 찾으면서 바빠진 모습이다.
경남 진주에 있는 진주고려병원 등과 창원의 창원한마음병원 등도 내원한 환자들을 받아내느라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 경증 환자부터 상급종합병원 대기가 길어 찾아오는 중증 환자까지 환자 유형과 인원이 모두 늘었다.
경남도내 4개 상급종합병원(경상대국립대병원 진주 본원, 경상국립대병원 창원 분원, 양산부산대병원, 삼성창원병원)은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해 중증 및 위급 응급환자만 받고 있다.
창원한마음병원의 경우 응급실이 며칠째 과부하가 걸려 있다.
병원 관계자는 "지역의 보건소나 119 소방대원, 부산 등의 병원에서 환자를 받아달라는 문의가 많다"며 "의료 대란 전에는 보름 정도면 환자를 인근 상급종합병원에 보낼 수 있었지만 지금은 4월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곳도 있다"고 했다.
진주의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전문의나 전임의(펠로)들은 이미 업무가 가중돼 장기전으로 가면 몸이 지칠 수밖에 없어 의료 공백은 지금부터 심화될 것"이라며 "협회 차원에서 지역 종합병원의 진료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