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대학병원 등 대형 병원 '전공의'의 집단 사직서 제출로 의료 공백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22일 오후에 찾은 경남의 거점국립대인 경상국립대 진주시 칠암동 대학병원은 평소보다 한산했다.
진주경상국립대병원은 서부경남의 중심 병원으로 대규모 권역응급의료센터(경남권역 응급·외상센터)가 있다.
경상국립대병원 칠암동 병원에선 20일 현재 응급실 등에서 '전문의'를 보조하는 '전공의'의 대부분인 146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다. 또 지난 21일 기준 의대 재학생 400여 명 중 약 80%가 휴학계를 냈다.
참고로 경남에서는 20일 현재 진주경상국립대병원 말고도 양산부산대병원(165명), 성균관대 삼성창원병원(97명), 창원경상국립대병원(39명) 등 대학병원급 병원에서 전체 447명의 전공의 중 370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다.
기자가 찾은 시각 병원 입구엔 막 도착한 앰뷸런스에서는 중증환자가 간이침대에 누운채 내렸다. 다행히 입원 수속은 큰 어려움 없이 진행됐다. 일부 대도시의 대형 병원에서 의사와 병상이 없어 8시간을 돌다가 군병원에서 긴급히 응급치료를 받는 상황과는 대비됐다.
이날 진주경상국립대병원은 대도시 병원과 달리 상대적으로 위급 환자가 적어서인지 병원의 분위기는 평소와 크게 달라진 것은 감지되지 않았다. 병원 응급실은 평상시보다 환자가 조금 준 듯 보였다. 병원 진료를 받는 원무 창구도 그리 붐비지 않았다.
서울과 부산 등 대형 병원들은 전공의의 파업 3일째를 맞아 응급실 의료진의 업무 부하가 점점 커지면서 중증 환자만 받기로 방침을 세우고 있다. 따라서 평소 같으면 응급실로 가던 비중증 환자들이 지레짐작으로 발걸음을 돌리거나 아예 끊고 있다는 소식이다.
경상국립대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사직서 제출 등 집단행동에 들어간 이후 방문 환자가 조금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아직은 특별히 긴급한 상황은 없어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공의 파업이 주일을 넘기는 등 장기화에 대비한 메뉴얼을 갖추고 숙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뉴스를 보고 병세가 크지 않은 사람들이 알아서 응급실을 찾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평소 필요 이상으로 응급실을 찾던, 급성복통 등 경증 환자가 빠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병원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다른 지역의 대형 병원 응급실에선 중증 환자가 아니며 돌려보내는 경우도 있다.
경상국립대병원 응급실도 아직 큰 어려움은 없으나 전공의들이 거의 사직서를 제출하고 현장을 떠나 전문의들의 업무에 과부하가 걸리면 상황은 달라질 우려가 커진다. 지금은 전문의가 전공의들이 떠난 응급실의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대학병원 측은 “전공의의 파업성 집단행동이 이제 3일차여서 추이를 지켜보고 있지만 장기간 지속되면 과부하는 점점 더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이날 칠안동 경상국립대학교병원을 방문해 전공의 집단 사직서 제출 등에 따른 병원 운영 현황 및 응급의료 유지 상황을 점검했다.
조 시장은 안성기 경상국립대학교병원장을 만나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시민들의 걱정이 크다”며 “진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의료 인력을 탄력적으로 배치하고,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잘 설득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병원내 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해 응급진료 상황 등을 점검한 후 경상국립대 의과대학장을 만나 의대생들의 휴학 현황을 확인하고, 휴학계 반납과 취소를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국방부는 대형 병원 전공의의 파업으로 전국 12개 군 병원을 개방해 일반 응급환자를 받고 있다. 경남에서는 해군 산하인 창원시 해군해양의료원이 있다.
22일 오후 5시 기준으로 민간인 환자 20명이 진료를 받았다. 국군수도병원 11명, 국군대전병원 6명, 국군양주병원 1명, 국군포천병원 1명, 국군강릉병원 1명 등으로 경남의 해군해양의료원은 아직 진료를 한 환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