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알고주알 어원이 흥미롭습니다. 미주알은 '창자의 끝 항문'을 뜻하는데, 미주알고주알은 '미주알'에 '고주알'을 합친 말입니다. 어문학계는 고주알이 미주알과 운을 맞추기 위해 덧붙인 말로 해석합니다. 창자 밑구멍의 끝인 미주알은 '눈으로 보기 어려워 숨은 사소한 일까지 속속들이 말하거나 캐묻는 것'을 뜻합니다. 더경남뉴스 기자들이 숨은 기삿거리를 찾아 '사랑방 이야기식'으로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속보]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임시 감독에 박항서 전 베트남 감독이 선임됐다. 박 감독은 경남 산청 출신이다.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는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수석코치는 안정환 전 국가대표, 코치는 김남일 전 국가대표 선수가 선임됐다'
위 내용(사진 포함)은 기자가 27일 오후 미리 써놓은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속보 기사] 내용입니다. 아주 간단한 내용(6하원칙)만을 적시했습니다. 다만 전송은 하지 않고 대기 상태였습니다.
발표가 나면 곧바로 전송을 하고서, 이어 다시 선임 배경 등을 넣은 구체적인 기사를 작성하려고 했지요. 방법은 두 가지인데 기존 속보 기사에 내용을 보충해 전송하거나 속보는 그대로 두고 따로 기사를 만들어 전송합니다.
이 과정에서 어뷰징(abusing)이라고 같은 내용의 '속보'를 조각으로 나눠 제목과 내용만 바꿔가며 반복 전송하는데, 페이지뷰(구독)를 늘리려는 목적이 다분히 있는 행위입니다. 예전엔 이런 행태가 너무 많아 네이버 등에서 각종 제재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처럼 언론 매체에서의 속보란 다른 매체보다 먼저 기사를 전송해 더 많은 독자가 자사 매체 기사를 읽도록 하는 의도가 있지요. 언제나 긴장하고 실시간 번개처럼 움직인다는 것을 독자에게 어필하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독자가 많으면 광고 효과도 훨씬 컵니다.
잠깐 속보의 의미를 알아보았습니다.
언론의 예상과 달리 대한축구협회는 이날 황선홍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대표팀 임시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6일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해 현재 감독 자리는 비어있습니다.
대표팀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을 앞두고 다음 달 태국과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2연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3월 21일(서울), 3월 26일(방콕)입니다.
왜 외부엔 알려지지 않은 이런 해프닝이 있었는지 자초지종을 알아보겠습니다.
'엠바고/ 오늘 2시 회의 후 오후 4시 발표 예정. 감독 박항서, 수석코치 안정환, 코치 김남일'. 엠바고란 '일정 시점까지 보도금지를 뜻하는 매스컴 용어'입니다.
기자는 이 내용을 서울에 있는 지인 기자로부터 27일 오후 4시 넘어 받았습니다. 오후 회의에서 결정했고 이 내용을 4시에 발표한다고 하니 당연히 팩트(사실)로 봤습니다.
무엇보다 손흥민에게 대든 이강인의 '항명' 등으로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이 해임된 터라 아버지 같은 박항서 감독에 위계질서에 엄할 것 같은 두 월드컵 선수 조합은 누가 봐도 그럴 듯합니다. 김남일 전 선수는 오래 전의 한 경기를 보고 "빠따(몽둥이)라도 들고 싶은 심정이다"라고 해 이번 항명 사태 때 이 말이 다시 소환됐었지요.
실제 상당수 축구 담당 기자는 이게 맞는다고 본 것으로 알려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비슷한 내용은 하루 전인 26일부터 퍼졌더군요. 하지만 설사 하루 돌았다고 하더라도 27일 회의 시간 후에 다시 돌았으니 기자로선 재확인이 된 것으로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적지 않은 축구담당 기자들도 회사에 박 전 감독과 황 감독이 3차 회의 후보로 올랐지만 박 감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사전에 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고요.
한 네티즌은 전날인 26일 “언론에서 차기 감독으로 여러 번 언급된 박 감독이 현재 공석인 대표팀 임시 감독으로 합류한다. 거의 오피셜(공식 입장)”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어 “김남일은 확정은 아니다. 다른 사람이 나와도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글은 아마 안정환으로 거론된 수석코치 자리를 말한 것으로 짐작됩니다.
네티즌들은 “지금 임시로 하기에 가장 좋은 조합”이라며 반가워하며 기정사실화 했습니다.
며칠간 홍명보, 김학범, 김기동, 최용수 등 전현직 K리그 지도자 등이 후보로 거론됐지요. 하지만 최용수 전 감독을 빼곤 대표팀 감독으로 자리를 옮기면 K리그 팀에 해가 된다며 부정적 견해가 많았습니다. 본인들도 언론을 통해 맞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정식 감독 선임 전까지 임시로 대표팀을 맡아줄 지도자로 박 감독이 적임자란 얘기가 곳곳에서 나왔던 것입니다.
실제 27일 회의에서도 황-박 두 후보를 놓고 격론이 오갔다고 합니다. 축구협회 설명처럼 현직에 있는 감독이 대표팀을 통솔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날 감독 선임을 결정하는 곳이 서울이어서 경남 진주에 있는 더경남뉴스의 기자는 현장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선임됐다는 공식 발표만 나오면 바로 기사를 전송하려고 한 것입니다. 박 감독이 산청군 출신으로 변방의 베트남 축구를 동남아시아 최강팀으로 만들어 '베트남 국민 영웅'이 돼 있지요. 당연히 지역 사회에서도 관심이 큰 내용입니다.
언론 매체는 가끔 오보 기사를 전송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경우 자사 사이트에선 곧바로 지우면 되지만 포털에선 곧바로 지울 수 없습니다. 이때는 포털(구글, 네이버, 다음 등)에 이유를 적시하고서 부탁해 지웁니다. 가끔 포털 사이트에서 제목을 클릭하면 내용이 없는 게 이런 경우입니다.
예전엔 전화를 해서 바로 해결했다는데 경험을 해본 적이 없어 요즘은 매체 명의의 서류형식으로 전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 그럴 겁니다.
오늘은 대한축구협회의 대표팀 임시 감독 선임과 관련해 [속보]의 의미와 내막 그리고 해프닝을 짚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