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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영 독자의 우리 동네 한 바퀴]'산사의 봄'···경남 김해 은하사를 찾다

정기홍 기자 승인 2024.03.09 01:42 | 최종 수정 2024.05.27 13:42 의견 0

더경남뉴스가 독자 코너를 마련합니다. 사진물도, 에세이(수필)성 글도 환영합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아마추어성 콘텐츠가 소개되는 코너입니다. 정화영 독자가 '우리 동네 한 바퀴'를 타이틀로 먼저 시작합니다. 더경남뉴스는 앞으로 다양한 독자 코너를 마련해 숨어있는 '끼'를 펼치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애독과 참여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지난 3일 경남 김해시 은하사(銀河寺)를 다녀왔습니다. 산사(山寺)엔 봄 기운이 완연해 경내엔 한적하고 오붓한 한 나절을 보내려는 시민들이 제법 눈에 띄었습니다.

은하사는 김해시 삼방동 신어산(神魚山) 서쪽 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사찰입니다. 인제대에서 그리 멀지 않습니다. 사찰 이름은 신어산의 옛 이름인 은하산에서 유래된 것으로 전해지고요. 대한불교조계종 제14교구 본사인 범어사의 말사이고 경남도 유형문화재입니다.

은하사로 오르는 돌계단과 입구 모습. 주위 조경수들에서 봄기운이 물씬 난다. 4월 봄이 완연해지면 꽃대궐을 이룬다.

은하사는 가락국 시조인 수로왕의 왕후 허황옥의 오빠 장유화상(長遊和尙)이 창건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김해와 창원 사이에 있는 장유신도시의 장유동(長有洞)과 한자가 다릅니다.

은하사의 입구 연못에 놓인 반야교와 대웅전 수미단(須彌壇·법당에 부처님을 높이 모시기 위해 만든 단)에는 금관가야의 시조 수로왕 왕후인 허황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쌍어(雙魚) 문양이 있습니다. 이 문양은 허황옥의 출신지로 전해지는 인도 아유타(阿踰陀) 왕국을 말할 때 항시 인용됩니다. 은하사를 안고 있는 신어산의 이름도 '신의 물고기'란 의미를 따서 지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가야인들은 신어산을 진산(眞山)으로 여겨왔고, 오래 전부터 이 중심에 은하사가 자리잡아 지난 세월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신어산은 야트막한 산이지만 사찰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고, 사찰 경관과 사찰 진입로의 소나무 숲이 아름다워 영화 '달마야 놀자'가 촬영한 곳이기도 합니다. 인근에는 수로왕릉을 비롯해 가야 시대의 고분이 있습니다.

▶은하사와 신어산 이정표

은하사와 신어산을 오르는 초입과 간이 차량매점. 이곳에선 차와 커피, 어묵(오뎅)을 판다.

신어산 등산 안내도와 은하사를 비롯한 영구암, 천진암 안내 표지판

왼쪽은 은하사 가는 길, 오른쪽은 동림사 가는 길 이정표

은하사로 오르는 문 없는 입구. 완쪽은 차량이 다닐 수 있는 길이다.

신어사로 오르는 돌계단 옆 큰 바위 위에 길손들이 쌓은 돌무더기. 예부터 마을어귀나 고갯마루에 있는 서낭당 근처를 지날 땐 돌 3개를 얹어놓고 3번 절을 한 다음 침을 3번 뱉으면 재수가 좋다는 속신이 있다.

널찍한 바위 위에 크고작은 돌을 얹어놓은 모습. 한쪽 바위 위엔 부처 모형도 보인다.

돌무더기만 있는 것이 아니고 아기부처 인형과 과자류도 갖다놓았다. 모두가 기복(祈福)을 하고 간 흔적이다.

귀여운 어린이 부처 모형. 누군가 3개를 얹어놓고 3번 합장을 하고 갔을 듯하다.

절 입구 돌계단을 오르면 연못이 나온다. 반야교로 불리는 돌다리를 건너면 속세에서 사바세계(석가가 교화하는 땅)로 들어선다는 의미라고 한다. 오른쪽 연못 속에는 관세음보살상이 세워져 있다.

반야교 중앙엔 마주보는 두 마리 물고기가 새겨져 있다. 이 쌍어는 창건 배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금관가야의 시조 수로왕의 왕후 허황옥의 오빠 장유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대웅전 수미단에도 새겨져 있다.

연못 속의 관세음보살상 뒤로 아무렇게나 누운 대나무 한 그루가 자연의 품에 자리한 절간 분위기를 물씬 풍겨준다.

금강역사 등의 그림이 그려진 산사의 입구문과 문 안 경내에 주차된 자동차도 대비시켜 보았다.


▶은하사 경내

은하사 경네 건물 배치도

은하사 경내. 대웅전으로 오르는 길이다. 이쯤 들어서면 경건해진다.

계단 옆에는 불자 등이 바람 등을 써넣은 기와들이 줄지어 쌓여 불사(佛事)를 기다리고 있다.

대웅전을 오르기 직전의 돌계단(왼쪽). 계단은 가운데에도 있다.

대웅전 모습

대웅전 앞뜰. 앙상하지만 구불구불한 가지가 뚜렷해 보이는 배롱나무 운치도 좋다.

종교를 떠나 조용한 산사의 대웅전 앞뜰은 평온해 보여 좋다.

전통문화 전수관 건물. 1층엔 공양간과 식당, 한옥 목조건축양식의 2층은 전통문화 전수관으로 쓰인다.

▶절간의 봄 정취

삼성각 앞의 목련나무에 솟아나는 꽃망울들. 절간의 목련 꽃망울이라서 그런지 오묘하게 느껴지고 괜히 신비롭게 와닿는다.

바위 아래 따스한 햇볕을 쐬며 돋아난 세잎크로버

사찰에서 스님과 신도들의 보살핌 때문인지 고양이 한마리가 배짱 좋게 늘부러져 있다.

법당 앞에 앉아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또 다른 고양이

이른 봄을 맞아 신어산 골을 따라 흘러내리는 냇물. 돌담벼락 사이 관로를 통해 내린 물이 시멘트 통에 담긴 후 다시 흐르고 있다. 산사의 분위기다.

절 근처 커다란 바위 사이로 난 경사진 물길. 아직은 지난 가을에 떨어진 바위틈 낙엽들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계곡 도랑을 따라 얼었던 물이 녹아 흘러내리고 있다.

▶절 입구 주차장

주차장은 은하사를 오르기 전에 있지만 안내 차원에서 따로 빼 소개합니다.

왼쪽은 은하사 가는 길이며 주차장이 있고, 오른쪽은 영구암 가는 길 이정표

이상 정화영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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