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90도 가까이 굽었던 이봉주 씨, 4년 만에 다시 마라톤대회 참가해 달렸다
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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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4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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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 긴장 이상증'이란 희소 질환으로 등이 굽고 허리가 90도 가까이 꺾였던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씨가 4년 만에 다시 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이 씨는 지난 21일 ‘제28회 삼척 황영조 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해 150m가량을 달렸다. 이 씨는 수술과 회복 등 4년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이날 출발선에 다시 서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스페인 바르세로나 올린픽에서 금메달을 따 '몬주익 영웅'으로 불리던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도 이 씨의 곁에서 함께 달렸다.
강원일보 유튜브 채널에는 출발선에서 번호 ‘11342’를 달고 환하게 웃으며 달리는 이 씨의 모습이 담겼다. 파란색 모자에 하얀색 티셔츠를 입은 이 씨는 난치병으로 굽었던 허리를 곧게 편 채 달렸다.
이 씨는 “늘 저와 동행하셨던 장인어른이 지난해 11월에 돌아가시면서 함께 못 오게 되어서 아쉽다. 장인어른도 여기 어딘가에 오셔서 축하해주고 계실 것”이라며 “오늘은 제가 삼척의 사위가 된 의미 있는 날, 결혼기념일”이라고 밝혔다.
이 씨는 “보시다시피 지난해보다 좋아지고 있다. 100% 좋아진 건 아니고 60% 정도다. 계속 좋아지고 있으니까 앞으로 더 좋아져서 10㎞, 하프, 풀코스까지 완주하는 몸을 만들고 싶다”고 며 팬들의 걱정에 감사함을 말했다.
대회 참가자들은 “이봉주 화이팅!”을 외치며 그를 응원했다.
이봉주는 지난 2020년 근육 긴장 이상증이라는 청청벽력과도 같은 희귀질환 진단을 받았다. 이 병은 특정 근육이 틀어지고 긴장 또는 수축해 비정상적 자세로 신체가 고정되는 질병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허리 경련과 통증도 동반한다.
이 씨는 그동안 이 병으로 등이 굽고 목이 90도 정도로 꺾이는 모습을 보여줘 팬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다행히 2021년 서울의 한 병원에서 6시간 30분에 걸쳐 척수지주막낭종 제거 수술을 받았고 수술 후 재활해왔다.
‘봉달이’이란 애칭이 있는 이 씨는 미국 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1996년), 태국 방콕아시안게임 금메달(1998년), 미국 보스턴마라톤대회 우승(2001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2002년) 등을 땄다.
대한체육회는 2022년 이 씨를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으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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