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17일 의료계가 낸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고 각하한 판사를 향해 “대법관 (승진) 회유가 있어 그런 결정을 내렸다”는 취지의 황당한 주장을 했다.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는 지난 16일 의대생·전공의·교수 등이 “정부의 의대 증원을 막아달라”며 법원에 낸 집행정지 사건 항고심(2심)에서 의료계 신청을 기각·각하했다.
임 회장은 이날 CBS라디오에 나와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했다”며 “(재판을 담당한) 구회근 판사가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인 의견이 아니다. 의대 교수님들 집단지성에서 ‘이분이 어느 정도 본인 이익을 찾으려는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라는 의견이 상당수 있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전날 의대 증원 결정 효력을 정지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임 회장은 이에 “오히려 재판부가 완전히 그 공공복리에 반하는 판결을 했다. 재판부가 완전히 정부와 동일한 입장을 취해서 결국에는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 자체를 철저히 망가뜨리는 마지막 사망 선고를 한 날이 어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공의들은 필수의료과 위주로 개업을 하지 이 고생을 해가면서 이런 모욕까지 당하면서 (대학병원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한다”며 “의대생들도 유급을 불사하고 학교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교수들도 격앙돼 있다. 정부에 분명하게 학생들하고 우리 전공의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없다는 액션을 보여줘야 되겠다, 이런 말들을 하고 있다”며 “동네병원 의사들과 2차 병원 봉직의들도 힘을 합쳐서 움직이자는 이야기가 의협에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그의 말은 대학병원 1주일 집단 휴진, 개원의 파업 가능성 등을 시사한 것으로 들리지만 이말도 두루뭉술한 자의적인 말로 들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임 회장은 재항고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법원까지는 분명하게 대응해야 될 부분은 충분히 해야 될 것 같다”며 “이번 기회가 우리나라 의료를 살릴 마지막 기회”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상당수 의사들을 대변하는 의협 회장으로서 "판사 승진 회유"는 국민들이 듣는 방송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임 회장은 그동안 정제되지 않고, 좌충우돌성 수준 이하의 말을 뱉는다는 지적을 적잖게 받아왔다.
앞서 지난 4월 12일에도 2024년 의료정책 추진 반대 집단행동으로 면허 정지를 받은 의사의 항고가 기각되자 담당 판사에게 "정권 푸들", "지금이라도 법복을 벗고 본인 적성에 맞는 정치를 하기 바란다"라는 막말을 했다.
또 정부가 지난 5월 8일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겠다며 보건의료 재난 위기경보 ‘심각’ 단계일 때는 국외 의사면허만 있어도 진료를 볼 수 있도록 의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그는 다음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말리아 20년 만의 의대 졸업식'이란 제목의 기사와 함께 '커밍 순(coming soon)'이란 글을 올렸다가 인종차별 논란이 일자 삭제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도지난 5월 5일부터 '돼지발정제' 등의 단어를 동원하는 등 언쟁을 벌였다.
경남 진주시의 정 모 씨는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했으면 애초에 왜 법원에 판단을 의뢰했는지 모르겠다. 앞뒤가 맞지 않는 억지춘향격으로 들리고, 판결에 유감을 표시할 수 있지만 지성을 자처하는 의협 회장의 말로선 격이 많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