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과 절차 등 군 훈련 규정을 어긴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쓰러져 이틀만에 숨진 훈련병이 군기훈련 후 ‘횡문근융해증’ 증상을 보인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이 증상은 무리한 근력운동을 했을 때 골격근세포가 괴사 등 손상돼 장기를 파괴하는 병이다.
사망한 훈련병은 지난 13일 이 부대 신병교육대로 입대했고, 23일 군기훈련 중 쓰러져 민간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받았지만 25일 숨졌다.
완전군장을 하고 야간행군을 하는 육군훈련소 흔련병들. 육군훈련소
28일 군에 따르면 사망한 육군 강원 인제의 모 부대 훈련병은 사망 전 횡문근융해증 증상을 보였다.
의료계에 따르면 횡문근융해증은 운동과 외상, 수술 등으로 근육에 에너지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괴사가 일어나고, 이로 인해 생긴 독성 물질이 순환계로 유입돼 신부전증·급성세뇨관괴사 등을 일으키는 병이다.
숨진 훈련병이 규정에 없는 완전군장 구보와 팔굽혀펴기 기합을 받으면서 무리가 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군 관계자는 "아직 사인을 명확히 하기 어려워 추가로 혈액 조직 검사 등 정밀부검을 할 예정이며 약 한 달간 진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얼차려 과정에서 군기훈련 규정을 어긴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 신병교육대에 아들을 보냈다는 한 훈련병 부모는 훈련병 커뮤니티 ‘더 캠프’에 올린 글에서 “20㎏에 책 같은 걸 더 넣게 해서 40㎏을 만들어 메고 3시간 정도 ‘뺑뺑이’ 얼차려를 줬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 군사 전문가는 “입대 10일밖에 안된 훈련병에게 완전군장을 위한 장구류가 모두 지급돼있지 않을 수 있다. 군장 무게를 맞추기 위해 책 등으로 무게를 늘렸을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서우석 육군 공보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민간 경찰과 협조해 조사를 했고 조사 과정에서 군기훈련간 문제점이 식별돼 경찰 수사가 추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오늘 강원경찰청에 사건을 이첩했다”며 “육군은 한점 의혹 없이 투명하고 정확하게 규명되도록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육군이 훈련병 사망 사고에 '범죄 혐의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누구를 어떤 혐의로 이첩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군사법원법이 개정(2021년 8월 31일 국회 본회의 통과)되면서 군은 군인 사망 등 관련 사고와 사건의 검시·검증 결과, 사망의 원인이 되는 범죄 혐의를 파악하는 즉시 사건을 민간으로 이첩해야 한다. 법을 개정한 이유는 수사·기소·재판이 모두 군 조직 내부에서 이뤄지는 현행법 체계가 피해자 인권 보호에 소홀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