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국가채무 전망 수치 왜곡···감사원 "기재부, 국가채무비율 전망치 153% → 81%"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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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4 22:07 | 최종 수정 2024.06.04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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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2020년 장기재정전망을 발표하면서 오는 2060년 예상 국가채무비율을 무려 72%포인트 축소하는 등 왜곡한 것으로 드러났다.
4일 감사원이 밝힌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나랏빚 전망치를 낮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잘못된 계산법을 동원해 206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153%에서 81%로 낮췄다.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재부 재정혁신국장에게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두 자리 수로 만들라”며 전망치를 낮추기 위한 계산 방식까지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일부 청와대 관계자들은 집값·고용·소득 등 국가 통계 조작 혐의로 이미 재판을 받고 있어 비난의 화살이 거세다.
감사원은 이미 퇴직한 홍 부총리를 징계할 수 없는 만큼 향후 공직 임용에 참고할 인사자료를 남겨두라고 기재부에 통보했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기재부 재정혁신국 실무진들은 2020년 7월 7일 “2060년 국가채무비율이 100%를 넘길 것”이란 청와대 정례보고안을 작성했다.
홍 전 부총리는 이튿날 오전 문 전 대통령이 주재한 정례보고에서 이를 보고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정례보고 당일 기재부에 안건별 청와대 의견을 정리한 문건을 보냈다.
문건엔 '의미는 크지 않으면서 사회적 논란만 야기할 소지'라며 '인구구조, 사회경제 패러다임이 계속 변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란이 커지지 않게 잘 관리하고 신경써주기 바람'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기재부 실무진들은 홍 전 부총리에게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최소 129.6%, 최대 153%’로 전망한 초안을 보고했다.
그러자 홍 전 부총리는 “국민이 불안해한다. 두자릿수로 만들라”고 지시했다.
이는 당시 보고 자리에 있던 공무원들이 감사원에 진술한 내용이다.
감사원은 또 "홍 전 부총리가 '정부 총지출이 매년 경제성장률과 같은 속도로 늘어난다고 가정하라'는 지시도 했다"고 밝혔다.
정부 총지출은 국민연금 등 법에 따라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의무지출’과 정부가 정책 집행에 따라 규모를 조정하는 ‘재량지출’로 나뉜다.
홍 전 부총리는 당시 의무지출에 재량지출을 더한 총지출이 경제성장률만큼 늘어난다는 전제 아래 채무비율을 계산하라고 한 것이다.
홍 전 부총리의 가설이 들어맞으려면 후임 정부들은 의무지출이 늘어나는 만큼 정책 집행에 필요한 재량 지출을 줄여야 했다.
감사원은 당시 이미 고령화 여파로 국민연금 지급액이 늘어나는 등 정부 의무지출이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기재부 재정혁신심의관이 “재량지출이 감소하는 구간이 생기는데 합리적이지 않다”고 반대했지만 홍 전 부총리가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할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기재부 실무진은 계산방식을 바꿔서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81.1%로 축소한 최종안을 만들었다.
최종안은 청와대 보고를 거쳐 2020년 9월 발표됐고, 국회에 전달됐다.
감사원은 기재부가 잘못된 계산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기재부 실무진들이 2020년 9월 전망치 발표 전에 “보도자료를 내고 싶지 않다. 자괴감이 든다”며 메시지를 주고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기재부가 2014~2022년까지 각 부처로부터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요청을 받은 64건 중 63건을 수용하는 등 면제 조치를 남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로 인해 예타 면제 금액은 2016년 2조 7000억 원에서 2017년 17조 6000억 원으로 대폭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