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비 13조 4913억 원이 투입되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부지 건설 입찰에 건설업체들이 모두 외면하는 예기치 않은 사태가 발생했다.
1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5일 마감된 ‘공항 부지 건설 공사’ 입찰에선 단 한 곳의 건설사도 참여하지 않았다. 부지 건설공사는 활주로, 방파제 등을 포함해 총사업비의 78%(10조 5300억원)를 차지하는 대규모 공사다.
국토부는 지난 7일 “오는 24일까지 입찰 서류를 다시 받는다”며 입찰을 재공고했다.
건설 업계가 입찰에 난색을 보이는 것은 바다와 육지에 걸쳐 공항을 짓는 난도 높은 공사를 사전 타당성 검토 때의 계획보다 절반이 줄어든 5년 만에 끝내려고 해 공기가 무리하다는 것이다.
공사 기간이나 방식, 비용 등 가덕도 신공항 계획 전반이 무리한 일정이라고 보고 있다. 안전, 재해 등 변수가 많고 크다는 지적이다.
그간의 건설 계획 과정을 살펴보자.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동남권 신공항 검토 지시로 시작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2016년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나 폐기됐었다.
하지만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선거 공약으로 재부상하며 특별법이 발의됐고 그해 2월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국토부는 김해공항 확장안을 폐기하고 지난해 12월 가덕도 신공항 건설 기본 계획을 고시했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삐걱대는 것은 공사 리스크(위험)는 큰데 개헝 시기와 공기를 맞추려는 정부의 요구 사항은 많기 때문이다.
애초 가덕도 신공항은 2035년 6월 개항으로 추진됐지만 2030 부산 세계 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앞두고 2029년 12월로 5년 이상 당겨졌다.
이에 따라 기본 설계(150일)와 실시 설계(150일)를 포함한 설계는 10개월안에, 공사는 5년 내에 마쳐야 한다.
건설 업계는 획기적 공법을 통해 공사를 하더라도 설계 기간이 너무 짧아 졸속 설계 하라는 소리나 마찬가지고 주장하고 있다.
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하자나 사고 등 재해리스크가 발생하면 건설사가 휘청일 정도의 위험이 클 것”이라고 했다.
실제 사업비가 가덕도 신공항의 20분의 1인 울릉공항의 공사 기간은 5년이고 인천공항도 1단계 건설에 9년이 걸렸다.
정부가 시공 능력 상위 10대 건설사 중 2개사까지만 공동 도급을 허용한 것도 입찰 포기 이유다.
업계는 인력이 많이 소요돼 최소 대형 3개사 이상이 컨소시엄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재값, 인건비 등 늘어나는 공사비를 감당하고 각종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서라도 공동 도급사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에선 공사 기간을 줄이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문제가 크다고 말한다.
당초 국토부가 2022년 진행한 사전 타당성 검토에선 공항 전체를 해상에 지을 예정이었지만,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해상 매립량을 줄여 육·해상에 걸쳐 짓는 것으로 변경했다.
그런데 이는 부등침하(지반이 불균등하게 내려앉는 현상) 우려 때문에 사전 타당성 검토 때에 배제된 방안이다.
육상과 해상 연약 지반의 지지력 차이가 크면 바다 쪽 활주로가 육지 쪽보다 많이 가라앉아 이착륙이 방해받을 수 있다.
공항 운영 과정에서의 경제성도 확실한 믿음이 없다.
2022년 사전 타당성 검토 조사 때 신공항 건설의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은 0.41~0.58을 기록했다. 이 비율이 1 이상 나와야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는 뜻인데 한참 못 미치는 수치이다.
2016년 조사 때도 경제성이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그런데도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되며 대규모 국책 사업을 벌일 때 통과해야 하는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았다.
하지만 국토부는 “준공 목표 시점이 도전적인 건 맞지만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