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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문방구 단어를 일러스트와 정보로 풀어낸 '문방구어사전'

정창현 기자 승인 2024.06.28 03:38 | 최종 수정 2024.06.28 03:58 의견 0

'삼각자의 가운데 동그란 구멍이 뚫린 이유는?', '주판은 디지털 기기일까, 아날로그 기기일까?', '종이에 손을 베이면 더 아픈 이유는?'

문방구 관련 정보들을 시시콜콜하게 모아놓은 책이 지난달 말에 나왔다. '문구 오타쿠'들의 눈에 쏙 들어오는 책이다. 일본에서 출판됐던 '문방구어사전'을 늘봄출판사에서 번역했다. 일본인 문구왕 타카바타케 마사유키 씨가 썼고, 우리나라 '샤프 덕후'로 유명한 이상민 씨가 번역했다. 196쪽, 1만 8000원

타카바타케 마사유키 씨

이 책이 나오게 된 연유는 일본의 세이분도신코사(成文堂新光社)가 문구왕으로 알려진 저자를 눈여겨보고 자사의 사전 시리즈(취미 세계를 일러스트와 단편 지식으로 즐기는 사전)에 '문방구어사전'을 추가했다.

이 책은 문구와 사무용품, 브랜드, 인물, 역사, 작동 원리 등 거의 모든 디테일을 실었다. 문방구 관련 표제어를 '가름끈'을 시작으로 'P커터'에 이르기까지 800개로 추렸다. 또 두 개의 미니 칼럼과 8개의 문방구 칼럼, 문방구 기초지식과 문구 잡학을 각 표제어 사이에 끼워 넣어 문방구와 관련된 지식도 제공한다.

연필, 지우개, 볼펜 등 당연한 것을 짧은 문장으로 정확하게 정의하는 것은 의외로 어렵다. 누구나 알고 있는 문구의 정의를 심사숙고해 서술한 뒤 읽어보면 그저 그런 것이 되기 일쑤다. 하지만 이 책은 정의뿐 아니라 언제 누가 시작했는지, 전환점에 얽힌 에피소드, 과학이나 공학의 측면에서 본 해설, 업계 내의 토막지식 등을 담았다. 그래서 읽으면서 "아하~" 하고 무릎을 칠 수 있는 그런 책이다.

▶목차

시작하며
이 책을 읽는 방법

문방구 기초지식
1. 세계 문방구 제조사 및 브랜드 지도
2. 일본 주요 문구업체 지도
3. 문구 관련 유명 상표와 일반명칭
4. 회사명 변경 이력
5. 만년필의 구조
6. 볼펜 잉크의 종류
7. 펜촉의 종류
8. 수첩 선택 방법 및 종류
9. 접착테이프의 종류

문구 잡학 1. 절단식 커터 칼날 사이즈 / ㄱㄴ / mini column 1. S형과 E형, 우측 열기와 좌측 열기
문구 잡학 2. 클립 사이즈 / ㄷㄹ / Stationery column 1. 자(定規)와 눈금자(ものさし, 모노사시)는 서로 다른 것인가?
문구 잡학 3. 스테이플러 침 사이즈 / ㅁㅂ / Stationery column 2. 모나미
문구 잡학 4. 노트 줄 유형 / ㅅ / Stationery column 3. 샤프심 직경은 0.5mm가 아니다?
문구 잡학 5. 봉투 사이즈 / ㅇ
문구 잡학 6. 다양한 마크 / ㅈㅊㅋ / Stationery column 4. 당신은 디지털파? 아날로그파?
문구 잡학 7. 종이 크기 / ㅌㅍㅎ / Stationery column 5. 하고로모 분필
문구 잡학 8. 고무밴드 크기 / 0~9, A~Z / mini column 2. 홀더(holder)와 폴더(folder) / Stationery column 6. 잉크(ink)와 잉키(inky) / Stationery column 7. 삼각자에 구멍이 있는 이유 / Stationery column 8. 연필의 경도와 스마트폰 보호필름

역자 후기

마치면서

별책부록 : 문방구 연표

▶저자와 역자

저자 : 다카바타케 마사유키 (Masayuki Takabatake,たかばたけ まさゆき,高畑 正幸)

1974년 가가와현에서 태어나 지바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공업디자인학과 대학원에 입학했다. 1999년 TV도쿄의 장수 프로그램 'TV챔피언'의 제2회 전국 문구왕 선수권에 출전해 우승한 후 '궁극의 문구 카탈로그'를 자비로 출판했다.

이 경력 덕분에 2000년 반다이 문구의 자회사인 선스타문구에 문구 디자이너로 입사한 뒤 이듬해 제3회 전국 문구왕 선수권과 2005년 제4회 대회에서 연거푸 우승했다.

같은 시기에 문구 디자이너로도 맹활약하며 2002~2006년 ‘굿 디자인상’을 연속 수상했다. 2006년엔 전작을 대폭 보완한 '궁극의 문구 카탈로그 머스트 아이템 편'을 펴냈다.

2012년 퇴사 후 개인 홈페이지 'B-LABO'와 온라인 쇼핑몰 '문구왕의 문구점'을 열고 운영 중이다. 2015년 6월 문구 붐을 맞아 개정증보판인 '궁극의 문구'를 펴냈다.

다른 저서로는 '거기까지 알려주는 거냐! 문구왕 다카바타케 마사유키의 최강 아이템 완전 비평', '궁극의 문구 카탈로그 핵', '필통채집장'(공저)이 있다.

현재는 문구 기획·개발, 판매, 평론, 토크 이벤트 등 문구와 관련된 분야 전반에서 활약 중이다.

역자 : 이상민

1964년 경남 진해 출생. 용산고, 서울대 경영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삼성SDS와 삼성전자를 거쳐 문서 보안 소프트웨어 기업 파수(FASOO)에서 상무 역임 후 현재는 울산정보산업진흥원 디지털융합본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자칭타칭 필기구 덕후인 옮긴이가 지금까지 모은 필기구가 수천 점(3000점까지만 카운팅)이 넘는다.

▶책 속으로

주판은 디지털 기기일까, 아날로그 기기일까?

디지털은 라틴어로 손가락을 뜻하는 디지투스(digitus)에서 유래한 것으로, 모든 정보를 손가락으로 세듯이 셀 수 있는 숫자로 치환하여 (이산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란 사전적 정의로 볼 때 주판은 디지털 기기이다.
--- p.152

삼각자 가운데 동그란 구멍이 뚫린 이유는?

온도나 습도의 변화에 따른 수축과 팽창을 흡수하기 위해서, 공기를 빼내기 위해서 등이 설이 있으나 이는 틀린 얘기. 필자가 직접 제작자에게 확인한 결과 “구멍이 있는 것이 자다워 보여서”다. 또한 이것은 예전에 나무로 삼각자를 만들 때 가운데에 자연스럽게 삼각형 구멍이 생겼는데,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그 구멍을 모방했고, 삼각형보다는 동그라미 구멍으로 만들기 시작했다고.
--- p.184

종이에 손을 베이면 더 아픈 이유?

손가락 끝은 신경이 집중돼 있는 데다가 종이에 벤 자리는 칼날과 비교하여 톱니 모양으로 들쭉날쭉하게 조직이 파괴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종이에 포함된 물질이 피부 내에 잔류하거나 얕은 상처라서 피가 나지 않기 때문에 늦게 아문다는 점, 이후에도 일상 작업에서 서류 등의 종이와 접촉하기 쉬운 점 등 다양한 요인 때문이다.

--- p.30

▶출판사 리뷰

<일본어 사전이 한국어 사전이 되기까지>

원서는 히라가나 순으로 되어 있었으나 가나순으로 재구성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 대표 문구 기업인 ‘모나미’(82쪽)와 원래 일본 기업이었으나 입시학원 수학 강사였던 신형석이 인수해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세계적인 ‘하고로모 분필(세종몰)’(176쪽) 두 항목을 칼럼 형식으로 추가했다.

또 표제어처럼 보이지 않아 당혹스러웠던 것들도 몇 가지 있다.

가미데테오키루(종이에 손을 베이다, 紙で手を切る), 가제오히쿠(감기에 걸리다, 風邪を引く), 누마니하마루(늪에 빠지다, 沼にはまる), 미에루미에루(보인다·보인다, 見える·見える), 오무카에스루(맞이하다, お迎えする). 일본인들 사이에선 관용구로 사용되는 표현들이어서 일본어 발음을 그대로 표기한 후 괄호에 번역을 곁들였다. - 역자 후기 중에서

<번역과정에서 어려움>

우리의 문화적 배경으로는 직관적 이해가 어려웠던 설명들도 있어서 번역에 어려움을 겪었다.

예를 들어 [Stationery column 1. 자(定規)와 눈금자(ものさし, 모노사시)는 서로 다른 것인가?](60쪽)에서 ‘정규’와 ‘모노사시’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우리에게는 둘 다 ‘자’로 통용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라고만 표기하면 동어반복만 될 뿐 의미가 통하지 않았다. 흔히 요즘 우리가 쓰는 막대자나 삼각자에는 모두 눈금이 그려져 있다. 여기서 혼동이 온 것.

말하자면 우리는 영어로 ruler와 scale을 ‘자’라는 단어 안에 모두 포함해서 사용했다. 그래서 ‘정규’와 ‘모노사시’의 구분이 쉽지 않았던 것.

<번역자 이상민 씨 또한 자칭타칭 한국 문구왕>

이 책의 번역자가 자칭타칭 필기구 덕후인 점 또한 흥미롭다.

“지금부터 약 50년 전인 초등학교 2학년 때, 월간 만화책에 실린 ‘프런티어’라는 로켓연필 광고를 보고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진해의 문구점이란 문구점을 다 뒤지고 돌아다녔지만 사는데 실패했다. 얼마나 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는지 그 어렸던 내가 옆 도시 마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염없이 걸었지만 길을 잃고 헤매다 어머니께 발견되어 엄청나게 혼났던 기억이 떠오른다.”

번역자 이상민의 필기구 덕질은 이렇게 시작된 셈이고, 3000점 넘는 필기구가 집에 가득 찰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화룡점정으로 이 책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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