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더경남뉴스 기자들이 푸는 미주알고주알] "막바지 폭염, 기력 빠진 지금 특히 조심해야"···온열 질환자 30% 열대야로 발생

정창현 기자 승인 2024.08.17 12:13 | 최종 수정 2024.08.18 00:36 의견 0

미주알고주알 어원이 흥미롭습니다. 미주알은 '창자의 끝 항문'을 뜻하는데, 미주알고주알은 '미주알'에 '고주알'을 합친 말입니다. 어문학계는 고주알이 미주알과 운을 맞추기 위해 덧붙인 말로 해석합니다. 창자 밑구멍의 끝인 미주알은 '눈으로 보기 어려워 숨은 사소한 일까지 속속들이 말하거나 캐묻는 것'을 뜻합니다. 더경남뉴스 기자들이 숨은 기삿거리를 찾아 '사랑방 이야기식'으로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8월 중순을 넘겼는데도 폭염이 그칠 줄 모릅니다. 통상 해마다 광복절을 기해 폭염이 한 풀 꺾이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습니다.

낮체감온도는 아직도 상당수 지역에서 35도를 웃돌고, 열대야도 연속 한 달 가까이 지속되면서 많은 사람이 지쳐가는 모습들입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밤낮없이 찌는 무더위에 누적 온열 질환자가 2700명 정도 발생했다고 하네요. 온열 질환자의 약 30%는 야간 시간대에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열대야는 연일 사상 최장 기록을 경신합니다. 16~17일 밤 기준으로 서울은 27일 연속, 부산 23일 연속 열대야가 지속돼 이전 최악의 폭염이던 1994년, 2018년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지난 밤사이(16~17일) 서울의 최저기온은 27도였습니다.

긴 열대야의 원인은 한반도 주변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1~3도가량 높고 남서쪽에서 따뜻하고 습한 수증기가 지속 유입되면서 밤 기온의 하락을 저지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북태평양고기압 중심이 동쪽으로 이동해 동풍이 강해지면서 동쪽보다 서쪽을 중심으로 기온이 더 높아져 있습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누적 온열질환자는 2652명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2346명보다 306명 많습니다. 가축도 무더위를 못 이겨 90만 마리가 폐사했답니다.

심각한 문제는 지속된 폭염에 몸이 파김치처럼 지쳐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른바 '더위를 먹은' 것이지요. 밤에도 복사열로 온도가 내려가지 않아 열을 식히지 못해 고체온을 낮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낮 더위는 물론 밤에도 덥고 습해 수면을도 충분히 취하지 못해 몸이 하루 종일 밸런스를 못 찾고 있는 것이지요.

건강을 더 챙겨야 하는 것은 한여름이 아닌 몸이 지친 지금입니다.

삼복 폭염 막바지인 지금 몸이 지칠대로 지쳐 이른바 '삼복지간(三伏之間)에는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고 느낄 정도로 기력이 쇠해 있습니다.

무엇보다 잘 먹어 원기를 북돋워줘야 합니다.

특히 노년층은 물론 신장(콩팥) 질환이나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특히 몸 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에어컨 등이 없었던 옛날에는 찬바람 날 때 집안이나 동네에서 큰일을 치르는 경우가 더러 있었습니다. 한여름에 떨어져 약해진 기력을 추스르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다가 돌아가셨다는 말입니다

입맛이 뚝 떨어지고 기운 없는 증상이 지속되면 미루지 말고 지체없이 병원에서 진단을 받는 것이 큰 사고를 미연에 막는 길입니다.

자연 속으로 들어가 더위를 쫒던 조상들의 피서법을 소개합니다.

한여름엔 만사를 제쳐놓고 보신 음식을 챙겨 먹고선 청유(淸遊)하고 탁족(濯足)하는, 즉 음풍농월(吟風弄月·맑은 바람과 밝은 달을 벗삼아 즐겁게 노는 것) 하는 것이지요. 아무렇지 않은 것 같지만 이치에 맞는 최고의 피서법입니다.

청유(淸遊)란 맑을 청(淸), 놀 유(遊)로 '맑게 논다'는 뜻으로 계곡 등 산수 좋은 곳에서 지내는 것이고, 탁족(濯足)이란 씻을 탁(濯), 발 족(足)으로 발을 씻는다는 것입니다.

산수 좋고 인적 드문 산간계곡을 찾아 세상사를 잊고 하루를 보내고, 흐르는 시내를 독차지하고선 유유자적하며 발을 담그고 씻으면서 더위를 식힙니다.

조선 초기 화가 강희안의 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 고사(高士)란 인격이 높고 성품이 깨끗한 선비를 말하며, 고사관수도는 선비가 흐르는 냇가 물을 바라보는 그림이란 뜻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조선 중기 화가 이경윤의 고사탁족도(高士濯足圖). 고사가 발을 씻는 그림이란 뜻이다. 한국데이터베이스산업진흥원

발은 온도에 민감한 부분이고 발바닥은 온몸 신경이 집중돼 있어 발만 물에 담가도 온몸이 금방 시원해집니다. 흐르는 물은 몸의 기(氣) 흐름 길을 자극해 좋습니다. 물론 탁족은 피서뿐 아니라 정신 수양도 해줍니다.

기상청은 한낮 폭염과 열대야가 다음 주 중반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폭염에 '밭에서 익는 깨가 아깝다'며 한낮에 들에 나가 일하다가 '깨보다 더 아까운 자신의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챙기다 보면 머리 끝까지 쌓아지는 게 '욕심'입니다.

다소 고답적(高踏的·세상에 초연하는 것)이지만 옛 서민들의 피서법인 '산유(山遊·시원한 산 속을 유람하는 것)'와 같이 갖은 욕심을 버리고 남은 여름 유유자적하게 지냅시다.

요즘 같은 여름 폭염에 장기간 손상한 건강은 되찾는데만 시간이 꽤 걸립니다.

■역대 최악 폭염 현황

■기상정보(8월 18일 기준. 17일 11시 30분 부산기상청 발표)

<특보 현황>

○ 폭염경보: 경남(양산, 창원, 김해, 밀양, 의령, 함안, 창녕, 진주, 하동, 합천, 산청, 함양)

○ 폭염주의보: 부산, 울산, 경남(거창, 통영, 사천, 거제, 고성, 남해)

<폭염 현황과 전망>

○ (현황) 현재(10시 10분), 부산, 울산, 경남 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체감온도 33도 내외의 매우 무더운 날씨를 보이고 있습니다.

* 주요 지점 일최고체감온도 현황(17일 10:10 현재, 단위: ℃)

- 해운대(부산) 33.8, 도천(창녕) 33.4, 대곡(진주) 33.3, 양산 33.2, 북창원 33.0, 사량도(통영) 33.0, 의령 32.7, 명사(거제) 32.7, 금남(하동) 32.4, 온산(울산) 32.4, 진주 32.3

○ (전망 및 유의 사항)

부산, 울산, 경남은 최고체감온도가 33도 이상(폭염경보 지역은 35도 이상)으로 올라 매우 무덥겠고, 폭염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보건, 산업, 농업 등에 피해가 우려되니 폭염영향예보(11시 30분 발표)를 참고해 다음과 같은 사항에 각별히 유의하기 바랍니다.

o (보건) 온열질환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수분과 염분 충분히 섭취, 낮 12시~오후 5시 야외활동 자제, 식중독 주의, 영유아, 노약자, 만성질환자 등은 외출을 자제하고 수시로 건강상태 확인

o (산업) 시원하고 깨끗한 물과 충분한 휴식 부여, 가급적 보냉장구 사용

o (농업) 장시간 농작업과 나홀로 작업 자제, 농작물 햇볕데임과 병해충 발생 유의, 한낮에는 작업 중지

o (축산업) 집단폐사 가능성 있으니 송풍과 분무장치 가동하여 축사 온도 조절, 가축 질병 피해 유의

o (수산업) 고수온특보(국립수산과학원 발표) 발령 해역은 양식생물 질병과 폐사 발생 징후 시 관계기관 신고

o (기타) 전력량 사용 증가로 인한 에어컨 실외기 화재 및 정전에 대비, 차량에 인화성 물질 두지 않기 -

한편 오늘(17일) 소나기가 내리는 지역에서는 일시적으로 기온이 내려가겠으나, 소나기가 그친 뒤에는 습도가 높은 상태에서 낮 동안 다시 기온이 올라 무덥겠습니다.

※ 체감온도: 기온에 습도의 영향이 더해져 사람이 느끼는 더위를 정량적으로 나타낸 온도, 습도 약 55%를 기준으로 습도가 10% 증가 혹은 감소함에 따라 체감하는 온도가 약 1℃ 증가 혹은 감소하는 특징 있음.

저작권자 ⓒ 더경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