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 8월의 주택 전기요금이 평균 13% 올라 고지된다. 지속된 무더위로 전기 사용이 급증했다. 최종 8월 전기 사용량과 전기요금은 9월 말에 확정된다.
한국전력은 9일 8월 주택용 전기의 가구당 평균 사용량이 363kWh(킬로와트시)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이후 주택용 전기요금은 오르지 않았지만 8월 평균 주택용 전기요금은 6만 3610원으로 지난해보다 13%(7520원) 오른다.
이는 8월 말까지 집계된 검침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9월 말에 확정되는 최종적인 8월 전기 사용량과 전기요금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가족 수가 많아 전기 사용량이 많은 가구는 단계별 누진 구간을 지나 체감하는 전기요금 상승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주택 전기요금 인상 폭이 사용량 증가 폭보다 큰 것은 주택용에는 사용량이 많을수록 전기요금을 무겁게 매기는 누진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여름철인 7∼8월 전기요금 체계는 가정용의 경우 '300kWh 이하', '300∼450kWh', '450kWh 초과' 3단계로 구간을 나눠 많이 쓸수록 요금을 무겁게 매기고 기본요금도 달리 적용하는 누진제가 적용된다.
전체 가구 중 76%가 지난해 8월보다 올해 8월 전기요금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요금이 증가한 가구의 평균 증가액은 약 1만 7000원이었다. 지난해보다 5만원 이상 오른 가구는 모두 113만 가구였다.
요금 인상 폭은 ▲1만 원 미만(약 39%, 973만 가구) ▲1만∼3만 원(약 28%, 710만 가구) ▲3만∼5만 원(5%, 126만 가구), 5만∼10만 원(3%, 75만 가구), 10 만원 이상(1%, 38만 가구) 등이다.
한전은 "지난달 전반적으로 전기 사용량이 늘었지만 오히려 전기요금이 준 가구도 23%가 됐다"며 "냉방 수요 증가에도 자발적인 전기 절약으로 전기요금 증가가 우려했던 것보다는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한전은 아직 국내 전기요금 수준은 주요 국가에 비해 낮다고 설명했다.
8월의 경우 가구당 평균 사용량인 363kWh의 전기를 썼다고 가정하면 일본과 프랑스는 한국의 2배 이상, 미국은 한국의 2.5배, 독일은 한국의 3배 수준이다.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 방침을 세우고 인상 시점을 조율 중이다. 한전의 재무 위기 극복을 위해서다.
한전은 올해 상반기 기준 총부채가 202조 8900억 원에 달하는 등 심각한 재무 위기를 겪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전후해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지만 물가 상승 우려를 의식해 2021∼2023년 원가 이하로 전기를 공급해 적자가 누적된 탓이다.
한전의 부채는 2020년 132조 5000억 원이었으나 2021년 145조 8000억 원, 2022년 192조 8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202조 4500억 원까지 불어났다.
정부는 2022년 이후 6차례에 걸쳐 kWh(킬로와트시)당 전기요금을 45.3원(44.1%) 인상하며 지난해 3분기부터 역마진 구조에서는 벗어났으나 재무 위기를 탈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대규모 부채로 지난해부터 연간 4조 원이 넘는 이자가 발생하면서 흑자를 내도 총부채가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져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이자 비용으로 2조 2000억 원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