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대-중견기업 9일 인상, 가정용·소상공인 동결
한전KDN 지분 20%-인재개발원 부지 매각도 추진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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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8 18:42 | 최종 수정 2023.11.09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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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한국전력이 9일부터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평균 10.6원 인상한다. 가정용·소상공인 전기요금은 동결한다.
한전은 47조 원에 이르는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본부 조직을 20% 줄이고, 자회사인 한전KDN의 지분 20%와 인재개발원 부지를 파는 방안도 추진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8일 전기요금 관련 브리핑에서 전기요금 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한전은 고물가·고금리 장기화, 경기 침체 등의 요인을 고려해 일반가구·자영업자에 대한 전기요금과 산업용 가운데 중소기업에 대한 전기요금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한전은 향후 국제 연료 가격, 환율 추이 등을 살펴 추가로 전기요금 조정을 검토할 계획이다.
대기업·중견기업이 사용하는 대용량 산업용 전기요금은 9일부터 kWh당 평균 10.6원 인상하기로 했다. 산업용 고압A(3300∼6만6000V 이하)는 kWh당 6.7원을 올리고, 그 외 산업용 고압B(15만4000V)·고압C(34만5000V 이상)는 kWh당 13.5원을 인상할 예정이다. 한전 관계자는 “시설 규모 등에 따라 요금 부담 여력을 고려해 전압별 세부인상폭을 차등화 했다”고 밝혔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용량 산업용 고객 수는 약 4만2000호로 전체 2486만6000호의 0.2% 수준이다. 이들의 전력 사용량은 총 사용량의 48.9%를 차지한다. 한전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려 3조 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한전의 누적 적자(47조 원)가 워낙 커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한전은 이날 전기요금 조정 방안 외에 경영난 해소를 위한 자구대책을 추가로 발표했다. 이날 한전이 발표한 자구책은 올 5월 공개한 25조 원 규모의 자구안과는 별도로 마련됐다.
자구책에 따르면 한전은 본사 조직을 20% 줄이기로 했다. 기존 8본부 36처의 본사 조직을 6본부 29처로 개편하고, 본부장 직위 5개 중 2개를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소규모 지사를 인근 거점 지사로 통합하고 업무를 광역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 외에 한전은 인력 감축, 희망 퇴직 등을 통해 인력 효율화를 단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한전은 전력산업 분야의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회사 한전KDN의 지분 20%를 민간에 매각할 계획이다. 현재 한전은 한전KDN 지분을 100% 보유 중이다.
한전은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인재개발원 부지를 매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의 상징적인 자산인 인재개발원 부지는 서울 소재의 가치 높은 자산”이라며 “벼랑 끝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한 절박한 심정으로 매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한전의 재무 위기는 기업으로서 버티기 어려운 재무적 한계치에 도달했다”면서 “조기 경영 정상화, 국민 부담 경감을 위해 5개년 재정건전화계획 등 기존의 자구 대책을 성실하게 이행하는 한편, 금번에 추가로 발표한 특단의 자구 대책도 가용한 모든 역량을 쏟아 추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