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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7일)은 겨울 시작을 알리는 입동(立冬)

천진영 기자 승인 2024.11.07 15:24 | 최종 수정 2024.11.07 19:28 의견 0

오늘(7일)은 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立冬)입니다. 24절기 중 막바지로 달리는 19번째 절기입니다.

서리가 내린다는 절기인 상강(霜降) 이후 15일이자,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 이전 15일입니다. 김장 준비 등 겨울채비도 하는 철입니다.

서양에서는 입동 날을 성인 대축일, 즉 '핼러윈 데이'를 겨울이 시작하는 날이라고 여깁니다.

입동 절기인데도 들판엔 아직 벼를 베지 못한 곳이 있다. 수확철인 늦가을에 비가 자주 내렸기 때문이다. 정창현 기자

중국에서는 입동 후 시절을 5일씩을 초후(初候), 중후(中候), 말후(末候) 등 3후(三候)로 나눴습니다. 초후엔 물이 얼기 시작하고, 중후에는 땅이 얼기 시작합니다. 말후가 되면 꿩이 드물어져 꿩의 먹이였던 조개가 많이 잡힌다고 했습니다.

입동 즈음에는 나뭇잎이 떨어지고, 풀이 말라가고, 동면을 하는 동물이 땅 속에 굴을 파고 숨습니다.

낙엽이 지는 이유는 나무가 겨울을 지내는 동안 영양분의 소모를 최소로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흑염소 등 방목 가축도 겨울이 닥칠 것을 알고 수초 등을 많이 먹어둔다고 하더군요.

옛날 이 무렵엔 김장을 했습니다. 입동을 5일 전후에 담근 김장이 맛이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배추와 무가 약간 언 기가 있어야 맛이 있다는 뜻인데 요즘에는 지구 온난화로 입동 절기에 무와 배추가 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김장철이 늦어졌습니다. 올해는 배추 값이 많이 올라 있어 김장용 배추가 많이 나오는 12월에 김장을 하려는 가정이 많다고 합니다. 농린축산식품부도 배추값이 안정화 되는 이달 말쯤 김장을 하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벼논에 두었던 볏짚을 겨우내 소에게 먹이기 위해 준비하는 때이기도 합니다. 옛날에는 볏짚을 썰어 쇠죽을 쑤어 소에게 먹였는데 요즘엔 '공룡알(마시멜로)'이라고, 추수한 볏집을 통째로 구입합니다.

농가에서는 입동을 즈음해 고사를 많이 지냈습니다.

음력 10월 10일에서 30일 사이에 날을 받아 햇곡식으로 시루떡을 하고 제물을 장만해 곡물을 저장하는 곳간과 마루, 외양간에서 고사를 지냈지요. 고사 떡 등 음식은 농사철에 애를 쓴 소에게 먹이고 이웃과도 나눠 먹었습니다.

치계미(雉鷄米)라는 미풍양속이 있었습니다.

이는 계절별로 마을에서 양로잔치를 하는 행사인데 특히 입동(立冬), 동지(冬至), 제석(除夕)날 어르신들을 모시고 음식 대접을 하는 행사입니다.

치계미는 본래 사또의 밥상에 올리는 반찬 값으로 받는 뇌물을 뜻했는데 어르신들을 사또처럼 대접한다는 의미에서 비롯된 풍속입니다.

집안 형편이 여의치 않아도 일년에 한 번 이상은 치계미를 위해 곡식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이마저도 못하는 사람은 '도랑탕 잔치'로 대신했다고 하네요. 도랑탕 잔치란 입동 무렵 미꾸라지들이 겨울잠을 자기 위해 도랑에 숨는데 도랑을 파면 누렇게 살이 찐 미꾸라지를 잡을 수 있습니다. 이 미꾸라지로 추어탕을 끓여 어르신들에게 대접하는 것이지요.

입동을 즈음해 ‘입동보기’라는 점을 치는 풍속이 있었다고 합니다.

충청 지역에서는 '입동 전 가위보리'라는 말이 전해옵니다. 입춘 때 보리를 뽑아 뿌리가 세 개이면 보리 풍년이 든다고 점치는데, 입동 때는 뿌리 대신 잎을 보고 점을 칩니다.

입동 전에 보리의 잎이 가위처럼 두 개가 나야 그해 보리 풍년이 든다는 속신이지요.

또 경남 지역에서는 '입동에 갈가마귀 날아온다'고 하는데 특히 밀양 지역에서는 갈가마귀의 흰 뱃바닥이 보이면 이듬해 목화 농사가 잘 될 것으로 여겼답니다.

농사점과 함께 입동에는 날씨점도 쳤다고 하네요.

대개 전국적으로 입동에 날씨가 추우면 그해 겨울이 크게 추울 것이라고 믿었다고 합니다.

입동 절기의 속담으로 '9월 입동 오나락이 좋고 10월 입동 늦나락이 좋다'가 있는데 이는 음력 9월에 입동이 든 해는 추위가 빨리 오므로 조생종(早生種)이 좋고, 음력 10월에 입동이 든 해는 추위가 늦게 오므로 중만생종(中晩生種)이 좋다는 의미입니다.

또 '입동 전 보리씨에 흙먼지만 날려주소'는 남부 지방의 보리 파종은 10월 중순이 적당하나 아무리 일손이 부족해도 입동 전엔 마쳐야 한다는 뜻입니다. 입동 후에 보리를 파종하면 발아와 생육이 부진해져 겨울 추위에 해를 입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속담으로는 '입동 전에 보리는 묻어라', '입동 전 송곳보리다', '입동 전 가위보리다'가 있습니다. ‘입동 전 송곳보리’는 입동 전에 보리 싹이 송곳 길이로 자라야 이듬해 수확할 수 있다는 것이고, 가위보리는 보리 잎 두 개가 돋아난 때의 모양이 가위 모양과 같다고 해 붙은 이름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입동날 최고기온이 15~20도 안팎으로 온화한 편이고 딱히 겨울 추위가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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