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현 시세 1조 5천억 코인 빼갔다…국내 수사기관 첫 공식 확인
북 정찰총국 해킹조직 2곳 소행
5년 전 이더리움 34만여 개 탈취
북한 말 ‘헐한 일’ 쓴 정황도 확보
분산 전송·비트코인 교환해 세탁
핵·미사일 자금 조달에 사용 추정
정창현 기자
승인
2024.11.22 02:49 | 최종 수정 2024.11.2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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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조직이 5년 전 우리나라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당시 580억 원 상당(현재 약 1조 4700억 원)의 가상자산을 탈취한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수사기관이 확인한 스모킹건(결정적 증거물)은 바로 북한말 ‘헐한 일’(중요하지 않은 일)이라는 단어였다.
북한이 해외 등 외부 가상자산 거래소를 해킹해 가상화폐를 탈취해 핵·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쓴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2019년 11월 북한의 대남공작기구인 정찰총국 소속 해킹 조직 ‘라자루스’, ‘안다리엘’ 2곳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가 보관하던 이더리움 34만 2000개를 탈취했다고 21일 밝혔다.
그간 라자루스는 정부 기관과 금융기관을, 안다리엘은 군 및 국방산업을 주로 공격해 왔다.
경찰은 2022년 11월 이번 사건의 배후를 북한으로 지목, 수사를 해왔다.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공조해 북한의 IP주소와 탈취된 가상자산 흐름 등을 추적했다.
이들 해커가 사용한 정보통신기기에서 ‘헐한 일’ 등 북한말이 오간 정황을 발견했다.
경찰은 "모방이나 재범을 우려해 구체적인 해킹 방식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북한 해커들은 주로 거래소가 보안시스템 등을 업데이트할 때 발견되는 취약점을 파고들어 해킹을 탐지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북한 해커들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탈취한 가상자산 580억 원을 여러 경로로 세탁했다.
이들은 580억 원의 절반 이상을 북한이 만들어 놓은 가상자산 교환사이트 3개를 통해 시세보다 싼 가격(2.5% 할인)에 비트코인으로 바꿨고, 나머지는 미국, 중국, 홍콩 등 13개국 51개 거래소로 분산 전송 후 세탁했다.
이처럼 분산시키면 탈취 가상화폐로 입증하기 어려워진다. 가상자산은 현금과 달리 탈취해 전송하기 쉽다.
경찰은 스위스 당국과 공조해 지난달 스위스의 한 가상자산 거래소에 남아있던 4.8비트코인(현 시세 기준 약 6억 원)을 환수해 업비트에 돌려줬다.
경찰은 "다른 해외 거래소도 접촉했지만 대부분 협조 요청에 답하지 않거나 탈취된 가상자산이라는 게 입증되지 않아 환수를 거절했다"고 했다.
북한은 지난 7월 인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2억 달러(약 2700억 원) 상당의 가상자산 탈취 범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기업 ‘체이널리시스’는 북한 해킹 조직이 탈취한 가상자산이 지난해 10억 달러(약 1조 3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