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에 봄 기운이 내려앉는가 싶더니 또 쌀쌀해졌습니다. 오늘(18일)은 우수(雨水)입니다. 진주 등 경남엔 어제에 이어 오늘도 바람이 세게 불어 바깥이 차갑습니다. 설 전후 지속된 혹한 날씨가 풀리더니 이틀 새 기온이 5~6도 내려갔다고 합니다.

두 명의 더경남뉴스 기자가 따로 얼음이 '꽁꽁 언' 작은 연못과 얼음이 '녹아 가는' 농업용 저수지를 찾았습니다. "아직은 못 가겠다"는 연못의 늦겨울 정취와 "계절이 바꾸니 물러난다"는 저수지의 이른 봄의 모습입니다. 두 번을 나눠 소개합니다.

참고로 연못은 정원용으로 작고, 저수지는 농업용으로 상대적으로 큽니다.

먼저 경남 진성면 구천마을 안쪽, 탑골이란 골짜기에 호젓하게 자리한 연못의 꽁꽁 언 모습입니다. 설 전후와 정월대보름 직전 한파로 두껍게 얼어 우수임에도 한겨울 느낌이 물씬합니다. 동행한 주민은 "골이 좁아 종일 산그림자가 내려앉는 응달로, 겨울엔 얼어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진주시 진성면 구천마을 탑골 입구에 자리한 작은 연못 전경. 연못 전체가 꽁꽁 얼어 있다. 물이 꽁꽁 언 연못 겨울 정취와 막 느껴지는 봄기운 햇살을 받으며 연초록 잎이 날 듯한 대나무숲이 조화롭게 느껴진다.

작은 연못 한 가운데 자리한 정자와 구름다리. 그 아래 물은 꽁꽁 얼었다.

얼음 두께는 눈대중으로 10cm 정도는 돼 보였다. 마을의 한 주민은 "어릴 때 이곳에서 썰매 타던 기억을 되살리면 이 정도의 두께로 보인다"고 했다.

연못 속 정자 왼편의 모습. 나뭇가지가 많이 우거져 있어 겨울 정취가 물씬 풍긴다.

꽁꽁 얼어 있는 연못 얼음 위에 대나무숲이 비친다.

탑골에 있는 작은 연못 위치도. 행정 용어상 탑골소류지로 적혀 있지만 농업용수 등으로 활용되지 않는 정원용 작은 연못이다.

이 연못은 이 마을에 세거(世居·한 고장에서 대대로 사는 것)하던 정 씨 집안의 한 가정에서 소유하고 있는 연못이라고 합니다.

이 마을에 사는 60대 정 모 씨는 "이곳은 어릴 때 스케이트를 만들어 타던 겨울 놀이터였다"며 "마을에서 컸던 이들에겐 추억의 장소"라고 하더군요. 당시엔 마을 여성들이 이 연못에서 빨래를 하던 장소이기도 했다고 했습니다.

정자와 구름다리는 십수 년 전 소유주가 연못을 정비하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연못가에 얼음이 언 모습. 돌로 쌓은 둑엔 한겨울에 볼 수 있는 햐얀 얼음이 보인다. 봄은 왔으되 아직 오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한아름의 나무 기둥 사이로 보이는 연못 얼음. 말 그대로 꽁꽁 언 듯하다. 우수 절기완 영 딴 판인 모습이다.

휴대전화 카메라 가능을 줌 업해 찍었다.

얼음 위에 조각 모양의 얼음이 보인다. 언젠가 날이 풀려 조금 녹았다가 설 한파에 다시 언 것으로 여겨진다.

빙판을 눈대중으로 봐서도 매우 두꺼운 것으로 보인다. 얼음판이 두꺼워 둔탁한 느낌이 든다. 바람에 떨어진 나무가지도 겨울 운치를 더해준다.

앞에서 언급한 빨래터다. 같이 간 마을 주민은 작은 수로인데 빨래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또 못 둑을 다시 쌓기 전엔 수로 주위에서도 빨래를 했단다. 언제 녹을 지 가늠조차 못할 정도로 얼음이 꽁꽁 얼었다.

이 연못엔 현재 철조망이 쳐져 있다. 개인 소유이기 때문이다. 철조망 너머 얼음이 연못과 정자를 받치고 있는 듯하다.

연못 정자와 아름드리 나무. 얼음 가득한 우수 절기 정취 외에도 고즈넉한 연못 분위기가 듬뿍 풍겨온다.

주인 외엔 드나들지 못하는 금단(禁斷)의 땅. 철조망 너머 연못은 춘래불사춘, 아직도 한겨울이다. 폭염이 기승을 부릴 한여름 어느 날, 기자는 꽁꽁 언 이 작은 연못을 기억할 듯하다. 이상 정기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