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산길을 지나다가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물통을 보고 이유가 궁금해 폰에 담았습니다.
다가가 보니 복숭아나무였는데, 나뭇가지가 힘들어할 정도로 플라스틱 물통에 물이 가득 담겨져 있더군요.
복숭아나무 큰 가지마다 물을 가득 담은 물통을 달아 놓은 모습. 정기홍 기자
농사를 짓는 지인에게 물었습니다.
"벌레를 잡기 위한 것이냐"고. 봄이 돼 해충이 나뭇가지로 올라오면 물이 든 통 안으로 떨어지게 하는 것으로 짐작한 말이었습니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공사장에서 인부로 일할 때 빈대가 천장에서 떨어져 잠을 잘 수 없게 되자 세숫대야에 물을 가득 담아놓아 떨어져 죽게 했다는 일화가 생각나서 물어본 것입니다. 그도 몰랐습니다.
다시 보니 두껑도 닫아 놓아 질문 자체도 우문이었습니다.
며칠 후 이 산의 주인에게 물었더니 가지를 옆으로 뻗게 하려고 물통을 달았다고 하더군요. 복숭아가 익어 딸 때 수월하답니다. 큰 가지마다 물통이 달렸습니다.
복숭아나무의 새로운 가지는 주로 위로 자란다고 합니다. 다른 과수도 마찬가지이지만 봄에 가지치기 작업을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만 큰 과수원에선 품이 너무 많이 들어 못할 일이고, 몇 나무를 가꾸는 가정집에서는 할 수 있겠습니다.
복숭아나무 물통은 농사에 숙맥인 기자의 머리에서는 나오기 어려운 아이디어입니다. 물통을 활용한 것도 그렇습니다.
이처럼 해놓고 나면 "왜 이 생각을 못했지?"라는 아이디어가 더러 있습니다. 단순하고 간단하면서도 해놓으면 무척 편리한 것이지요. 머리 싸맨다고 나올 것도 아닙니다.
이를 '일머리'라고도 합니다. 이 일머리도 같은 일을 지속 하는 가운데 잘 터집니다. 막히면 쉽게 뚫을 생각을 하고, 불편하면 꾀를 내게 됩니다. 궁하면 통한다는 이치입니다.
복숭아나무에 매달린 물통을 보면서 평소 '생활 속의 지혜'들을 지나치지 않았나 생각해봤습니다. 독자분들도 한번 찾아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