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시작된 경남 산청 산불이 큰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낸 가운데 한 마을의 '점집'은 화마(火魔)를 피했다는 소문이 돌아 작은 화제가 되고 있다.

소문 내용에는 유독 '점집'이 부각됐지만, 실제 이 점집은 벽돌집이어서 불을 피한 것으로 여겨진다. 한 언론 매체가 처음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쓰면서 퍼진 것으로 파악됐다.

밤중의 산청군 산불 모습. 화염에 휩싸인 산 정상과 중턱이 낮처럼 훤해 보이는 가운데 오른쪽 밑 마을 인근에도 산불이 내려와 있다. 산림청

25일 SNS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시작된 산청 산불은 강풍이 불면서 이튿날 오후 1시 30분쯤 산청군 시천면 외공마을을 덮쳤다. 이후 4시간 동안 주택 등 건물 10동이 지붕이 내려앉는 등 집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완전히 탔다.

도깨비불 같은 불씨(불티)가 강한 바람에 다른 곳에 옮겨져 새로운 불을 일으키는 '비화(飛火) 현상'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초속 10m 이상의 강풍이 불면 산불의 불씨(불티)는 상승기류에 의해 1~2㎞까지 날아간다고 한다.

다행히 마을 30여 가구 중 절반 정도는 화마를 피했다.

이 중 정 모(80·여) 씨가 점집을 하면서 사는 15평 규모의 빨간색 벽돌집은 그을린 흔적도 없을 정도로 피해를 보지 않았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이 집 바로 뒤편에서는 한때 50㎝ 높이까지 불길이 타올랐다. 정 씨의 마당에 쌓인 돌탑 두 개도 검게 변했고 잔디밭도 듬성듬성 탔다고 한다.

반면 샌드위치패널과 경량 철골, 나무 등으로 지은 10여 동은 불에 고스란히 탔다.

집이 전소된 옆집 주민은 한 언론 매체에 "정 씨의 집이 타지 않은 것은 벽돌집이라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벽돌로 지어져 불씨가 붙을 수 없었다는 것.

건물 벽이나 지붕에 사용된 자재가 콘크리트, 벽돌인 것과 경량철골, 샌드위치패널, 슬레이트인 것의 차이라는 말이다.

산림 전문가들은 산불 우려가 있는 산촌엔 가급적 불에 약한 샌드위치 패널, 슬레이트 등으로 건물을 짓지 않는 것이 산불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